벤츠-딜러노조 입장 ‘팽팽한 평행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직판제(RoF)를 예고하면서 딜러노조가 반발했다. 이들은 영업노동자를 사지로 내몬다며 집회를 개최했는데, 벤츠 측 의견은 완전히 상반돼 시선이 집중됐다.

벤츠코리아는 지난 4월 7일 공지를 내고 내년 2분기, 구체적으로 4월 13일부터 판매 방식을 직판제로 전환하겠다고 전국 딜러사에 알렸다. 회사는 가격 투명성 강화와 재고 부담 완화를 이유로 들었다. 해외 본사가 추진해 온 판매 구조 개편을 한국에 적용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벤츠 CI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벤츠 CI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실제로 벤츠는 호주에서 2022년 1월부터 차량 재고와 가격을 본사가 직접 관리하고, 딜러사는 판매·인도·AS만 수행하는 대리점 구실을 하게 했다. 이에 다수 현지 딜러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벤츠는 2023년 1월부터 영국에서도 비슷한 판매 모델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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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직판제에 가까운 판매 방식을 도입한 수입차 브랜드들이 있다. 테슬라는 2017년부터 한국에서 온라인 직판을 본격화했다. 주문은 테슬라 공식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서 진행하고, 국내 매장은 상담, 시승, 인도 거점 역할을 맡는다. 순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도 국내에서는 온라인 판매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직판제 소식에 딜러사 반발은 계속 커져왔다. 급기야 한성자동차 노조는 성과·보상 체계 변화와 고용 불안을 지적하며 지난달 중순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신성자동차 등 지방 거점 딜러 노조도 판매권 약화와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현장 딜러들은 '수익은 본사, 위험은 현장'이라는 구도를 지적했고, 벤츠코리아는 가격 일관성과 서비스 품질을 위해 협력 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 클래스 차량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의 S 클래스 차량 [사진=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결국 노조는 집회에 나섰다. 이달 1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벤츠 판매·정비 노동자 약 1000명이 서울 중구 벤츠코리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직판제 철회와 고용 안전 장치를 요구했다.

노조는 “직판제는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으로 보인다. 딜러사들은 을의 위치에서 벤츠코리아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딜러사들과 마진협상을 하는 중이지만, 마진율에 따라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조건, 고용안정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벤츠의 입장은 정반대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전국 11개 공식 딜러사와 긴밀한 상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각 딜러사와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직판제도 확정된 것이 아니라 딜러사와 협의체에서 검토 중인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에서 주장하는 내용에 동의할 수 없으며, 당사의 사업 운영 방식, 가치와는 무관하다”며 “개별 딜러사와는 독립적인 비즈니스 파트너 관계에 있으므로 고용 및 처우와 같은 노사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벤츠코리아의 노사 갈등을 지켜보는 소비자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한 벤츠 운전자는 "최근 벤츠는 원가절감이다 뭐다 품질 논란이 많은데, 서비스의 안정성까지 떨어지면 운행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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