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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철 LG화학 부회장, CEO

대규모 자금 조달을 마친 LG화학이 2025년 공모채 시장에 다시 진입할지 여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내년 1분기에만 약 7,85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지만, 이미 PRS(주가수익스왑)와 편광판, 워터솔루션 등 비핵심 사업부 매각을 통해 5조 원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한 만큼, 추가적인 시장 조달 필요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LG화학은 신용등급이 높은 대표적 빅이슈어로, 연초 기관자금 유입이 활발한 시기를 활용해 소규모 발행 등 전략적 접근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PRS·사업부 매각으로 5조 이상 선제 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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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이달 초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보유 지분 2.5%(약 575만 주)를 기초자산으로 PRS(Price Return Swap) 계약을 체결하고 2조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PRS는 기초자산의 주가 변동에 따라 만기 시 투자자와 정산 손익을 주고받는 구조화 파생상품으로, 실제 지분 매각 없이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번 계약의 기준가는 주당 34만7500원, 계약 기간은 3년으로 설정됐으며, 만기 시 주가가 기준가보다 하락하면 LG화학이 손실을 보전하고, 상승하면 차익을 돌려받는 구조다.

이번 PRS는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돼 부채로 인식되지 않으며,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나 차입금 의존도 등 주요 재무지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실제 조달 금리는 연 4%대 초반으로, LG화학의 3년물 회사채 민평금리(2.877%)에 비해 높은 수준이지만, 신용도 방어 효과를 고려할 경우 금리 부담은 상쇄된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PRS를 활용한 조달은 단순한 유동성 확보를 넘어 재무 안정성과 신용등급 관리 측면에서 전략적인 선택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더해 LG화학은 지난해 편광판 및 소재 사업을 약 1조 원에 매각했고, 올해는 워터솔루션 사업부를 약 1조4000억 원, 에스테틱 사업부를 약 2000억 원에 매각하며 비핵심 자산 유동화에도 속도를 냈다. 해당 사업부들은 그룹의 중장기 방향성과는 거리가 있었던 만큼, 효율성 제고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차원에서 이뤄진 매각으로 해석된다. PRS를 포함한 이 같은 유동성 확보를 통해 LG화학은 최근 1년간 약 5조 원의 현금을 확보했으며, 이는 향후 외부 차입 없이도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 및 운전자금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적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분기 만기 7,850억…자체 상환 가능성 커져


LG화학은 통상 매년 초 공모채 시장을 통해 만기 채권을 차환해왔다. 2023년에는 8,000억 원, 2024년에는 1조 원 규모로 공모채를 발행했고, 올해 1월에도 3년물·5년물·7년물을 나눠 총 6,000억 원을 조달한 바 있다. 그러나 내년 1분기 중 도래하는 만기 채권 규모가 약 7,850억 원인 가운데, 이미 확보된 5조 원의 유동성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시장 차환 없이 자체 상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도별 LG화학 공모채 발행 현황(출처: DART 증권발행실적보고서)" height="128" loading="lazy
연도별 LG화학 공모채 발행 현황(출처: DART 증권발행실적보고서)

특히 현재 LG화학은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각각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고 있어, 자금시장에서 공모채를 새로 발행할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가산금리를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번 PRS 조달 금리가 회사채 민평금리보다 약 150bp 높은 수준에서 책정된 점도, LG화학이 현 시점에서 외부 차입 확대보다는 내재된 유동성을 활용한 보수적 접근에 나설 것이라는 해석에 힘을 싣는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업종 상황이 좋지 않아 차입 확대는 부담이 크다”며 “이미 선제적으로 조달을 완료한 만큼, 내년 초에는 공모채 대신 현금 상환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PRS, 재무 지표 개선 효과…신용도 방어에 기여


이번 PRS 계약은 LG화학의 단기 유동성 확보뿐 아니라 재무 지표 개선을 통한 신용도 방어 전략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PRS와 자산 매각 효과를 반영할 경우 LG화학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기존 110.7%에서 100.2%까지, 차입금 의존도는 33.8%에서 30.8%까지 각각 하락하였다. 

현재 LG화학은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모두로부터 ‘AA+’ 등급에 ‘부정적’ 전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등급전망은 향후 재무지표가 추가로 악화되거나 수익성 회복이 지연될 경우 실제 등급 하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고 신호로 작용한다. 따라서 이번 PRS를 포함한 일련의 자금 전략은 단기적 금리비용보다 중장기 신용도 유지를 우선시한 재무정책으로 해석된다.


업황 부담도 변수…시장선 “굳이 발행할 유인 없다”


LG화학의 보수적인 조달 전략 배경에는 석유화학 업황의 장기 부진이라는 구조적인 요인도 자리하고 있다. 주력인 석유화학사업부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에틸렌 스프레드 하락 등으로 수년간 수익성이 저하됐고, 현재 스프레드는 톤당 200달러 초반 수준에 불과해, 자체 생산만으로는 마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최근 NCC 가동률을 낮추고,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중심의 다운스트림 강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며 과거 두 자릿수에 달했던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지급)은 현재 1배 수준까지 하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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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이자보상배율(출처: 나이스신용평가)

 이런 흐름 속에서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상태에서의 공모채 발행은, 금리 측면에서도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발행 가능성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연초 효과·시장 접근성 고려


LG화학이 공모채 시장에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일반적으로 연초는 기관투자자들의 연간 운용 자금이 새롭게 배정되는 시기로, 상대적으로 수요 기반이 안정적이다. 이에 따라 LG화학처럼 신용도가 높은 AA급 빅이슈어는 시장 금리 여건이 우호적일 경우, 실제 자금 수요와 무관하게 소규모 트랜치로 공모채를 발행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부 투자은행(IB) 관계자들도 공모채 발행 목적이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서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은 주요 기관 투자자와의 관계 유지 또는 벤치마크 금리 확보를 위한 ‘관계성 발행’, ‘시세 형성용 소규모 발행’ 등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2023년 업황 부진에도, 2024년 신용등급 ‘부정적’ 전망임에도 발행한 것과 것처럼 시장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정기적인 공모채 발행을 이어온 바 있다. 시장 금리나 수요 여건이 나쁘지 않다면, LG화학이 향후 대규모 조달에 대비한 시세 확보 차원에서 제한적 규모의 공모채 발행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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