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공구 한양대 의대 병리학교실 교수는 “최근 조류독감(AI)사태는 이미 통제 불능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와중에 때마침 A형 독감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며 “A형 독감에 걸린 사람, 그리고 AI감염 조류가 만나면 인체를 숙주로 한 바이러스 변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구 교수는 “인플루엔자는 동물 뿐만 아니라, 어떤 미생물에서도 인간에게 온다는 점을 명심하고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서 인체감염 차단에 만전을 다해야 한다”고 현재의 AI사태의 확산을 우려했다. 그는 또 “일본의 경우 축사시설환경 개선으로 AI방역에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효과적인 AI방역을 위해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농가 위생관리 강화와 국내 축사시설 환경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류독감(AI)로 인해 닭과 오리의 살처분 수가 2100만 마리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최근 H5N6형 조류독감이 만연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A형 독감 감염자 수마저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사회적으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사람의 인체를 숙주로 한 신종 독감 출현이 우려된다는 지적 또한 제기되고 있어 더 큰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 조류독감(AI)의 인체 감염시 증상 및 예방요법(그래픽_진우현 기자)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보고한 ‘H5N6형 AI 인체감염 대응 현황 및 계획’에 따르면 AI H5N6 인체감면 위험도는 감염된 조류에 노출되기 어려운 일반인의 경우 매우 낮지만 AI가금류에 직접 접촉한 고위험군, 즉 발생농장 종사자, 살처분 작업자 및 대응요원 등은 산발적인 감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AI H5N6형의 사람들 간 전파 사례는 아직 보고된 바 없어 대량 환자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은 다행이지만 치명률이 58.8%나 되기 때문에 농장 종사자와 살처분 작업 참여자에 대한 철저한 예방 조치가 필요한 것 또한 사실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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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9일 까지 누적된 총 위험군은 9183명으로 일부 증상 신고자 26명을 검사한 결과, 현재 유행중인 계절 A형(H3N2) 독감으로 확인된 1명외에는 모두 음성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한 국내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결과, 인체감염 위험 증가 및 항바이러스제 내성 관련 유전자 변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또 인체감염 고위험군에 속하는 축산농민, 살처분 작업자 등에 대한 관리를 보다 체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정은정 긴급상황센터장은 “현재 지역에서 가금류의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는 작업자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 근로자들이어서 인체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SOP)과 절차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에 있은 민주당 AI특별대책위원회의 긴급 간담회에서는 전문가들이 이와 관련해 2~3년마다 주기적으로 AI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전문성을 갖춘 역학조사관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통제와 관리가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기 보다 살처분 작업을 전담하는 정예 방역단을 구성해서 살처분과 방역 관리를 원활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 지난 21일 국회 본관 민주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AI대응 개선책 마련을 위한 긴급 전문가 간담회'의 모습 이날 간담회는 민주당 AI특위 간사를 맡은 김현권 의원이 사회를 맡았으며, 이날 간담회는 추미애 대표, 김춘진 위원장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닭, 오리의 폐사 사례가 보고되지 않아 감염사실 확인이 어렵지만 사람에게는 매우 위험한 H7N9형의 출현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송찬선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H7N9형은 닭과 오리의 폐사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사람에게는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조류보다는 인간에 치명적인 H7N9형 바이러스가 유입될 것에 대비해 다른 바이러스유형과는 달리 별도의 대응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당국의 늑장 대응으로 AI가 사실상 통제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인체감염은 불가피한 만큼 AI사태를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양대 의대 공구 교수는 “사실상 방역은 실패로 돌아갔다”면서 “이제는 내년 5월까지 AI가 자연 소멸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고 현재의 상태에서 통재불가능한 것으로 진단했으며, 김재홍 서울대 수의대학장은 “비록 방역이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5월까지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렇게 방치하다간 인체감염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한편, 정부 당국은 AI의 인체감염 발생에 대비해 전국 17개 병원 국가지정병상의 음압시설과 비상연락체계 점검 등 가동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의심환자 발생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나갈 방침이다.

또 지난 22일부터 시범적으로 고위험군 관리체계 전산화를 추진하고, 내년 3월까지 동물실험 등을 통한 인체감염 위해성 평가와 바이러스 특성을 분석해 공유할 방침이다.

정석찬 농림축산검역본부 긴급상황센터장은 “인체감염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틈 백신 사용은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AI는 인수 공통전염병으로 가금류에 백신을 사용하면 AI에 감염돼도 죽지 않지만 바이러스는 여전히 몸에 남기 때문이다.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고 안심한 상태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과 오리가 식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인체에 해로운 형태로 변이가 일어나도 알 길이 없는 상태다. AI 백신만 10여종을 사용하는 중국에서 사망자가 나왔다. 때문에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선 살처분 후 백신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AI 바이러스 유형별 인체감염 주요 발생 현황에 따르면 H5N6형은 중국내에서 17명이 확진돼 10명이 사망했으나 사람들 간 감염은 확인된 적이 없다.

그러나 AI H5N1형은 동남아, 중동 등 16개국에서 856명이 확진돼 452명이 생명을 잃었고, AI H7N9형은 중국(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캐나다에서 유입) 확진 801명, 사망 452명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최근 들어 AI에 따른 살처분 마리수, 그리고 독감 감염자수 모두 기록을 갈아치우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I로 인한 피해 농가가 전국적으로 400곳을 넘어섰고 살처분 가금류 숫자도 2231만6000마리에 이르러 현재까지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액이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같은 날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달 11일~17일 사이 병의원을 찾은 7살~18살 연령의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가 152.2명으로 1997년 인플루엔자 감시체계를 도입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최근 연일 AI가 위세를 더하면서 연일 살처분 마리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유례없는 A형 독감이 맹위를 떨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연관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현재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A형 독감과 조류독감은 연관을 맺고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인체를 매개로 한 새로운 독감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 “농식품부나 질병관리본부가 안전하고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근거없는 안전을 퍼뜨리기 보다는 사태를 냉정하게 직시하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며 “AI방역이 실패한 상태에서 지금 정부 당국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바로 인체감염을 철저하게 차단하고, 도산위기에 몰린 농민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피해보상과 사후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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