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의 민낯]③ 대형마트 편: ‘모두의 갑’ 유통공룡
[갑질의 민낯]③ 대형마트 편: ‘모두의 갑’ 유통공룡
  • 김다예 기자
  • 승인 2017.07.0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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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김다예 기자] 대형마트, 슈퍼슈퍼마켓(SSM)은 ‘공룡’이다. 덩치도 덩치지만 등장하는 순간 주변 상권을 순식간에 집어삼키는 포식자이기도 하다. 쾌적한 실내와 편리한 시설, 각종 제휴 혜택들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은 유통기업들의 도덕성 문제가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는 상황에서도 마트로 향하는 발길을 끊기가 쉽지 않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대형마트의 ‘갑질’은 수년간 계속된 제재조치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건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에 이미 구조화된 악습은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중소형유통업체들에게도 고착화돼 있다. 특히 지역기반의 향토기업인 서원유통의 갑질 논란은 약자 위에 군림하려는 갑의 횡포가 재벌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 부울경 최대 유통업체 서원유통 입점업체들의 고통의 역사

영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서원유통은 77개의 탑마트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매출 1조원이 훌쩍 넘는 대형 유통기업이다.

서원유통의 갑질 논란이 최초로 불거진 것은 지난 2013년이다. 당시 서원유통은 탑마트 내 입점한 제과점 업주들과 계약을 갱신하면서 제과점 매장의 타인 양도 금지, 권리금 포기를 명시한 특약 사항을 추가했다. 이는 만약 현재 업주가 제과점을 그만 두고 나가는 경우, 타인에게 매장을 양도하지 못하고 탑마트에 영업권을 반납해야 하고, 자신이 입점할 당시 이전 업주에게 지급한 권리금 역시 고스란히 날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특약사항에 동의하지 않는 업주에게는 재계약을 거부해 업주들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크게 반발하는 마찰을 빚었다.

올해 2월에는 서원유통이 납품업체 직원에게 부당한 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 번 갑질 논란이 일었다. 납품업체에서 파견한 판촉사원에게 자사 제품도 아닌 제품들의 판매까지 떠맡긴다든지, 마트 직원들의 저녁식사 준비와 화장실 청소까지 시켰다는 것이다. 파견 직원들은 밉보이면 거래가 끊길 수도 있고,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경우 직장을 잃게 될까 두려워 참고 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2011년 제정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 유통업법)’은 대규모유통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자의 종업원을 파견받는 부당한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제12조에서 납품업자로부터 종업원을 파견받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제보 등을 통해 서원유통의 납품업체 직원 부당 동원 등 법위반 혐의를 파악했으며, 공정위 부산사무소는 서원유통에 대한 조사 결과를 최종 제재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 회의에 상정한 상황이다. 검찰 고발이나 과징금 부과 등 어떤 제재조치가 이루어질지는 당초보다 늦어진, 8월 초 정도에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지역 타깃 1순위’라 회자되고 있는 서원유통의 갑질 사례에 대해 온라인에서는 “어느 정도는 서로 도와가며 일하는 게 맞지만 정말 불합리하고 고쳐야할 부분은 고쳐져야 마땅하죠”, “갑질이 탑이라서 탑마트”, “이기회로 인해 부당한 것들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보도자료 취합 / 정리 김다예 기자

◆ 대형마트 3사, 갑질 때문에 수백억 과징금

대형마트 3사는 갑질 등의 불공정행위로 인해 지난 5년간 총 277억 800만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했다. 주로 납품업체의 직원을 별도의 계약 없이 마음대로 부리거나, 마트 측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을 납품업체에게 전가시키는 등의 횡포가 적발돼 규제당국으로부터 제재조치를 당했다. 공정위에 적발돼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들 이외에도 납품업체에게 ‘빌려달라’는 명목으로 납품대금에서 몇천만원씩을 공제한 후에 지급한다거나 상품권 수 천 만원어치를 강매하는 등 힘 없는 납품업체들을 쥐어짜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갑의 횡포는 이미 심각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 정리 김다예 기자

◆ ‘솜방망이’ 아닌 끈질긴 ‘철퇴’가 약

그동안 대기업 조사에 있어 공정위는 이른바 ‘솜방망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 갑질 기업들이 취한 이익에 비해 과징금의 규모가 턱 없이 적고, 그마저 소송을 통해 감경되거나 면제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상조 체제 출범 이후 공정위는 유통업계를 정조준하며 적극적으로 현장조사를 벌이고 기업에 대한 검찰고발을 하는 것은 물론, 각종 시행령·고시를 개정하는 등 갑질 근절을 위해 당장 공정위의 권한으로 가능한 분야들부터 하나 둘씩 이행해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22일에는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등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과징금 기준을 2배로 올리는 내용의 고시 개정안을 발표하며 규제의 칼끝을 더욱 날카롭게 벼리는 모양새다.

지난 6월 29일 한국소비자원 30주년 기념식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밝힌대로 공정위가 “예측가능성, 일관성, 지속가능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나감으로써 솜방망이라는 오명을 벗고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강력한 버팀목으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의 변 :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의 다수는 양극화와 그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이 낳은 결과들이다. 특히 불평등의 극단으로 치달은 갑을관계에서 갑의 탐욕과 횡포 때문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안타까운 생명이 이미 여럿이다. 이에 <뉴스워커>는 경제적 불평등과 부조리를 넘어서 서민의 목숨마저 위협하고 있는 대기업의 ‘갑질’ 논란을 집중 조명하고 해당 기업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봄으로써,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고 상생해법을 모색하는 ‘갑의 횡포,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시리즈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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