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_생명업계 진단 ①흥국생명] 2021년 1분기는 스포츠계 학폭 논란의 서막은 흥국생명보험(이하 흥국생명)의 여자배구단인 핑크스파이더스였다. 이로 인해 여자 배구에서 강자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지만 결국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와 더불어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의 그룹 내 금융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약화론까지 제기됐다. 실제 이 전 회장은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고려저축은행 주식의 처분을 명령받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현재 56.3%의 지분율로 공고한 지배력을 미치고 있지만 흥국생명에 대한 주식 처분 조치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로 떠오르며 이마저도 불확실해졌다. 이처럼 외적 요인에 의해 여러 모로 고초를 겪고 있는 동시에 재무건전성 악화와 수익 부진으로 내부적으로도 한계에 부닥친 듯 한 모습이다.
보험 손익 이어 투자 손익도 바닥.. 부진한 수익성 언제쯤 반등하나
흥국생명의 최근 3년 간 별도기준 실적은 불안정해 보인다. 2019년에는 4조4009억원의 매출액을 내며 전년 대비 234억원 감소했다. 보험료 수익 등이 감소하며 나타난 결과다. 반면 영업비용이 줄어든 덕분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증가했다. 2020년 들어선 후 영업수익이 2년 전 수준에 미치지 못했지만 4조561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투자 부문 손익을 증가시키기 위해 외화자산 등을 늘리며 외화환산 및 거래손실이 1925억원이 계상되며 영업비용이 증가해 영업이익은 3년 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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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형사(흥국, DGB, 미래에셋, KDB, DB, 신한, 오렌지라이프, 하나, KB, IBK연금, NH농협,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개인보험 수입 보험료에서 흥국생명의 수입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1%대에 불과하다. 12곳의 국내 중소형사의 2020년 개인보험 수입 보험료는 24조원 이상이었으나 흥국생명은 이중 11.8%에 해당하는 2조8606억원의 보험료를 챙겨갔다. 국내 중소형사의 수입 보험료 규모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은 결국 흥국생명의 보험 관련 수익도 덩달아 줄어든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해 더욱더 큰 문제다.
흥국생명의 보험손익은 3년 내 적자였다. 2018년 4333억원, 2019년 3676억원, 2020년 3319억원의 영업 적자를 연속으로 냈지만 다행히 적자 폭은 줄었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의 장기전과 자본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보험산업의 수익성이 계속 둔화된 상황에서 보험손익이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질지 알 수 없다. 아무리 시중의 유동성이 확대되더라도 보험에 대한 수요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보험 부문 수익성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투자 부문 손익도 지지부진하다. 업계 투자손익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투자손익을 내고 있어 한동안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놓기 어려워 보인다. 업계에서 2조원 넘는 투자손익을 거둬들이는 동안 흥국생명은 이에 3% 정도에 그친 투자손익을 냈다. 2018년과 2019년 사이 투자손익은 업계 평균이 감소했으나 되레 증가했으나 2020년에는 7490억원으로 3년 중 가장 적었다. 시장 자체의 특징에 따라 보험 수익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투자 수익도 좋아져야 하는데 아쉬운 면모다. 물론 국내 소형사에 해당하는 흥국생명의 기업 규모를 고려해보면 평균 치에 부합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흥국생명의 유가증권 등의 운용 내역에 따르면 국공채, 특수채 등의 안전 자산에 중점을 둔 투자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 손익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국공채 비중은 2018년 17.93%에서 2021년 1분기 24.6%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대체투자 비중을 확장시키면 투자부문 손익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꾀해볼 수 있지만 섣부른 판단 역시 흥국생명에 독이 될 수 있다.
위험 관리 능력 및 재무 건전성은 업계 ‘바닥수준’, 신지급여력제도 新제도 도입 예정에 비상
건전성 역시 업계에서 바닥이다. 보험업계 건전성 지표로 사용되는 지급여력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것이며 업계 평균이 200% 후반대로 유지되는 반면 흥국생명은 이보다 약 100%p 낮게 유지되고 있다. 또한 업계 평균 치가 2018년에서 2020년 사이 상승하는 동안 흥국생명은 동기간 185.6%에서 172.1%로 떨어졌다. 보험업 법에 따라 100% 이상 유지할 시 별도의 조치는 취해지지 않지만 생명보험사 중 최하위 수준의 지급여력비율이라는 타이틀은 분명히 오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2023년 도입 예정인 신지급여력제도(K-ICS)와 IFRS17 적용으로 인해 흥국생명 역시 재무건전성 등을 회복시켜 위험 관리 능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제도 등의 도입은 생명보험산업의 생존 직결 과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말에는 금융감독원 측에서 흥국생명에 유가증권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과 관련해 지적한 바 있다. 가치 훼손으로 인해 손상차손이 발생한 유가증권을 정상 처리한 것이 문제가 됐다. 유가증권 건전성 분류 기준 변경에 따라 부실자산 비율이 소폭 증가했다. 비율만 따져보면 1%도 안 되지만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연평균 26%로 가중부실자산이 늘어났다. 2018년 145억원 상당의 가중부실자산이 2년 새 96.6% 늘어나 285억원이 됐다. 올해 1분기 말에는 278억원으로 규모는 줄었지만 앞으로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코로나 타격으로 모든 산업이 어려운 경기 불황일 때는 유동성비율도 체크해야 한다. 유동성자산에서 평균지급보험금을 나눠 산출한 흥국생명의 유동성비율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냈다. 2019년 164%의 유동성비율은 이듬해 132%로 떨어지더니 2020년 1분기 말 기준 101%로 31%p나 급감했다. 평균 지급된 보험금의 규모는 매해 늘어났지만 이와 반대로 유동성 자산의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건전성 악화에 이어 유동성에도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근본적으로 수익성 개선만이 건전성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2021년 보험산업은 저성장 추세로의 회귀가 전망되는 가운데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도 역성장이 우려된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흥국생명은 반드시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건전성 지표에서 12개사 중 꼴찌라는 불명예까지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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