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이 주연한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지난 추석 개봉한 빅3 중에서는 가장 나은 성적을 거뒀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강동원이 주연한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지난 추석 개봉한 빅3 중에서는 가장 나은 성적을 거뒀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대형 배급사들이 추석 연휴 직전 일제히 내놓은 텐트폴 3총사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보름이 지난 시점에 관객 30만 명에 턱걸이한 작품도 있어 최근 찬바람이 부는 한국영화계의 현실을 실감하게 했다.

13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12일까지 총 179만 관객을 동원했다. 강동원을 전면에 내세운 이 영화는 추석 텐트폴 영화 중 가장 높은 예매율을 기록한 기대작이다. '초능력자' '검은 사제들' 등 이미 초자연 소재 영화로 익숙한 강동원은 웹툰을 바탕으로 한 '천박사 퇴마연구소'에서 스타성을 다시 입증했다.

'천박사 퇴마연구소'는 '1947 보스톤'과 '거미집' 등 경쟁작 중에서는 가장 나은 성적을 거뒀다. 다만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예상 외로 흥행성적이 저조하고 신작들의 도전이 거세 영화의 손익분기점인 240만 관객 돌파가 쉽지 않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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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 감독과 하정우, 임시완이 합작한 '1947 보스톤'의 상황은 더하다. 이 영화의 관객 수는 12일까지 총 87만 명으로 '천박사 퇴마연구소'의 절반 수준이다. 흥행 마술사 강제규 감독이 연출했고 최근 조명받는 서윤복의 이야기를 다뤘음에도 흥행 성적은 예상치를 밑돌았다. '1947 보스톤'의 손익분기점은 450만 명이다.

영화 '거미집' 포스터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영화 '거미집' 포스터 [사진=바른손이앤에이]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가 선을 보인 '거미집'은 12일까지 총 30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월드스타 송강호의 출연, 그와 함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합작한 김지운 감독의 연출작이라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스타 배우, 감독이 뭉쳐 만든 '천박사 퇴마연구소' '1947 보스톤' '거미집'의 흥행 부진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뚜렷한 한국영화의 침체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극장가를 찾는 발길이 갈수록 줄어드는 등 영화 생태계의 극심한 변화도 보여준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극장가는 위기의 연속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애플, 아마존 등 대형 OTT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쏟아내고, 오랜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화 소비 플랫폼이 극장에서 TV와 스마트 기기로 옮겨간지 오래다.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극장들의 관람료 인상은 여전히 악수로 평가된다. 

뭣보다 과학계에서 경고하는 또다른 팬데믹이 닥칠 경우, 코로나19 때처럼 극장들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아직 없다는 사실은 한국영화의 위기와 맞물려 우리 영화계의 큰 부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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