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년간 출생아 수 1/3로 뚝 떨어져

- 65세 이상 고령인구 4천만 명 육박

- 저출산 대책 신중히 다뤄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들이 줄어든 만큼 일할 수 있는 사람도 감소한다. 일본의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2년 기준 7,420만 명으로 근 1년 만에 30만 명이 사라졌다. 아직까지는 생산연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59.4%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비중은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2060년이면 이마저도 4,795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 인구의 절반이 채 되지...[본문 중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들이 줄어든 만큼 일할 수 있는 사람도 감소한다. 일본의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2년 기준 7,420만 명으로 근 1년 만에 30만 명이 사라졌다. 아직까지는 생산연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59.4%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비중은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2060년이면 이마저도 4,795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 인구의 절반이 채 되지...[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기획]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의 사회를 답습하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이하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인 0.6대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는데 지금의 추세라면 인구 감소는 물론 초고령사회는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보다 저출산 시대를 앞서 맞이했던 일본은 어떨까. 이미 수많은 매체와 자료로 공개된 실상만 보더라도 저출산고령화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레 붙여질 정도로 일본은 인구학적 위기를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있다.


사라진 아이들, 높은 양육비와 경력단절


국제연합(이하 UN)의 세계인구 전망보고서(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2)에 따르면 일본은 2008년부터 인구가 꾸준히 감소해 왔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충격적인 통계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당시 성인이 된 2005년생 여성 중 42%가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답변했는데 이는 2022년 출생아 수 77만 명이라는 최악의 숫자로 미래의 불안을 암시했다. 1899년 통계를 시작한 이래 출생아 수가 80만 명 밑으로 떨어진 첫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참고로 베이비붐이 한창이던 1949년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는 약 270만 명이다. 70년 만에 출생아 수가 1/3수준으로 뚝 떨어진 셈이다.

일본의 출산율은 20221.26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이후 약간의 반등세가 있었다. 가장 최근 통계로는 1.34~1.37로 집계되는데 여전히 안정적인 수치는 아니다. UN이 정한 최소한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의 마지노선은 2.1이다. 지금은 전 세계 인구의 2/3가 출산율 2.1 미만에서 살고 있다. UN2100년이면 단 10여 개국을 제외하고는 출산율 2.1 미만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일본의 도시화(urbanisation)가 깊게 자리잡고 있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인구가 도심으로 몰렸고 사회경제적 경쟁은 극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밀집화 현상과 굉장히 유사한 대목이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근로시간이 점차 길어지고, 도심에서 키우는 자녀의 교육비는 천정부지로 솟는다. 도시의 높은 생활비용은 고스란히 양육비와 연결된다. 전 세계에서 양육비가 가장 높은 나라 상위 3개국에는 1위 중국, 2위 한국, 3위 일본이 자리한다. 본 기사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중국도 저출산의 늪을 경계하는 대표적인 동아시아국 중 하나다.

그리고 육아의 비중이 더 높았던 옛 일본 여성과는 달리 지금의 청년층 여성들은 경제적 활동과 커리어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가족을 구성하기 위해 육아를 전담했던 과거 어머니 세대들과는 달리 삶의 에너지를 자신에게 더 많이 쏟는다. 출산으로 인해 자신의 경력이 단절되는 것보다 현재의 스펙을 업그레이드하고 급여를 올리는 것에 집중한다. 일본 여성근로자의 임금이 남성보다 20%가량 적은데 이러한 요인도 여성의 사회적 진출에 대한 의욕을 부추기고 있다.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이 늘어났고 이는 출산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켰다. 출산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고령화의 불씨, 위협 받는 사회보장제도


출산율이 떨어지면 당연히 인구도 줄어든다. UN은 일본의 인구가 2050년까지 1490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고 2060년이면 8,700만 명까지 급감한다고 보았다. 지난해 기준 일본 인구는 약 12,263만 명인데 여기서 거의 4,000만 명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처럼 인구가 점진적으로 감소하면서 발생되는 문제가 바로 고령화다. 지금 일본은 초고령사회 단계인데, 이는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현재 일본의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29.8%, 3,650만 명이 노인이다. 쉽게 말해 10명 중 3명이 고령자란 의미다. 더 나아가 75세 이상 인구는 1,93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 80세 이상은 10%. 세계 대표 장수국다운 면모는 다음 통계에 있다. 100세 이상 인구는 국민 1,500명 중 1명꼴로 92,139명이다. 사회 교과서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는 현실이 되고 있다. UN2060년이면 일본 인구의 39.9%, 10명 중 4명이 노인들로 구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이들의 공백을 노인들이 채우는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들이 줄어든 만큼 일할 수 있는 사람도 감소한다. 일본의 생산연령인구(15~64)2022년 기준 7,420만 명으로 근 1년 만에 30만 명이 사라졌다. 아직까지는 생산연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59.4%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 비중은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2060년이면 이마저도 4,795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 인구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여기서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극도의 우려를 표명한다. 경제를 둔화시킬 요인 중 하나인 생산연령인구의 감소가 노인부양률(The old-age dependency ratio)’의 과도한 상승을 견인하기 때문이다. 노인부양률이란 생산연령인구 100명 당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다. 고령 인구의 비율이 높을수록 일하는 사람은 줄고 은퇴자만 늘어난다는 의미다. 현재 일본의 노인부양률은 100명 당 48.6명이다. 2050년이면 이 비율은 100명당 79명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는 국가의 사회보장제도(Social Security System)를 억누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적은 노동인구는 국가의 세수입을 감소시키고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각종 공공지출은 늘어나며 동시에 공적연금에 대한 수급지출도 기하급수적으로 증대된다. 결국 저출산과 고령화에서 시작한 인구 감소는 한 나라의 사회경제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


기시다 총리 아이들이 미래다


이제는 더 이상 인구학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판단한 일본 정부는 어린이 미래 전략(こども未来戦略)’을 발표했다. 내용은 간단하다. 2060년까지 인구 수를 1억 명으로 유지한다는 목표로 출산율을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만 연간 35,000억 엔(31조 원)을 투입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아이가 없는 국가에 미래는 없다는 기조로 향후 3~5년간 해당 프로젝트를 꾸준히 지속하겠다고 공표했다.

어린이 미래 전략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크게 3가지 모델로 구성돼 있다. 첫째, 금전적 지원이다. 소득 구분 없이 최대 50만 엔(440만 원)의 출산 보조금을 지원하고 다자녀 보조금 등을 추가로 제공한다. 둘째, 보육 서비스다. 임시, 산후, 보육, 환아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 맞춰 돌봄센터를 지원한다. 셋째, 문화 개혁이다. 근무시간 단축부터 임금 인상, 연장근로 및 야간근로의 조정, 성별에 따른 육아 역할의 전환과 분담 등 가정과 기업의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보수적인 문화를 바꾸려는 시도가 거의 없었다. 한 예로, 육아휴직제도가 운영되고 있음에도 사용률이 낮은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가장의 역할이 큰 남성의 경우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인사고과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여기에 여성근로자에게 씌워진 유리천장은 경력과 육아의 저울질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회적 지위를 부여했다. 이러한 문화와 관습이 현재 일본의 인구학적 위기를 초래한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인구학적 위기의 글로벌화, 머지않아


UN2050년이면 일본뿐 아니라 소득이 높은 주요 55개국 이상의 나라도 저출산과 고령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인구학적 위기는 폐쇄형 국가의 대표격인 북한에서도 드러날 만큼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국어머니대회를 통해 여성들에게 더 많은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출산율 감소가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이제는 우리나라다. 윤석열 정부도 저출산 위기를 직감했고 대통령 직속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미래의 국정과제를 짊어지며 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총선까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이번에도 저출산 위기를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각색하겠다는 우려는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인구학적 위기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를 모두 아울러 해결해야 하는 국가 존속의 중대한 문제다. 이것마저 정치화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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