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 카드에 강화된 소비자 보호 대책 발표...국내 이커머스 업계 위협

세부적으로 우수한 한국 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조달(소싱)센터를 설립하고 오는 6월에는 수출 플랫폼 기능을 할 글로벌 판매 채널도 개설할 계획이다. 알리익스프레스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라자다', 스페인의 '미라비아' 등 알리바바 계열의 해외 쇼핑 앱에서도 한국 상품을 넣을...[본문 중에서]
세부적으로 우수한 한국 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조달(소싱)센터를 설립하고 오는 6월에는 수출 플랫폼 기능을 할 글로벌 판매 채널도 개설할 계획이다. 알리익스프레스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라자다', 스페인의 '미라비아' 등 알리바바 계열의 해외 쇼핑 앱에서도 한국 상품을 넣을...[본문 중에서]

중국의 대표 직구업체 알리익스프레스의 모회사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시장에 1조 5000억원투자를 계획하면서 한국 시장 공략을 더욱 본격화한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정부가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예고한 지 하루 만에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안에 대규모의 물류센터를 설립하고 국내 인재 대거 채용으로 경쟁력을 보다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소식에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대형물류센터 건립"과 "90일 이내 100% 환불" 등 다양한 혜택 제공 예정


알리바바는 최근 한국 사업 확대를 위해 3년간 11억 달러(약 1조4471억원)를 투자한다는 사업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하여 알리바바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한국에서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며 한국 로컬 셀러(판매자)와의 협력, 소비자 보호,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장기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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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2억 달러(약 2632억원)를 투자해 올해 안에 국내에 18만㎡(약 5만4450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것은 축구장 25개와 맞먹는 규모다. 쿠팡 내 최대 물류센터인 대구 물류센터의 2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물류센터가 생기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배송 기간이 크게 단축돼 플랫폼의 경쟁력도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초저가 상품뿐만 아니라 한국의 브랜드 상품까지 입고시켜 1~2일 이내 배송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를 지원하는데 1억 달러(약 13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 우수한 한국 상품을 발굴하기 위한 조달(소싱)센터를 설립하고 오는 6월에는 수출 플랫폼 기능을 할 글로벌 판매 채널도 개설할 계획이다. 알리익스프레스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라자다', 스페인의 '미라비아' 등 알리바바 계열의 해외 쇼핑 앱에서도 한국 상품을 넣을 방침이다. 이를 통해 3년간 5만 개에 달하는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수출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 시장 진출 이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소비자 보호에도 1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정부가 소비자 보호 대책이 미흡하다며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제재를 예고한 지 하루 만에 강화된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한편 정부 부처는 해외 플랫폼과 관련한 짝퉁 판매 및 유해매체 유포 등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응에 나선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직구 e커머스 플랫폼을 겨냥하여 소비자보호법 등 국내법을 차별 없이 집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독과점 지위 형성 등을 위한 해외 온라인 플랫폼의 경쟁제한 행위 및 국내 입점업체 대상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계속 이어간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해외 플랫폼 기업에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외 e커머스 플랫폼이 국내에 영업소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전자상거래법상 소비자 보호 의무를 이행하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이러한 규제 예고에 알리바바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300명의 전문 상담사가 있는 고객서비스센터를 공식 개설해 빠른 상담으로 소비자 불만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고객센터 전화상담 서비스 개시에 따라 알리익스프레스 고객들은 전화로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상담받을 수 있다.

직접구매(직구) 상품의 경우 구매 후 90일 이내에는 이유를 불문하고 별도의 증빙 없이 반품 및 100% 환불이 가능하게 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알리의 경우 90일 조건이 배송일이 아닌, 결제일 기준이긴 하지만 유통업계는 파격적인 조치로 평가한다. 알리는 지금까지는 결제 15일 이내에만 반품 및 환불을 받아줬다. 이 기간을 약 6배 늘린 것이다. 직구 상품이 위조 상품이나 가품으로 의심되면 100% 구매대금을 돌려준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최대 약점인 가품 차단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플랫폼 내 가품 의심 상품을 걸러내고 한국 브랜드의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데 1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가품 의심 상품을 취급한 5000개의 셀러를 퇴출하고 182만4810개 위조 의심 상품을 삭제 조치했다. 또 해당 기간 위조 의심 상품을 구매한 한국 소비자로부터 4만2819건의 환불 요청을 받아 4만2476건을 환불 조치했으며 나머지는 환불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알리바바는 이러한 투자를 통해 3년간 3000개의 직간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알리바바의 적극적인 대규모 투자 계획이 국내 쿠팡, 11번가 등 이커머스 업계에게는 큰 위협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앱 시장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종합몰 애플리케이션(앱) 사용 순위에서 알리익스프레스 이용자 수는 818만명으로 쿠팡(3010만명)에 이어 2위를 기록할 만큼 이미 영향력이 커진 상태라고 한다. 국내 대표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광고 수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커머스 기업이 국내시장 점유율을 높여 커머스 사업에 위협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누리꾼은 다양한 반응 보여...최근 중국 쇼핑 플랫폼 국내서 폭발적 성장


알리의 한국 진출 본격화와 관련해 누리꾼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갑자기 알리나 테무가 진출한 이유를 모르겠다. 정부는 상호주의에 따라 막아라",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도 중국 플랫폼 이용하면 안 된다. 결국에는 중국에 종속돼 한국기업들은 파산한다", "알리에서 몇천 원 하는 저가물품들 구매했는데 못 쓰는 게 대부분이니 가격 저렴하다고 무조건 구입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알리 상품 주문했는데 두 달째 배송 중이다. 개인정보도 유출된다고 해서 이제 안 쓴다"와 같은 부정적인 의견들도 있었다. 반면 "좋고 싫고, 정치적 내 편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막을 수가 없는 현상이다. 외국 기업이 한국에 와서 사업을 한다는데 어떻게 막을 수 있냐?", "글로벌 시대 어디든 제품 좋고 싸면 사는 것이다. 요즘 중국산 아닌 것이 어디 있나?" 등의 의견도 나왔다.

한편 중국 쇼핑 플랫폼들은 국내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비자들의 중국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액은 3조 2873억에 달했다. 전년 대비 121% 급증한 규모다. 다양한 상품들을 저렴한 값에 직구해서 재구매 의향이 있다는 후기들이 많다. 자취를 시작한 한 직장인은 자취방 인테리어를 대부분 알리에서 해결했다고 전했다. 어차피 국내에서 사도 중국산일 텐데 며칠 기다리더라도 알리로 사는 게 이득이라고도 덧붙였다. 직구의 최대 단점인 배송비와 복잡한 절차가 없어서 구매자들이 합리적인 소비를 했다고 생각하는 점이 크다. 다만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오히려 충동적이고 불필요한 지출이 늘기도 해서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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