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진단서, 고작 집행유예...? 뿌리 뽑을 방법 없나
![서울의 한 정형외과는 허위로 후유장해진단서(사고나 질병 이후, 남은 장애의 정도를 의학적으로 증명하는 진단서)를 발급하여 환자들을 유치하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를 알고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허위진단서를 가지고 보험사 20여 곳에서 총 3억원이 넘는 보험금을...[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412/361497_377030_5914.jpg)
인적 사항 속여 허위진단서로 보험금 7억원 넘게 챙겨
환자의 신원을 속여 받은 허위진단서로 보험금을 받아 챙긴 일당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23일, 대구지법 형사4단독(부장판사 김문성)은 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손해사정사 A 씨와 보험설계사 B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으며, 공범인 보험설계사 C 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 1월, 대구의 한 영상의학과 의원에서 뇌 질환 환자인 C 씨를 아무런 질환이 없던 A 씨인 척, 허위로 인적 사항을 작성하여 진단서를 받은 후, 보험회사 14곳에서 보험금을 받거나 보험료 납부를 면제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통해 이들이 얻은 이득은 모두 7억6700여만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기관은 범행을 공모한 B 씨가 A 씨, C 씨와 함께 범죄 수익금을 나누며 최소 1500만원 이상 챙겼을 것으로 봤다.
이에 재판부는 “보험설계사로서 보험금 청구 대행을 하며 보험 상품과 제도에 잘 알고 있으면서,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의료기관을 속였으며, 피해 보험사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참작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지난 7월에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보험사기에 연루된 보험사 및 법인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 49명을 대상으로 영업정지와 등록 취소 등 무더기 제재를 내린 바 있다. 당시 제재 대상에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신한라이프생명 등 대형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도 대거 포함되어 논란이 되었다. 이들은 고의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정상적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처럼 사고를 접수하기도 했으며, 실제로 도수 치료를 받지 않은 일자가 기재된 허위진료확인서를 발급하거나, 여러 치아의 치조골이식술을 동시에 받았음에도 각기 다른 날짜에 수술한 것처럼 허위 진단서를 발급하는 등 보험금을 부당하게 편취했다.
보험설계사와 의사가 결탁하면 문제는 더욱 커져
심지어 보험설계사와 병원이 공모하여 허위진단서를 발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11월, 피보험자들에게 보험 상품에 가입시킨 후, 특정 병원에서 허위진단서를 발급받아 37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챙긴 일당이 검거됐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46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20년 7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보험 상담을 받으러 오거나 모집된 피보험자들에게 “거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라며 뇌·심혈관 질환 관련 보험 상품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가입시켰다. 이후 의사와 공모하여 뇌·심혈관 질환 허위진단서를 받아 21개의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37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심혈관 질환의 경우, 보험사가 증명하기 까다롭다는 점을 악용하여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일당은 1인당 최대 3억5000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수령하였으며, 공모한 의사들은 과잉진료 및 입원을 통한 검사비, 요양급여, 환자 유치 등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경찰은 “보험사기 범행은 비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과다한 보상으로 보험료 인상 등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라고 전하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첩보 수집과 단속을 강화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정형외과는 허위로 후유장해진단서(사고나 질병 이후, 남은 장애의 정도를 의학적으로 증명하는 진단서)를 발급하여 환자들을 유치하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를 알고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허위진단서를 가지고 보험사 20여 곳에서 총 3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받았으며, 이렇게 부정하게 받은 보험금 일부는 손해사정사에게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만일 의사가 허위진단서를 작성했다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7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과거부터 이어진 허위진단서 악용... 시스템 구축 절실
한편, 허위진단서로 병역 기피를 시도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8일 20대 남성 D 씨는 우울증 증상이 있다고 속여 받은 허위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해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4급)판정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병무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신질환을 이유로 병역을 회피하려다 적발된 사례는 115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허위진단서는 단순히 보험사기뿐만 아니라 병역 기피에도 악용되는 중이다. 특히, 과거부터 허위진단서로 보험사에 보험금을 편취하고 병역 기피에 허위진단서가 악용되어 적발된 경우가 상당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이를 선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허위진단서에 대한 처벌기준과 진단서 검증절차를 더욱 까다롭게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허위진단서가 발행되거나 과도하고 불필요하게 진단서가 발행되더라도 실시간 검증 시스템이 구축되어있지 않아, 내부 고발과 모니터링 단속 강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많은 이들이 진단서 검증 시스템 구축과 정책 마련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피의자 대부분에게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있어 처벌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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