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압박이 효과를 발휘하는 모양새다.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 결정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4월 2일 예정된 상호 관세 발표가 작용한 듯싶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와 반도체, 그리고 약품 등에 대해 품목별 관세와 상호 관세를 동시에 부과하겠다고 공언해...[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03/372811_391654_3723.jpg)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이 통 큰 투자를 결정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3월 24일(미국 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2028년까지 210억 달러(한화 31조)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뒤 한국 기업 최초의 대형 투자 계획 선언이었다.
트럼프는 정의선 회장의 발표에 미국에서 생산하는 현대 자동차는 관세를 지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번 현대차 투자는 올해부터 시작해 4년 동안 연간 120만 대의 자동차 현지 생산 체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는 이번 투자에 자동차뿐만 아니라 부품·물류·철강, 그리고 미래 산업·에너지 등이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현대차가 86억 달러를 투자하고, 부품·물류·철강 부문에서는 자동차와 함께 미국에 진출한 부품·물류·철강 그룹사가 61억 달러를 투자한다. 그리고 미래 산업·에너지 부문에서 63억 달러를 투자한다.
현대차는 이미 미국에 36만 대 생산 규모의 현대 알라배매 공장과 34만대 생산 규모의 기아 조지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30만 대 생산 규모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이번 투자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의 생산 규모를 20만 대 더 늘려 총 50만 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기존 100만 대 자동차 생산에서 120만 대 자동차 생산으로 확대가 이루어진 셈이다.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의 생산 규모 확대로 부품의 현지화율을 높이고 배터리팩 등의 현지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점은 270만 톤의 강철을 생산할 수 있는 전기로 제철소를 미국 루이지애나에 건설하기로 한 선언이다. 그 결과 현대차는 미국에서 자동차뿐만 아니라 철강까지 생산하게 되어 미국 내 생산에 관세를 전혀 낼 필요가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화답은 이런 사정에 기인한다.
그런데 왜 현대자동차는 대규모 미국 투자 결정을 내리게 됐을까?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 결정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4월 2일 예정된 상호 관세 발표가 작용한 듯싶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와 반도체, 그리고 약품 등에 대해 품목별 관세와 상호 관세를 동시에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런데 현대차가 선제적으로 현지 투자 발표를 함으로써 상호 관세를 피하려고 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현대차에 미칠 영향을 시장에서는 이전부터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NICE신용평가는 미국의 관세 인상이 현대차의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현대차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특히 2025년 완공되는 조지아 공장의 생산 물량이 증가하더라도 미국 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봤다. 비슷하게 한국신용평가 역시 현대차의 실적의 40%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하기에 관세 인상이 실적 저하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게다가 멕시코와 국내 생산에 대한 관세 인상 여파로 현대차 생산량의 2/3가 관세 리스크에 노출된 것으로 측정했다.
그런데 현대차가 이번에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하기로 함으로써 관세를 회피하는 데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3월 25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현대차의 투자 확대 결정을 관세를 줄이기 위한 시도로 평가하며 현대차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슷하게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같은 날짜 인터뷰에서 현대차의 이번 투자 결정을 미국의 관세 극복을 위한 조치로 보고 현지 브랜드와 협업이 더해져 효과가 배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현대차의 이번 투자 결정은 한국에도 호재로 작용할 듯싶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현대차가 미국에 투자를 약속해 한국이 관세를 피하거나 적어도 다른 나라보다 더 낮은 관세를 적용받도록 도울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미국 내 투자 결정에 국내 대기업은 압박을 받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품목별 관세는 보류하더라도 상호 관세는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역 적자 규모가 큰 국가를 중심으로 관세를 발표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미국의 무역 적자국 8위 우리나라로선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특히 걱정스러운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에 관세 부과를 시사했다는 것이다. 전임 바이든 정부 때 보조금 지급을 약속받고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삼성전자와 SK로선 추가 투자를 고심해야 하는 사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과 R&D 시설을 짓기로 계획하며 3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SK도 인디애나주 HBM 패키징 공장과 R&D 시설을 짓기로 발표하며 38억 7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발표했다.
신원규 한국경제인협회 초빙 연구위원은 3월 25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현대차 외 한국 기업은 어떤 식으로든 미국에 긍정적 인상을 주기 위해서라도 설비 증설 등을 계획할 것으로 예측했다. 익명의 전자업계 관계자는 같은 날 뉴스1과 인터뷰에서 공장 증설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 고민이라는 속내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 발표 회견장에서 현대차의 투자가 관세로 상대를 압박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앞으로도 관세 압박을 계속해 원하는 것을 얻어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 기업의 고민이 짙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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