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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신성이엔지 대표

신성이엔지(대표이사 이지선)는 1977년 설립된 청정 환경 및 재생에너지 전문 기업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 생산에 필수적인 클린룸·드라이룸 설비를 공급, 고정밀 제습 기술을 기반으로 드라이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신성그룹 이완근 회장의 차녀인 현 이지선 대표이사로 8.11%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2020년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2021년 최대주주가 되었다. 계열사는 신성솔라에너지, 신성이엔지베트남, 신성이엔지 USA가 있다.

태양광 사업에서는 고효율 모듈과 BIPV 제품 ‘솔라스킨’을 통해 국내외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북미, 유럽 등지로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스마트팩토리 구축과 산업용 공기질 개선 제품도 개발 중이다.

하지만, 클린룸·태양광 설비 전문 기업 신성이엔지가 결국 적자로 돌아섰다. 3년 연속 실적 부진에 이어 2024년에는 순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무리한 사업다각화와 산업 경기 둔화, 사회적 갈등 등 복합적인 악재가 겹친 결과다.

신성이엔지는 돌파구로 데이터센터 및 글로벌 EPC 사업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치열한 시장 경쟁과 악화된 대외 환경 속에서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하다.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등에 업고 나선 친환경 산업이 역설적으로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그린 패러독스’가 전면에 떠오르고 있다는 시선이 커지고 있다.


계속되는 실적 하락, 사업 다각화·환경 갈등·업황 둔화 삼중고… ‘그린 산업’ 지속가능성 시험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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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억원) 출처: 금융감독원

신성이엔지의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은 5,823억 원으로 전년(2023년 매출액 : 5,765억 원, 영업이익 : 73억 원, 당기순이익 : 152억 원) 대비 소폭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49억 원, 당기순이익은 –139억 원으로 돌아서며 적자 전환됐다.

2022년 342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전성기와 비교하면 수익성이 급격히 무너진 셈이다.

회사의 핵심 수익원인 클린룸 부문은 전체 매출의 약 90%를 차지하며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2024년 수주 총액은 6,5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41% 감소해 최근 3년 중 가장 저조한 수준이다.

기 납품액은 4,441억 원, 수주 잔고는 2,149억 원으로 모두 감소해 전반적인 실적 둔화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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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 출처: 금융감독원

재무구조 역시 부담 요인이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매출원가는 각각 5,879억 원, 5,101억 원, 5,209억 원으로 원가율이 88~89%에 달해 매출 대부분을 잠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신성이엔지는 한국동서발전, 한화이센셜, 삼성물산 등과 프로젝트를 수주했지만,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주요 고객사의 투자 속도가 느려지면서 실제 매출 인식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고정비는 지속 발생하는 반면 수익화는 늦어져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프로젝트 위주의 클린룸 사업은 공정 진행률에 따라 수익을 분할 인식하는 특성상 고객사 투자가 지연되면서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 리스크가 크다”고 설명했다.

사업 영역 대부분이 사회적 반발과 환경 갈등에 직면해 있다는 점도 문제다. 클린룸, 데이터센터, 태양광 단지는 대규모 자원 소모와 환경 영향을 동반하며 지역 사회의 저항을 불러오기 쉽다.

반도체용 클린룸 수요와 직결되는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 중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대표적인 사례로, 해당 프로젝트는 토지 보상 문제와 인허가 과정에서의 갈등 등으로 수년째 지연된 바 있다.

업황의 이러한 현실 속에서 다른 프로젝트의 일부 공정을 수주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신성이엔지 역시 수익화가 늦어지기도 한다.

국내 반도체·재생에너지 인프라 조성이 각종 인허가 문제와 사회적 갈등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가운데 해외 주요국은 ‘속도전’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은 행정과 공사 모두 신속함을 앞세운다. 과거 5년 가까이 걸리던 반도체 공장 건설을 22개월 만에 마무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구마모토현에 조성된 TSMC 제1공장은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신속한 행정 조율 덕분에 예정보다 빠르게 준공됐다.

인도의 대응도 눈에 띈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6월, 미국 마이크론의 반도체 조립·테스트·마케팅(ATMP) 공장 건설을 승인한 데 이어 불과 3개월 만에 관련 행정 절차를 완료하고 9월 착공에 들어갔다.

구자라트주 사난드 지역에 들어설 해당 공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으로 신속한 진행이 가능했다는 평가다.

태양광 부문에서도 환경 갈등이 발목을 잡고있다. 전북 고창의 폐염전 태양광 단지 조성 계획은 경관 훼손, 수질오염, 전자파 피해 등의 문제로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사업자의 일방적 추진과 지역 환원의 부족을 문제 삼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한국은 산업계와 지역사회 간 갈등 조율에만 수년이 걸리는 실정”이라며 산업 발전과 공급처 수익성 모두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새로운 돌파구 마련 노력... 성과는 미지수


신성이엔지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데이터센터 및 글로벌 EPC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삼성SDS 수원 데이터센터 서버룸 공사(43억 원)를 수주한 데 이어 추가 수주도 기대하고 있으며, 올해 1,0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성과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장 크다. 지난 4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칩과 제조 장비에 대한 신규 관세 도입 방침을 예고했다. 이는 회사의 클린룸 조성 및 태양광 설비 공급망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데이터센터 분야는 새로운 시장이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AI, 클라우드, 스트리밍 서비스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시장 역시 경쟁이 치열하다. AI, 클라우드,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으로 수요는 급증했지만, 국내 시장은 이미 네이버, 카카오, LG 등 대기업이 선점하고 있어 중견 기업인 신성이엔지가 격차를 좁히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실제로 많은 기업이 초기 진입 이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성이엔지의 위기는 친환경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은 시대적 과제지만, 지역 사회와의 갈등, 높은 설비 비용, 낮은 수익성 구조는 오히려 환경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

그린 산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지역과의 공존 전략과 정교한 정책 연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지속가능성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는 속도보다 조율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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