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적은 토트넘 승, 결승전 DNA는 맨유 승, 방출 위기! 토트넘에서 트로피 들어야...

드라마틱하다. 이런 멸망전이 또 있을까? 돌아오는 22일, 유로파 리그 결승전이 스페인 빌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린다. 맨유와 토트넘, 토트넘과 맨유. 두 팀 모두 프리미어리그의 빅6를 대표하는 구단이지만, 올 시즌은 아니다. 38라운드까지 진행되는 24-25시즌은 이제 겨우 1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지난 17일 37라운드 경기에서 토트넘은 빌라에게, 맨유는 첼시에게 또다시 패하면서 5월 내내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맨유가 승점 39점으로 16위, 토트넘이 1점 차로 17위. 강등권인 18위 레스터 시티의 승점이 25점인 것을 비교해 보면 최악의 상황은 넘겼지만, 이래서는 명문 구단의 체면이 안 선다.
22-23시즌에 맨유는 3위, 토트넘은 8위, 23-24시즌에 맨유 8위, 토트넘 5위. 최근 10시즌 동안 올 시즌을 제외하고 양 팀 합쳐 가장 낮은 성적은 8위. 빅6답게 두 팀 모두 6위권 내외의 성적을 늘 유지해 왔다. 10시즌 동안 단 한 번도 10위권 밖을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런 두 팀이 올 시즌은 챔스는커녕 강등을 걱정해야 했다. 양 팀 모두 사상 최악의 리그 성적에 결국 텐 하흐 감독은 중도 경질됐고 후임으로 아모링 감독이 부임 중이지만,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토트넘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유로파 우승을 해도 경질설이 흘러나오면서 사실상 다음 시즌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유로파 결승은 낭떠러지의 외나무 갈림길에서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승부이다. 우승한다면 그나마 체면을 살리면서 트로피와 함께 다음 시즌 챔스에 합류하며 빅6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은 회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패자는 한동안 복구하지 못할 깊은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갈 것이 자명하다.
한국 팬들에게도 이 대결은 큰 관심사다. 두 팀 모두 한국 팬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팀이다. 대선배인 박지성과 이영표. 그리고 이를 이어 당당히 세계적 스타로 우뚝 선 손흥민. 그러나 그의 시간도 많이 남지 않았다. 방출설이 돌고 있는 현재, 다음 기회란 없다. 맨유와 박지성, 토트넘과 이영표를 넘어 손흥민은 진짜 전설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맞전적과 결승전 잠재력으로 가늠해 보는 양 팀의 승부 예측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둘 다 최악의 시즌이라지만, 맞전적은 맨유가 더 심하다. 양 팀의 최근 8경기 맞대결을 보면, 토트넘 기준 4승 2무 2패로 우세하다. 올 시즌에만 한정하면 무려 3전 전승이다. 6라운드 맨유 원정 3-0 승리를 시작으로, 25라운드 홈 경기에서 1-0으로 다시 이겼고, 리그컵 8강전에서는 4-3이라는 접전 끝에 또 한 번 승리를 챙겼다. 최근 전적의 흐름만 보면 이번 결승이 토트넘 쪽에 기울어 보이는 게 당연하다. 상대 전적의 기세, 흐름, 그리고 심리적 우위까지 토트넘이 쥐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결승전은 또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경기다. 토트넘은 ‘우승권’과 가까운 팀은 아니다. 반대로 맨유는 리그 이외에도 컵이나 유럽 대항전 등등에서 우승권을 직접 노려왔고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년간 맨유는 리그컵, FA컵, 유로파 리그에서 총 4번의 우승과 3번의 준우승을 경험했다. 2016-17시즌 유로파 우승, 22-23 리그컵 우승, 23-24 FA컵 우승 등 최근에도 나름대로 꾸준하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반면 토트넘의 마지막 우승은 이영표가 뛰었던 2008년 리그컵이며, 이후 결승에 오른 세 차례(14-15, 20-21 리그컵, 18-19 챔스) 모두 패했다. 이 데이터를 감안하면, 단순한 ‘최근 전적’이 아닌 ‘결승전 체질’에서는 맨유가 앞선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결승은 단순한 전력 싸움이 아니라, 경험과 정신력의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흐름으로 보면 토트넘인데, 맨유가 지금껏 보여줬던 큰 무대에서의 전투 기질은 여전히 매우 큰 잠재력이다. 둘 다 사활을 걸긴 하겠지만, 결국에는 한 끗의 잠재력이 맨유로 기울어져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전설 차범근을 넘은 또 하나의 전설, 박지성과 이영표에게 있는 이것, 손흥민에게는 없다
맨유와 토트넘. 한국 팬에게 너무 익숙한 두 팀은 2002 월드컵 세대들의 해외 진출 이후 우리에게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했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축구 팬덤을 해외로 확장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2005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당시 박지성의 활약에 힘입어 최근 한 달 사이 1시간 이상 외국 프로축구 경기를 시청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이전 21.7%에서 그해 30.7%로 9.0%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들은 해외 축구 팬덤 개척의 상징적인 존재이자, 손흥민의 대선배들이다.
박지성은 맨유에서 뛰며 7시즌 205경기와 27골 25도움, 프로통산 434경기 58골 45도움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남겼다. 박지성은 그의 기록에 비해 유독 트로피를 많이 받았다. 프리미어리그 4회, 챔피언스리그 1회, 두 번의 리그컵과 클럽월드컵 우승까지... 이영표 역시 토트넘에서 92경기를 소화하며 기록상 큰 수치는 없지만, 2008 리그컵 트로피 하나를 남겼다. 이때의 우승 이후 지금까지 토트넘은 17년째 무관이다. 이영표가 다시 재평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잠시 이야기를 돌려, 유럽을 개척한 ‘살아있는 전설’ 차범근의 기록을 보자.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바이어 04 레버쿠젠에서 합계 11시즌들을 보냈다. 프로통산 372경기 121골 97도움의 압도적인 기록. 그리고 두 구단에서 UEFA컵 2회 우승 및 DFB 포칼 1회 우승을 달성했다. 키커 올해의 팀에 2회 선정되고, 또한 이후 스테판 샤퓌자에게 깨지기 전까지 분데스리가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 골 기록(98골)을 10년간 보유했다.
한국인이 유럽 클럽에서 300경기 이상 출전해 100골 이상 넣었다는 전설적인 기록은 30년이 넘은 후에야 우리가 지금 주목할 한 선수에 의해 깨지게 된다. 그 주인공이 바로 전설을 뛰어넘은 손흥민. 토트넘에서만 10시즌 동안 453경기 173골 96도움, 프로통산 618경기 222골 109도움. 200-100클럽 달성, 역대 한국인 최다 득점 및 아시아 선수 최초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PFA 올해의 팀, 아시아 최초 프리미어 리그 통산 100골, 발롱도르 후보, FA컵 득점왕, 토트넘 역사상 최다 도움 달성까지... 박지성과 이영표를 합쳐도 닿기 어려운 수치들이다.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말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선수이다. 그런 그가 이들 앞에 명함도 못 내밀 한 가지 흠이 있다. 바로 ‘트로피’의 부재. 그나마 비슷한 것이 있다면, 2018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 금메달로 인한 병역 혜택을 받은 것이 전부다. 이제 단 한 줄 남았다. 이것을 채워야만 전설적인 대선배들을 뛰어넘어 진짜 전설로 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 손흥민이 원했던 진짜 토트넘의 전설로 남는 기회는 단 한 경기뿐
주장을 달았지만, 암울한 시즌이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각계의 시각들, 그리고 연일 터지는 방출설과 이적설, 계약설. 직전 시즌, 리그에서 17골 10도움을 달성하며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이때도 이미 에이징커브에 대한 우려를 받고 있었다. 올 시즌은 리그 7골 9도움에 그치고 컵까지 하면 11골 12도움. 토트넘 이적 첫 시즌을 제외하면 리그에서 10골 미만이었던 시즌은 올 시즌이 처음이다. 이미 처박힌 리그 순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다. 경질설이 강하게 언급되고 있는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함께 팀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 사우디까지 가서 무관에 그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오른다. 이것이 유럽에서의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멸망전까지 몰린 드라마틱한 이번 시즌의 말미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장식하고 스토리 탄탄한 진짜 전설로 남을 수 있을지 그의 발끝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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