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팔꿈치 수술에도 포기 안 해, 전대미문의 ‘오타니 룰’, 다저스에게 어떤 의미일까?
![오타니의 성공은 야구계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많은 선수가 오타니를 바라보며 투타 겸업을 시도하지만, 쉽지 않다. 현대 야구 제도는 투타 겸업을 오히려 제한하도록 발전해 왔다. 하지만 오타니는 증명해 왔고 멈추지 않을 것이다. 641일 만에 김혜성을 상대로 던진 그 22개의 공은...[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05/380719_402339_5247.jpg)
오타니 쇼헤이가 641일 만에 실전 타자를 향해 공을 던졌다. 지난 26일 뉴욕 시티 필드에서 열린 메츠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실시된 라이브 피칭에서 팀 동료 김혜성과 맞붙은 것이다. 2023년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타자로만 활약해 온 오타니에게는 투수 복귀를 향한 중요한 이정표였다. 김혜성은 첫 대결에서 투수 앞 땅볼을 쳤지만, 다음 타석에서는 우측으로 2루타성 타구를 만들어냈다. 오타니는 22개의 공을 던지며 시속 151~156킬로미터의 직구로 감각을 점검했고, 여유롭게 웃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오타니는 왜 이토록 투타 겸업에 집착하는 걸까. 2018년과 2023년 두 차례나 팔꿈치 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마운드 복귀를 목표로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다저스 역시 10년 7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계약을 맺으면서까지 오타니의 투타 겸업을 지원하고 있다. 단순히 화제성 때문이라면 이미 지난해 50홈런-50도루로 충분한 관심을 받았을 텐데, 부상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수로 돌아가려는 이유가 뭘까?
야구는 원래 투타 겸업이었다! 전문화-분업화된 대표 포지션, 현대 야구의 이도류는 왜 특별한가
사실 투타 겸업은 야구 역사에서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선수 풀이 부족했던 시절, 투수가 타석에 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베이브 루스는 1918년 투수로 13승을 올리면서 동시에 11홈런을 때려내며 투타 겸업의 전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루스는 투수로 등판하지 않는 날에는 외야수로 뛰어야 했다. 말 그대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의 혹사였던 셈이다. 그때는 그게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야구가 발전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1973년 아메리칸리그에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되면서 투수들은 가뜩이나 아무런 이득이 없는 타격 부담에서 해방됐고, 동시에 투수의 전문화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과거 투수 한 명이 9이닝을 모두 책임지던 시대는 끝나고, 선발-중계-마무리로 세분화된 ‘전문 투수’의 시대가 열렸다. 완투는 이제 보기 드문 진풍경이 됐고, 투수들은 오로지 던지는 것에만 집중하게 됐다. 물론 지금도 인력이 부족한 아마추어나 고교야구에서는 에이스가 4번 타자를 겸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프로 무대로 올라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대 야구에서 투타 겸업이 어려운 이유는 간단하다. 전문화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의 많은 분야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복잡해지고 분업화되는 것처럼, 야구도 각 포지션별로 요구되는 기술과 체력이 극도로 세분화됐다. 투수는 구속과 제구력, 다양한 구종 개발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타자는 상대 투수 분석과 배팅 폼 교정, 주루 플레이까지 신경 써야 한다. 사용하는 근육도, 훈련 방식도 다르다. 둘 다 잘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둘 다 애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1982년 김성한 이후 한국에서도 43년간 제대로 된 투타 겸업 성공 사례가 나오지 않았고, 최근 전미르나 김건희 같은 투타 겸업 가능성이 보였던 선수들도 결국 한 포지션으로 정착했다. 옛날에 당연했던 것이 지금은 오히려 기적 같은 일이 되어버린 셈이다.
갈수록 귀해지는 투수 자원, 빡빡한 로스터, 연봉 부담, 타자 확보까지 한큐에 해결 가능하다?
현대 야구에서 투타 겸업이 특별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야구팀 구성부터 알아야 한다. MLB 팀은 시즌 중 26명의 선수만 등록할 수 있고, 이 중 투수는 13명으로 제한된다. 나머지 13명은 포수, 내야수, 외야수들로 구성되는데, 이 중 누군가는 투수를 대신해 매 경기 지명타자 역할을 맡게 된다. 문제는 야구가 매일 하는 스포츠라는 점이다. 선발투수는 보통 5일마다 한 번씩 등판하니까 최소 5명은 있어야 하고, 중계 투수와 마무리투수까지 합치면 투수 13명도 빠듯하다. 게다가 최근 들어 투수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MLB에서 2014년 선발투수는 평균 5.97이닝을 던졌지만 2024시즌에는 5.25이닝에 그쳤다. 타격 기술이 발전하면서 투수들이 더 집중해서 던져야 하고, 부상 방지를 위해 이닝도 제한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투타 겸업 선수의 가치는 더욱 빛난다. 일반적인 선발투수들의 ‘빈 시간’에 주목해 보자. 보통 선발투수는 등판 후 4~5일간 쉬는데, 이 기간동안은 사실상 로스터에서 ‘잠자는 자원’이 된다. 하지만 오타니는 다르다. 2022시즌을 보면 투수로는 28경기만 등판했지만, 타자로는 157경기나 출전했다. 투수로 던지지 않는 날에도 지명타자로 꾸준히 경기에 나선 것이다. 이는 MLB 역사상 최초로 규정이닝 166이닝과 규정타석 662타석을 동시 달성하는 기록으로 이어졌다. 베이브 루스조차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투수 한 명당 평균 이닝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오타니처럼 투타를 동시에 소화하는 선수의 활용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런 활용도의 차이가 만드는 전략적 가치는 상당하다. 다른 팀들이 에이스급 선발투수 한 명과 주력 타자 한 명에게 각각 지불해야 할 비용과 로스터 자리를 오타니 혼자서 해결한다. 게다가 감독 입장에서는 전례 없는 유연성을 확보하게 된다.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로 주전 선수들이 빠져도 오타니라는 확실한 대안이 있고, 상대 팀은 투수 교체 전략과 타선 대응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니 전술 수립이 복잡해진다. 선발투수들로도 모자라 불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MLB에서 오타니처럼 투수와 타자 역할을 모두 해내는 선수는 그야말로 ‘치트키’나 다름없다.

전대미문의 1인을 위한 규정 개정 ‘오타니 룰’ 투타 겸업이 살아야 다저스도, 리그도 흥한다
투타 겸업의 가치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증거는 MLB가 2022년 도입한 ‘오타니 룰’이다. 정식 명칭은 ‘지명타자 규정 개정’인데, 투타 겸업 선수가 투수로 교체되어도 지명타자로는 계속 경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타니를 선발로 올려도 다저스는 여전히 투수 13명을 온전히 등록할 수 있다. MLB가 100년 넘는 역사상 처음으로 특정 선수를 위해 규정을 바꾼 이유는 단순한 특혜가 아니다. 오타니라는 존재가 리그 전체에 가져다주는 경제적 가치와 흥행 효과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타니가 등장한 이후 아시아 시장에서의 MLB 인기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야구에 관심 없던 팬들까지 경기장으로 끌어들이는 마케팅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올해는 이도류 선수 등록 조건까지 완화해 작년에 타자로만 뛰었음에도 오타니는 바로 등판 가능하다. 이 정도면 리그 차원에서의 오타니 사랑이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다저스가 오타니에게 10년 7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계약을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포츠닛폰과 산케이스포츠에 따르면 오타니는 올해 첫날 인터뷰에서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고 싶은 마음이 제일이다. 매년 우승팀이 나오지만 연패는 꽤 어렵다”고 밝혔다. 25년 다저스의 예상 선발 로테이션을 보면 스넬, 오타니, 야마모토, 글래스나우, 사사키+1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스넬은 사이영상 2회 수상자이고, 야마모토는 12년 3억 2500만 달러, 글래스나우는 5년 1억 3650만 달러에 영입한 에이스급 투수들이다. 여기에 일본 최고의 유망주 사사키까지 합류했다. 하지만 이 모든 투수 중에서도 오타니만이 투수가 아닌 날에도 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결정적 차이다.
더 나아가 오타니의 성공은 야구계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많은 선수가 오타니를 바라보며 투타 겸업을 시도하지만, 쉽지 않다. 현대 야구 제도는 투타 겸업을 오히려 제한하도록 발전해 왔다. 하지만 오타니는 증명해 왔고 멈추지 않을 것이다. 641일 만에 김혜성을 상대로 던진 그 22개의 공은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라는 야심 찬 목표를 향한 신호탄인 것이다. 또한, 오타니 이도류의 인기가 MLB 확장과 야구 보급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어쩌면 이것이 두 번의 투수 관련 부상과 타자로서 ‘50-50 클럽’ 등극이라는 전대미문의 성과를 거두고도 투타 겸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오타니의 진짜 목표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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