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지연·관세 변수·세컨더리 구조… 5조 몸값에 투자자들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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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석 DIG에어가스 대표

[뉴스워커 인사이트_IB탈탈털기]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국내 산업가스 업계의 ‘대어급 매물’로 주목받았던 DIG에어가스 매각전이 최근 한풀 꺾인 분위기다. 글로벌 인프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 속에 성사 가능성이 높아 보였던 이 거래는, 실제 절차가 진행되며 예상보다 느린 속도와 제한적인 응찰 열기, 그리고 시장 불확실성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예정보다 늦어진 일정…’미지근한’ 반응 반영된 결과


맥쿼리자산운용이 매각을 추진 중인 DIG에어가스는 당초 3월 중 투자설명서(IM)를 발송하고, 5월 예비입찰을 진행한다는 일정을 설정했지만, 실제 IM은 5월 초에야 발송됐다. 이에 따라 예비입찰도 오는 6월 초로 한 달 이상 순연된 상태다.

거래 금액이 약 5조원에 달하는 대형 딜이라는 점에서 초기부터 뜨거운 관심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인수 후보자 풀이 기대만큼 빠르게 형성되지 못했다. 일정 지연의 주요 배경이 바로 이 ‘예상보다 낮은 투자자 반응’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주관사인 JP모간과 골드만삭스는 IM 발송에 앞서 Pre-education deck을 별도로 제작·배포하며, 잠재 원매자 풀 확대에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반적으로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활용되는 방식이지만, DIG에어가스는 이미 산업 내에서 익숙한 매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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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_뉴스워커 인사이트

2015년 골드만PIA, 2017년 MBK파트너스, 2019년 맥쿼리 등 국내외 PEF들을 거치며 세컨더리 매물로서 시장 내 인지도가 높고, 주요 글로벌 PEF들이 작년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산업 전반에 대한 스터디도 완료된 상황이었다.

IM은 통상적으로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한 원매자에게만 제공되기 때문에, 관심도가 낮을 경우 후보군의 수 자체가 제한된다. 이런 배경을 고려할 때, 이번 Pre-education deck 배포는 ‘투자자 이해를 위한 사전 조치’라기보다는, 시장의 미온적 반응을 보완하려는 유인 전략으로 해석된다.


‘5조원’ 밸류에이션, 누가 먼저 손을 들까


맥쿼리자산운용은 DIG에어가스의 희망 매각가로 약 5조원을 제시하고 있다. 인프라 자산 특유의 장기 안정적 현금흐름, 반도체·정밀화학 등 고부가 산업을 고객 기반으로 하는 점 등을 감안한 밸류다. 하지만 원매자 사이에서는 이 가격이 현재 시장 환경에서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글로벌 매크로 변수는 부담 요인 중 하나다. 미·중 간 관세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산업가스 수요가 직결된 반도체와 석유화학 업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DIG에어가스의 매출 역시 이들 산업의 생산활동에 강하게 연동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실적 예측과 밸류에이션 산정이 동시에 보수적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

딜 구조도 고민을 더한다. DIG에어가스는 전형적인 PEF 간 세컨더리 거래다. 2015년 골드만PIA, 2017년 MBK, 2019년 맥쿼리 등 세 차례에 걸쳐 사모펀드의 오너십을 거쳤고, 그 사이 구조조정, 재무 리파이낸싱 등 대부분의 밸류업 수단이 이미 실행된 상태다. 다시 말해, 후속 인수자 입장에서는 수익 확보를 위한 추가 레버리지나 구조 개선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원매자 풀은 늘었지만…변수는 ‘우선순위 재조정’


시장의 열기가 식으면서도 인수 후보자는 양적으로는 늘어나는 모양새다. 기존에 거론돼온 KKR, 브룩필드, 블랙록 등 대형 글로벌 운용사 외에도, 최근에는 인프라 전문 하우스인 스톤피크와 아이스퀘어드캐피탈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운용사는 작년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인수전에도 참여한 전력이 있다. 이미 한국 산업가스 시장에 대한 스터디를 완료한 상태에서 이번 DIG에어가스 딜에 진입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빠른 실사 및 밸류에이션 작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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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금융감독원 및 뉴스워커 인사이트

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거래의 주도권은 기존의 ‘탑 티어’ PEF들에게 집중돼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들 운용사마저도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의 재매각 가능성을 놓고, 내부적으로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국내 산업용 가스 시장에서 DIG에어가스보다 점유율이 높다(19.4% vs. 17.5%). 또한 기존 오너가 전략적 투자자였던 만큼, 밸류업 소지가 남아있는 매물로서의 매력도도 높게 평가된다.


SK이노베이션 발전소 딜, DIG에어가스의 또 다른 변수


여기에 더해, 최근 SK이노베이션이 추진 중인 발전소 자산 유동화 역시 DIG에어가스 인수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양·파주·여주·하남·위례 등 주요 LNG 발전소를 묶은 이번 딜은 일부 해외 LNG 트레이딩 자산까지 포함해 최대 5조원 규모로 거론된다.

두 거래 모두 시기적으로 겹칠 뿐만 아니라, 주요 투자 후보군 또한 상당 부분 중첩된다. 특히 KKR과 브룩필드는 두 딜 모두에서 유력 원매자로 거론되고 있어, 내부 자금 배분 및 투자 우선순위를 놓고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무엇보다 발전소 유동화 자산은 담보 기반의 구조적 안정성, 장기 수익예측이 가능한 PPA(전력구매계약) 기반 수익 모델을 갖추고 있어, 일부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매력적인 대체안으로 여겨질 수 있다.

“아무리 대형 PEF라 해도 한 시장에서 동시에 5조원 규모의 딜을 병행 집행하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펀드 한도, 내부 투자위원회 승인 일정, 리스크 밸런싱 이슈 등을 고려하면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둘지 결정해야 합니다.” 한 관계자는 이같이 설명하며, 현실적인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했다.


매물은 여전히 크다…그러나 ‘누가 먼저 선택받을까’


DIG에어가스는 여전히 시장 내에서 규모와 현금흐름 안정성을 갖춘 희소한 산업가스 인프라 자산이다. 그러나 이 딜을 둘러싼 환경은 단순한 자산 가치만으로 결정나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같은 시기 검토 중인 또 다른 대형 딜들, 특히 SK이노베이션 발전소 유동화 및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재매각 가능성 등은 DIG에어가스의 상대적 매력을 끊임없이 재평가하게 만들고 있다.

IM 발송 지연, 5조원 밸류에이션에 대한 피로감, 거시경제 불확실성, 그리고 후보군 중복에 따른 자금 충돌. 이 네 가지 요인이 맞물리며, DIG에어가스는 현재 ‘핫딜’에서 ‘신중 검토 대상’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과연 이 매물은 다시 시장의 주목을 끌 수 있을까. 그 판단은 이제 예비입찰 이후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진성 원매자들의 실질 움직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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