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태 이후 크고 작은 안전사고 발생이 멈추지 않고 있다.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에 이어 고양터미널 화재사고 또 장성요양병원 화재까지 사고 발생이 끊이질 않고 있으며, 또 지난 해에는 방화대교 공사장 붕괴사고, 노량진 수몰사고, 잠실 제2롯데월드 사망사고까지 굵직한 안전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화재공화국이며, ‘안전사고 취약지대 제1순위 정부’라는 오명을 안을 수 있는 위기의 정부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많은 원인들이 있다. 무엇보다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가 철저해야 하겠지만, 만만의 대비를 한다고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고 발생 원인의 기초적인 부분부터 해결해야하는 문제다.
전국의 건설근로자는 200만에 달한다. 70~80년대 건설근로자는 그 어떤 직업보다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결혼하고 싶은 남자의 직업 대상에서 오랫동안 상위에 랭크되는 직군이었다. 천지개벽의 대한민국 역사는 건설의 역사이며, 건설이 아니고는 대한민국을 설명할 수 없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 시절 이들에게는 희망이 있었다. 높은 임금과 사회적 지위 등 건설근로자라는 그들의 직업에는 위상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심지어 근로자 자신조차도 돌아보지 않는, 그래서 스스로 매몰되어가는 그런 부류로 전락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장들만이 연래행사처럼 새벽인력시장에 들러 사진만 찍고 가는 곳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아니고서는 대한민국을 바로 서게 할 수 없었다는 것을 인지하지만 여전히 이들은 크고 작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위상이 발아래로 떨어진 지금의 시대가 그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희망이 필요하다. 지금의 직업이 스스로에게 자랑의 업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00년 이후 대한민국은 IT시대로 가파르게 변모해 갔다. 지금은 스마트한 세상이라고 표명되는 스마트폰 속 앱의 세상이 되고 있다.

반면 이들은 아직도 옛 시대의 고루한 방법 속에 스스로를 가두며 살고 있다. 그들이 선망의 대상, 선망의 직군이 되지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들 스스로 그것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건설근로자들의 근로 형태를 IT라는 세상 속에 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 바로 첨단의 IT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정부는 그것을 제도화하고 적극적인 홍보로 시나브로 그들을 변화시켜가야 한다.

그들을 다른 삶으로 안내할 새로운 대안을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 모른다. 창조경제를 주창하는 지금의 정부는 세계 속의 한국을 꿈꾸지만 내실이 부실한 구조라면 세계로 뻗어가지 못할 수 있다.

이에 한 가지 대안을 제안하고 싶다. 근로자들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야 만이 새벽인력시장이나 인력사무소에 가며, 그 안에서 일을 찾을 수 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또는 눈보라가 세찬 날에도 일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들이 새벽잠을 뒤로하고 일어나야만 하는 이유다. 그들에겐 어제의 힘든 노역으로 채 풀지 못한 피로를 애써 지우며 일어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안다.

만약 그들에게 하루 1~2시간만이라도 더 재울 수 있다면, 일련의 사태에서 보듯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는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지 모른다. 피로는 행동을 둔하게 하며, 둔한 행동은 안전사고에도 무방비일 뿐 아니라 생산성도 현격히 감소한다.

하루 1~2시간이면 200만 명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들에게 이 만큼의 시간은 더 없는 행복이 될 수 있다.
지금의 기술로 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 그들에게 희망은 건설과 IT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맛보게 하는 것일 수 있다. “하루 1~2시간이 무슨 대수냐”라고 할 수 있지만 그들에게 1시간은 고통의 해소이며, 생명의 담보이기도 할 것이다.

멀리 찾지 말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심하지 말자! 쉬운 방법을 놓고 돌아가지 말자! 그들이 나이가 많다고, 그들의 눈이 침침하다고, 그들의 손이 투박하다고 스마트폰 등 IT기기를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편리함, 안전함 그리고 저렴함을 선사한다면 그들은 변할 것이며 그 누구보다 먼저 IT의 전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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