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이흥노 교수팀, 복잡한 통신 없는 PoW의 장점은 살리면서 ASIC에 의한 채굴 독점과 PoS의 참여 제한 문제는 해결한 합의 알고리즘 설계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이흥노 교수 연구팀이 블록체인의 탈중앙성을 강화하면서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 ‘ECCVCC(Error Correction Code Verifiable Computation Consensus, 오류정정부호 기반 검증가능 연산 합의 알고리즘)’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왼쪽부터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최해웅 학생, 이흥노 교수, 김승민 학생
왼쪽부터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최해웅 학생, 이흥노 교수, 김승민 학생

이번 연구는 기존 작업증명(PoW) 기반 블록체인의 장점은 유지하면서, 에너지 낭비와 채굴의 중앙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PoW와 지분증명(PoS)* 방식이 각각 갖고 있던 한계를 보완하며, 새로운 대안으로서 차세대 블록체인 생태계의 기반 기술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블록체인 기술은 중앙 관리자가 없어도 참여자 간 데이터의 신뢰성과 무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분산형 시스템으로, 그 핵심은 ‘합의 알고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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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널리 알려진 PoW 방식은 참여자들이 복잡한 암호 퍼즐을 경쟁적으로 푸는 구조로, 대화 없이 합의가 이루어지는 ‘비대화형’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단순하고 안정적이며, 수많은 노드*가 참여할 수 있어 높은 탈중앙성을 가진다.

노드(node):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개별 컴퓨터나 서버로, 거래 정보를 저장하고 다른 노드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블록 생성·검증·전파 등 네트워크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단위이다. 일부 노드는 전체 블록체인 데이터를 보관하는 전체 노드(full node) 역할을 하며, 다른 노드는 거래 검증이나 채굴 등 특정 기능만 수행할 수도 있다.

그러나 ASIC 장비의 등장으로 이러한 구조에 한계가 드러났다. 특정 연산에 특화된 고성능 장비를 가진 소수 채굴자들이 블록 생성 권한을 독점하게 되면서 PoW는 오히려 중앙화에 취약해졌고, 막대한 전력 소모 문제도 지적됐다. 실제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폴란드 전체 수준에 근접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이더리움’을 비롯한 신생 블록체인들은 PoS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이를 채택하고 있으나, PoS 역시 암호화폐를 많이 보유한 소수에게 블록 생성 권한이 집중되고, 복잡한 통신 기반의 ‘대화형 합의’ 구조로 인해 탈중앙성과 확장성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

특히 PoS 기반 네트워크에서는 소수 검증자가 거래 순서를 임의로 조작해 부당 이익을 챙기는 MEV(최대 추출 가능 가치)*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ECCVCC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차세대 합의 알고리즘이다. 이 방식은 무선 통신에서 사용되는 오류정정부호(ECC) 기술을 블록체인 퍼즐 구조에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PoW로, ASIC으로도 사전 최적화가 어려운 퍼즐을 매번 새롭게 생성한다.

각 블록마다 이전 블록의 해시값을 활용해 무작위성이 높은 ‘패리티체크 행렬’*을 생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퍼즐을 구성한다. 이 퍼즐은 매번 구조와 정답 조건이 달라져 ASIC 장비의 일괄 적용이 불가능하다.

동시에 PoW의 비대화형 특성은 유지해 네트워크 구조를 단순하게 유지하면서도 탈중앙성과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ECCVCC가 기존 비트코인 방식보다 탈중앙성이 높고, 최근 제안된 여러 ASIC 저항형 PoW보다 약 19배 높은 저항성을 보였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또한 ECCVCC에 ‘검증가능한 동전 던지기 함수*’를 결합해 블록마다 퍼즐에 참여하는 노드 수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함으로써,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알고리즘은 이흥노 교수의 실험실 창업기업인 리버밴스㈜가 개발·운영하는 메인넷 ‘월드랜드(WorldLand) My AI Network’에 실제 적용돼 기술의 실용성과 안정성을 입증했다.

이흥노 교수는 “이번 연구는 PoW의 단순성과 탈중앙성이라는 장점을 살리면서도 ASIC 독점 문제와 에너지 낭비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ECCVCC 기반 블록체인은 ‘블록체인 기반 사용자 소유형 AI 에이전트 서비스(My AI Network)’ 등 다양한 미래 기술 서비스의 기반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이흥노 교수가 지도하고 최해웅·김승민 박사과정생이 수행했으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대학ICT연구센터(ITRC)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IEEE Transactions on Information Forensics and Security》에 2025년 6월 24일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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