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추진 중인 보령LNG터미널 지분 매각이 본입찰 단계에 접어들며, 국내외 주요 인프라 투자자 간 4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거래 성사 시 민간 주도의 첫 LNG 터미널 거래라는 점에서 상징성과 희소성을 동시에 갖춘 딜로 평가받고 있다. 안정적인 현금창출력과 구조적인 진입장벽을 갖춘 에너지 인프라 자산에 대해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FI)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시장에서 거래하는 거래 규모가 1조원을 넘어 설 것으로 관측되면서 본입찰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보유 중인 보령LNG터미널 지분 50% 매각을 위한 본입찰 대상 숏리스트를 확정하고, 본입찰 준비에 착수했다. 이달 초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국내외에서 총 10여 개 하우스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한국투자증권–노앤파트너스 컨소시엄 ▲맥쿼리자산운용 ▲IMM인베스트먼트 ▲퀘벡주연기금(CDPQ) 등 네 곳이 최종 인수 후보군으로 낙점됐다.

이번 숏리스트의 구성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먼저 국내 투자사와 해외 글로벌 FI가 균형 있게 포함돼 있으며, 이들 모두 인프라 자산에 대한 높은 전문성과 자금 동원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캐나다 국부펀드 성격을 지닌 CDPQ는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인프라 및 유틸리티 자산에 대해 장기 관점에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온 연기금이다. LNG, 수처리, 송배전 등 중간재 인프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내부 기대수익률(IRR) 허들이 상대적으로 낮아 국내 거래에서 종종 전략적 대체투자자로 분류된다.

맥쿼리자산운용 역시 이번 딜에서 강력한 원매자로 꼽힌다. 맥쿼리는 국내외에서 다양한 에너지 인프라 자산을 장기 운용해온 경험이 있으며,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이미 LNG 벙커링, 집단에너지, 풍력 및 태양광 프로젝트 등 다양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와의 협업도 원활하게 이뤄지는 점에서 파트너십 구조 측면에서도 상대적인 강점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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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업계 보도 취합 및 뉴스워커 인사이트 정리

IMM인베스트먼트는 최근 몇 년간 대형 인프라 자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하우스로, 공항, 데이터센터, 발전소 등 장기캐시플로우 기반 자산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트랙레코드를 축적해왔다. 이번 보령LNG터미널 건 역시 IMM이 선호하는 코어 인프라 딜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으며, 내부 인프라 운용조직의 역량을 감안할 때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투자증권과 노앤파트너스의 컨소시엄은 다소 이례적인 조합이지만, 인수 의지와 자금력 측면에서 가볍게 볼 수 없는 존재다. 한국투자증권 PE부서가 주도하는 구조로, 대형 기관투자자와의 공동 투자, 프로젝트 파이낸싱 조달 능력을 앞세워 가격 측면에서 승부를 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노앤파트너스는 최근 국내외 대체투자 자산을 다수 소싱하며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운용사로, 이번 딜을 통해 인프라 투자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숏리스트 구성만 보면 사실상 모두 가격·실행력·투자역량을 고루 갖춘 후보들이라 단순한 가격경쟁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SK이노베이션과 GS에너지라는 양대 계열사와의 협업 가능성, 향후 배당 및 지배구조 안정성까지 포함된 입체적 제안이 본입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연간 EBITDA 2,000억 원 수준…최대 2.1조 원 가치 전망


보령LNG터미널은 SK이노베이션과 GS에너지가 각각 50%씩 출자해 2013년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충남 보령지역에 위치한 국내 대표 민간 LNG 기지다. 해당 터미널은 LNG 및 LPG를 저장한 뒤 이를 다시 기화해 발전소 및 석유화학 업체에 공급하는 중간처리 기능을 수행하며, 국내 민간 부문에서 보기 드문 본격적인 에너지 인프라 자산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이 자산이 창출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최근 몇 년간 연평균 약 2000억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국내 인프라 자산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수준으로, EBITDA 마진율도 상당히 높아 수익 구조가 매우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수요 측면에서 SK에너지, SK E&S, GS EPS, GS파워, GS칼텍스 등 SK·GS그룹 계열사들이 대다수 거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고객과의 장기 공급계약이 이미 체결되어 있어 현금흐름 가시성 역시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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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 기반 추정치로, 본입찰 제안 조건에 따라 변동 가능

이 같은 펀더멘털을 반영해 주요 원매자들은 보령LNG터미널을 대표적인 ‘코어 인프라(Core Infra)’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의 적정 밸류에이션 범위를 EV/EBITDA 기준 9.0배에서 최대 10.5배 수준으로 보고 있으며,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약 1조8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 사이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지분 50%에 단순 적용할 경우, 해당 지분가치는 최대 1조500억원에 이를 수 있다. 다만 실제 거래에서는 소수지분 프리미엄 또는 할인 여부, 공동지분자인 GS에너지와의 협의 구조, 배당 정책 등 다양한 거래 조건이 가격에 반영될 수 있어, 최종 인수 제안가는 이보다 다소 상하 편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매각을 통해 최소 6000억원 이상의 유동성 확보를 기대하고 있으며, 실제 제안 가격이 8000억원을 넘어설 경우 연결 재무구조에도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부 원매자가 경쟁 심화에 따라 지분가치를 9000억원 이상으로 제시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비가격 경쟁 변수도 부각…GS와의 공동운영 구조가 핵심


이번 거래에서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서는 ‘비가격 요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지배구조다. 보령LNG터미널은 현재 SK이노베이션과 GS에너지가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공동 운영 체제(Joint Venture 구조)로, 매수자가 SK의 지분 50%만을 인수하는 형태다. 이로 인해 실제 경영권 통제는 확보되지 않으며, 향후 사업 운영, 배당 정책, 설비투자 결정 등 주요 의사결정 사항에 대해 GS 측과의 협의가 필수다.

이런 구조에서는 단순히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원매자가 우선협상대상자가 되기 어려울 수 있다. GS에너지와의 파트너십을 원활히 이끌 수 있는 신뢰도와 협업 능력, 그리고 공동 의사결정 구조에 적합한 운용 철학을 가진 후보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Capex 집행이나 운영 방향성에 대해 GS 측과 일관된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이사회 구성, 의결권 제한, 재무정책 등 거버넌스 조항에 대한 이해도와 유연한 태도가 본입찰 성패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FI는 내부적으로 SHA(주주간계약) 구조에 대한 대안 시나리오를 마련하며, 공동 운영에 최적화된 조건부 제안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LNG 터미널 민간 매각 첫 사례…’에너지 전환 자산’으로 재평가 가능성도


보령LNG터미널은 국내에서 민간 자본이 지분을 보유한 LNG 저장·기화 인프라가 매물로 등장한 사실상 첫 사례다. 지금까지 국내 LNG 터미널 자산은 대부분 한국가스공사나 발전 공기업 등 공공부문이 운영해 왔으며, 민간 투자자에게는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던 구조였다. 이런 희소성은 이번 딜을 더욱 주목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인프라 투자 시장의 흐름이 탈탄소·에너지 전환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원매자들은 보령LNG터미널을 평범한 에너지 인프라가 아닌 전환기 연료 자산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LNG는 석탄 대비 탄소 배출이 적고, 재생에너지로의 이행이 완료되기 전까지 중간적 역할을 수행하는 청정연료로서의 위치를 확보해 왔다.

이에 따라 일부 원매자는 해당 자산을 ESG 기반 포트폴리오 편입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실제 캐나다 연기금 CDPQ는 자체적으로 ESG 평가모형을 구축해 거래 검토를 진행중이며, 유럽계 FI 또한 LNG 터미널의 탄소중립 트랜지션 가치를 주요 투자 논리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향후 정부의 수소 혼합 정책, 탄소세 제도 변화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LNG 인프라의 전략적 가치가 재부각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처럼 보령LNG터미널은 고정된 현금흐름 외에도,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환경 변화에 따른 구조적 업사이드를 품고 있는 자산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본입찰 9월 말 유력…인프라 펀드 간 고밀도 경쟁 예상


SK이노베이션은 이르면 9월 말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숏리스트에 포함된 네 곳의 원매자들은 각기 실사에 착수했으며, 일부는 내부 투자심의 절차와 파트너십 구조 조율 등 조건부 제안서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본입찰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빠르면 10월 중순경에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으며, 연내 거래 종결까지도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본입찰이 단순한 4파전이 아닌, 가격·조건·운용역량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고밀도 경쟁 구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복수의 글로벌 대형 FI들이 숏리스트에서 탈락한 만큼, 본입찰에 오른 네 하우스는 모두 SK이노베이션 및 매각 주관사(SC증권) 측의 정성적 평가 기준을 충족한 상태로 보인다.

특히 맥쿼리자산운용과 CDPQ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수십조 원 규모의 인프라 자산을 운용 중이며, IMM인베스트먼트는 국내에서 대체투자 부문을 대표하는 하우스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노앤파트너스 컨소시엄 역시 가격 제안 및 국내 이해관계자 설득 측면에서 상대적 이점을 가질 수 있어, 네 후보 모두 최종 낙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팽팽한 구도가 형성됐다.

이번 매각적은 대형 딜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국내에서는 LNG와 같은 에너지 핵심 인프라 자산이 공공부문 중심으로 운영돼 온 탓에, 민간 부문의 접근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령LNG터미널 매각은 민간 인프라 투자시장이 구조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또한 대형 연기금 및 글로벌 인프라 펀드의 활발한 참여는 한국 인프라 자산의 국제적 투자 매력도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계기로 향후 가스, 집단에너지, 수처리 등 공공 기반 인프라의 민간 투자 확대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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