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는 최근 3년간 위태로운 실적 성장, 조직 리더십 부재, 지배구조 혼선 등의 삼중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은 멀었고, 장기 전략은 경영진 공백과 정치 논리에 흔들려 좌초 중이다. [본문 중에서]" height="762" loading="lazy
한국공항공사는 최근 3년간 위태로운 실적 성장, 조직 리더십 부재, 지배구조 혼선 등의 삼중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은 멀었고, 장기 전략은 경영진 공백과 정치 논리에 흔들려 좌초 중이다. [본문 중에서]

한국공항공사는 1980년 설립 이후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 14개 지방공항의 건설과 운영을 전담해왔다. 지방 주요 거점 공항의 항공운항 관리, 공항시설 신설과 개량, 항공종사자 양성, 각종 사회·환경사업 등을 폭넓게 수행하며 대한민국 항공 인프라의 중추로 기능해왔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항공 수요 회복 국면에서도 △경쟁력 저하 △경영진 교체의 반복 △정치권 입김 △조직 혁신 부재 등 구조적 난항이 반복 제기되고 있다. 공사 특유의 관료적 문화와 민간기업과의 경쟁력 격차, 급변하는 항공시장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는 ‘정체’가 뼈아프게 드러나는 시점이다.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의 핵심 인프라를 관리하는 ‘공항 공기업’의 실패는 단순한 한 기관의 문제를 넘어 국가경쟁력 전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항공 수요의 점진적 회복, 물류와 여행 활성화 흐름에도 불구하고, 한국공항공사는 재무성과 개선 없이 잇따른 적자 및 성장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기관장 교체 공백, 경영의 연속성 상실, 표면적 혁신에 머무른 ESG 정책, 사회적 신뢰 위축 등 크고 작은 구조적 위기가 한꺼번에 터지고 있다는 평가다.


외형 빅점프, 수익성은 나락... 실적 반전의 진실


한국공항공사의 재무 성적표는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기적 ‘적자 악순환’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구조를 보여준다. 영업이익 적자, 고정비 비효율, 사업 다각화 미진 등이 속속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단위: 억 원, 출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height="368" loading="lazy
(단위: 억 원, 출처: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한국공항공사의 최근 3년(2022~2024년) 재무 흐름을 보면, 분명 매출액만 놓고 보면 낙관적으로 볼 수도 있다. 2022년 6,567억 원이던 매출이 2023년에는 8,502억 원으로, 2024년에는 9,341억 원까지 약 1.4배 가까이 대폭 뛰었다.

이 같은 매출 급증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억눌렸던 국제·국내선 항공 수요가 폭발적으로 되살아난 외부 환경, 그리고 정부 주도의 각종 공항 활성화 정책, 노선 회복과 임대 상업시설 수익 확대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수익성 지표는 전혀 다르다. 영업이익은 2022년 -2,050억 원의 대규모 적자에서 2023년 -559억원, 2024년에는 -115억 원으로 적자폭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정상화가 진행되는 듯 보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팬데믹 특수에 의존한 일시적 착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고질적으로 높은 고정비와 인건비 부담, 구조적으로 비효율적인 운영 체계가 여전히 존재하며, 매출 증가분 상당수가 고스란히 비용으로 흡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당기순이익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공항공사는 2022년 -1,875억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2023년에는 적자가 -1,310억 원까지 줄어드는 듯하다가, 2024년에는 오히려 -1,345억 원으로 당기순손실이 다시 늘었다.

이는 영업외비용, 충당금, 금융비용, 각종 일회성 손실 같은 항목이 지속적으로 경영을 짓누른다는 방증이다. 또한 영업이익 개선이 곧장 순이익 정상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결함 역시 명확하다.

이런 흐름을 보면, 한국공항공사의 ‘대외 호재에 기대어 잠깐 실적이 좋아 보이는’ 착시 이면에, 본질적인 재무 건전성, 조직 체질 강화, 원가 효율화 등 근본적 혁신이 지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의식이 더 깊어지는 부분은, 결국 공기업으로서 지속가능한 경영·연속적인 흑자구조에는 아직 제대로 진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직 리더십 부재와 정치 리스크... 지속되는 경영 공백의 악순환


2025년 들어 한국공항공사의 가장 뼈아픈 리스크는 ‘사장 장기 공백’과 임원 인사의 극한 정치화다. 경영공백은 단순 인사 이슈를 넘어 대형 투자, 서비스 혁신, 내부 의사결정에 심각한 차질을 낳고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신뢰도 무너뜨린다.

실제로 공사의 기관장 임명 절차는 ‘임원추천위원회→운영위원회→주무부처 제청→대통령 임명’ 순으로 진행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권 임기와 맞물린 ‘정치권 낙하산’ 논란이 고질화되었다.

2025년 상반기 내내 수개월간 사장이 공석이었고, 이는 신규 국제노선 개발, 지역공항 개량, 항공물류 거점전략 등 핵심 사업의 연속성에 상당한 심리적·실무적 혼선을 초래했다.

올해는 특히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 종료 후 3개월 내 자동종료’토록 법 개정이 추진되며, 내부 조직의 전략 수립에 더 큰 불확실성이 드리워졌다. 현장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진이 흔들려 장기 비전 수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반복되는 외풍, 리더십 부재는 경영평가 사상 첫 D등급 실적(성과급 미지급, 경영컨설팅 의무 부과)로 이어졌으며, 내부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조직 전체의 위기감은 최고조로 치솟았다.

이처럼 정치논리가 지배하는 인사 시스템은 단기간 성과 중심, 전략 부재, 조직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공사는 생존을 위한 근본 혁신보다 ‘임기 채우기식 관리’에 매몰되는 구조적 악순환의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본업 경쟁력 흔들림과 “ESG 혁신”의 명암


2025년 한국공항공사는 외형 성장 이면에서 여전히 본업 경쟁력과 조직 혁신에 대한 근본적 우려를 남기고 있다. 팬데믹 이후 국제선 수요 폭증에 맞춰 김해·청주·대구 등 지방공항의 국제노선 유치, 노선 다변화, 외국항공사 유치 등 현실적 성과가 있었다.

(출처: 회사 내부자료)" height="355" loading="lazy
(출처: 회사 내부자료)

‘2025 아시아노선개발회의’ 참가를 비롯해 김해-이스탄불, 김해-싱가포르 등 장거리 노선 개설, 근거리·단거리 중심 노선의 증편, 홍콩 등 기존 노선의 복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노력은 공사의 매출 증대와 외형 성장에 단기적인 긍정 효과를 주었지만, 대다수 지방공항은 여전히 단거리·저수요 노선에 집중되어 있고 활성화 수준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시장 구조를 보면 지방공항의 국제선 공급은 인천공항에 크게 치중되어 있어, 장기적으로 독자적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는 미진하다. 중장기 수요 다변화, 새로운 시장 개척, 고부가 서비스 개발 등 지속가능한 경쟁력 강화 방안이 아직 본격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또한, 사업별 수익성 측면에서도 구조적 과제가 반복된다. 급유사업 등 일부 사업부의 수익성 저하, 시설관리·운영 외주화 확대, 일용·비정규직 근로자 의존 등은 사업구조상 근본적 허약성을 노출한다.

실제로 외부 전문가는 “급유 등 전통 본업의 수익성이 꾸준히 약화되고 있으며, 이익률 하락세 또한 심상치 않다”는 경고음을 내고 있다. 특히 공항운영 효율화나 시설 현대화 등 투자가 병행되고 있지만, 투자 대비 본질적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이 현장의 현실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혁신’ 타이틀 아래 외형적·선언적 실적 위주로 비판을 받고 있다. 공사는 사회공헌예산 확대, 환경 캠페인, 지역 일자리 창출, 교육격차 해소, 협력업체 ESG 지원 등 다방면의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폐기물 자원화, 에너지 절감, 청렴윤리 강화 성과 등은 공식 보고서에도 반영된다. 그러나 현장 조직 내에서는 외주화·노사갈등, 인사내정 불투명, 사내 의사소통 미흡과 같은 실천력 미진 지적이 이어진다.

외부·현장 평가 역시 “ESG 경영이 실적평가나 이미지 개선에 머물고, 임직원과 이해관계자의 신뢰‧공감으로 확산되지 못한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한다. 경영진 공백 이후 의사결정 지체, 중장기 전략 부재, 잦은 정책 변화가 이러한 체질 혁신의 걸림돌로 남는다.


한국공항공사는 최근 3년간 위태로운 실적 성장, 조직 리더십 부재, 지배구조 혼선 등의 삼중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은 멀었고, 장기 전략은 경영진 공백과 정치 논리에 흔들려 좌초 중이다.

외부에선 ESG와 사회책임의 간판을 내세우지만, 내부의 혁신력 부재와 본질적 체질 개선 지연으로 신뢰 상실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구조적인 경영 시스템 혁신, 자율적 역량 강화, 실무 중심 장기전략 구축 없이는 한국공항공사가 ‘흔들리는 공기업’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내실·신뢰·생존의 길을 선택하지 않는 한, 위기는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