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렌터카와 롯데렌탈, 그리고 이후 이어지는 천안오토아레나까지 어피니티의 PMI는 개별 자산 가치 상승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전체를 하나의 순환 경제 체계로 묶고, 자산 효율과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구조적 변화를 노린다. 렌터카를 ‘구독으로 만든다’는 수준을 넘어, 차량을 중심으로 한 산업 전체를 플랫폼으로 수렴시키는 것이 핵심...[본문 중에서]" height="800" loading="lazy
K렌터카와 롯데렌탈, 그리고 이후 이어지는 천안오토아레나까지 어피니티의 PMI는 개별 자산 가치 상승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전체를 하나의 순환 경제 체계로 묶고, 자산 효율과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구조적 변화를 노린다. 렌터카를 ‘구독으로 만든다’는 수준을 넘어, 차량을 중심으로 한 산업 전체를 플랫폼으로 수렴시키는 것이 핵심...[본문 중에서]

15년 넘게 국내 렌터카 산업을 스터디해온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이하 어피니티)가 이 시장을 단순한 바이아웃 대상이 아닌, 구독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의 전환 무대로 삼고 있다. 2024년 SK렌터카 인수, 2025년 롯데렌탈 인수 추진, 그리고 2024년 말 천안오토아레나 인수 및 재정비까지. 세 건의 굵직한 PMI(인수 후 통합) 전략을 잇달아 실행에 옮긴 어피니티는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구조 자체를 다시 쓰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민병철 어피니티 대표는 “자동차는 여전히 소비자에게 어렵고 복잡한 영역”이라며, “핸드폰 요금제처럼 차량도 자유롭게 바꾸고, 해지 위약금 없이 이동할 수 있는 구조가 소비자 관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모델”이라고 강조한다.


구독형 모델, 단순 변화 아닌 구조적 전환


어피니티가 제시하는 전략의 핵심은 기존 장기렌터카 모델의 ‘구독형 소비재화’다. 지금까지 렌터카 비즈니스는 차량 취득 후 수년 간 렌탈료를 받고, 계약 종료 시 중고차로 매각해 수익을 회수하는 선형 구조였다. 고객이 계약 중간에 차량을 변경하고 싶을 경우 위약금을 부담해야 하고, 반납된 차량은 감가 상태로 중고차 시장에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어피니티는 이 구조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하고 있다. 중도 반납 차량을 재정비해 다른 고객에게 다시 렌트하거나, 별도의 판매 채널을 통해 상품화할 수 있도록 자산 회전 구조를 순환형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이는 이용자 경험 개선을 넘어, 자산 회전율과 수익 다변화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적 전환이다.

이 구독형 모델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가 핵심 전제 조건이다. 현재 SK렌터카가 보유한 차량은 약 20만 대, 롯데렌탈은 약 25만 대로, 양사 통합 시 어피니티는 국내 최대 수준인 45만 대 이상의 플릿(fleet)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고객군의 수요에 맞춰 차량을 탄력적으로 재배치하고, 중도 반납 차량 역시 다른 사용자에게 적기에 매칭하는 체계가 가능해진다.

또한 차량을 단순히 다시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정비·보험·파이낸싱·중고차 상품화까지 전 주기를 통합해 관리한다는 점에서 구독형 렌터카는 플랫폼형 모델로 변화하고 있다.


사용자 중심에서 시작한 사업 재설계


어피니티는 이 모델을 단기간에 설계한 것이 아니다. 과거 KT렌탈 인수전 참여(2015년), SK렌터카와의 접점 형성, 그리고 롯데렌탈과의 오랜 교류까지 약 15년간 축적된 경험에서 바탕이 됐다.수익률이 높은 비즈니스를 찾으면서, 소비자의 실질적 불편을 해소하면서도 자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접점을 모색해 온 셈이다.

특히 렌터카 이용자의 중도 계약 변경 욕구는 이미 시장 내에서 수요 기반으로 충분히 확인된 요소다. 자녀 출산, 승진, 전기차 수요 전환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차량 변경을 원하지만, 현재의 위약금 구조는 이용자에게 사실상 선택권을 제한한다. 어피니티는 이 불편을 ‘제품력’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이러한 전략은 소비자 편의 증대에 그치지 않는다. 자산을 한 번 사용하고 끝내는 선형 모델에서, 차량 1대를 여러 차례 재활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면 수익의 분산과 안정화가 가능하다. 이는 렌터카 산업의 고정자산 부담과 잔존가치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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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각종 언론사 자료 조사

어피니티는 현재의 렌터카 모델을 ‘소유 기반 금융상품’에서 ‘이용 기반 플랫폼 서비스’로 바꾸는 작업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내부적으로는 렌탈료 중심의 단기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구독료·정비·보험·중고차 판매 등 복수 수익원을 결합한 구조로 재편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렌터카의 SaaS화(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해석하기도 한다. 일정 구독료를 내고 교체·정비·재판매 등 모든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 내에서 해결하는 구조는 테슬라, 헬로카 등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들이 추구해온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SK렌터카와 롯데렌탈, 그리고 이후 이어지는 천안오토아레나까지 어피니티의 PMI는 개별 자산 가치 상승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전체를 하나의 순환 경제 체계로 묶고, 자산 효율과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구조적 변화를 노린다. 렌터카를 ‘구독으로 만든다’는 수준을 넘어, 차량을 중심으로 한 산업 전체를 플랫폼으로 수렴시키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천안오토아레나, 중고차도 ‘신뢰 기반 플랫폼’으로


어피니티는 렌터카 구독 모델의 한 축으로 중고차 상품화 체계 구축에 나섰다. 2024년 말, 어피니티는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중고차 경매시설인 ‘천안오토아레나’를 1,040억 원에 인수했고, 이후 약 260억 원의 설비 투자를 추가로 집행해 총 1,300억 원이 투입됐다. 부동산 매입이 아닌, 중고차 유통 구조를 개편하려는  시도다.

기존 천안오토아레나는 대형 차량 경매장, 이른바 ‘옥션 하우스’로 기능해 왔다. 통상 수백 대의 차량이 한자리에 전시되고, 다수의 딜러가 입찰을 통해 차량을 낙찰받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모델은 구매자 기준으로 차량 상태의 신뢰 확보가 어렵고, 판매자 입장에서도 가격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어피니티는 이 공간을 ‘중고차 상품화 솔루션 센터’로 탈바꿈시켰다. 차량이 입고되면 ▲자동 스캐너를 통한 하부 진단 ▲하자 유무 기록 ▲정비 및 리퍼비시 공정 ▲상품화 기준 충족 여부 판단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기계식 진단과 표준화된 평가 기준을 도입하면서, 중고차 거래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크게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판매자와 딜러 간의 거래 방식을 바꾸기 위한 기술적 실험도 진행 중이다. 어피니티는 오토아레나 내에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스튜디오를 설치해, 판매자가 차량을 실시간으로 소개하고, 이를 중개 플랫폼을 통해 중고차 딜러 혹은 개인 소비자에게 직접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개발하고 있다.

이런 시도는 중고차 시장 특유의 정보 비대칭과 가격 불투명 문제를 해소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렌터카 모델이 신뢰 기반으로 작동하려면, 그 끝단에 있는 중고차 시장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며 “천안오토아레나는 렌터카와 중고차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핵심 기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렌터카 사업자가 구독 모델을 실행할 경우, 중도 반납 차량이나 계약 종료 차량의 잔존가치 실현이 수익성의 핵심이 된다. 이때 차량 상태에 대한 투명한 진단과 상품화 공정이 갖춰지지 않으면, 차량 매각 시점의 가격 하락과 회전율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어피니티는 이 센터를 통해 중고차 거래의 신뢰도를 높이는 동시에, 반납 차량의 회전 속도를 높이고 재판매 단가를 안정화해 전체 구독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중고차 거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구독 모델 도입이 어려웠던 기존 업계의 고민을, 시스템 구축을 통해 풀겠다는 접근이다.


구독 모델의 실현 가능성, 남은 과제는


어피니티가 제시하는 렌터카 산업의 미래는 분명 구조적 전환을 지향하고 있다. 차량 이용 방식을 구독형으로 바꾸고, 중고차 유통 구조를 플랫폼화하며, 자산 회전 효율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복합 전략은 지금까지 이 시장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접근이다.

다만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소비자들의 차량 소유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강하고, 구독 모델이 기존 금융형 장기렌탈보다 얼마나 명확한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플랫폼으로서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어피니티는 본질적으로 사모펀드다. 산업 전환이라는 이름 아래 얼마나 실질적인 사용자 경험 개선과 시장 구조 개선을 이끌 수 있을지, 아니면 결국 향후 엑시트를 위한 프레임워크 구성에 그칠 것인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 유보적이다.

렌터카 산업이 서비스 중심 플랫폼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와, 그것이 PE의 손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이제 시장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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