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의 환원정책이 단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수익구조의 체질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에 관해 주목할 점은, 최근 1~2년 사이 KT&G의 수익중심이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는...[본문 중에서] " height="800" loading="lazy](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0/397198_425332_1759279117.jpg)
국내 대표 고배당주 중 하나인 KT&G는 최근 고강도의 주주환원 정책 발표와 미국 담배기업 알트리아(Altria)와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경영 전략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는 과거 내수 중심의 담배 기업에서 글로벌 소비재 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KT&G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와 함께 신중한 평가도 병행되고 있다. KT&G가 제시한 주주환원 및 글로벌 성장 전략이 실제로 지속 가능하고 구조적으로 실현 가능한지, 그리고 기존 핵심 사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향후 실적과 실행력을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 ‘주주 가치 제고’와 ‘성장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선, 전략적 방향성과 함께 성과에 기반한 검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주주환원율 100%’ 선언, 매력은 확실, 장기 지속성은 여전히 과제
KT&G는 9월 23일 ‘2025 CEO Investor Day’에서 새로운 주주환원 원칙을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은 ▲총 주주환원율 100% 이상, ▲배당성향 50% 이상 유지, ▲주가 저평가 시 자사주 매입의 탄력적 시행 등이다.
실제 올해 KT&G는 주당 배당금을 6,000원으로 상향해 전년 대비 600원을 추가 지급하고, 2,6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한다. 배당금 증액분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합산한 주주환원 규모는 2,76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1% 증가한 수치다.
단기적으로 이는 ‘리레이팅’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 고배당 안정성, EPS 개선 효과(자사주 소각), ROE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구조는 특히 중장기 가치투자자나 연기금, 보험사 등 고배당 성향 투자자에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시장은 동시에 묻고 있다. 이 구조가 지속 가능한가?
KT&G는 현재 약 1.4조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1조 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 매각을 통해 추가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 자체로도 중기적 재원은 확보된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결국 환원의 원천은 영업이익에서 나와야 하며, 핵심사업의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환원정책은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
현재 담배산업은 볼륨 감소, 소비자 인식 저하, 규제 강화라는 다층적 압력을 받고 있다. WHO의 FCTC(담배규제기본협약)와 유럽연합의 궐련 규제 강화 움직임, 미국 FDA의 니코틴 함량 규제 검토 등은 글로벌 담배회사들의 수익성과 재투자 전략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로, BAT(British American Tobacco)은 최근 몇 년간 고배당 정책을 유지했으나, 실적 둔화와 비핵심 자산에 대한 대규모 손상차손 인식으로 인해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Philip Morris International(PMI) 역시 안정적인 배당성향을 유지하고 있으나, IQOS, Veev 등 비전통담배(NGP)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재투자 확대에 따라 자본환원 여력이 제한되고 있다."
이와 달리 KT&G는 환원과 성장을 동시에 약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몇 년 내 글로벌 사업 및 신제품 포트폴리오에서 의미 있는 현금창출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이 환원율은 ‘선물’이 아닌 ‘소진’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글로벌 실적 반등… 수익구조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
KT&G의 환원정책이 단기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수익구조의 체질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에 관해 주목할 점은, 최근 1~2년 사이 KT&G의 수익중심이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1분기부터 궐련형 담배의 해외매출이 국내매출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지역 다변화를 넘어, KT&G의 핵심 P&L 구조가 실질적으로 글로벌화되고 있다고 해석된다.

해외 궐련형 부문은 최근 3개 반기 연속으로 매출,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연결 영업이익에서의 기여도도 지속 확대 중이다. 이러한 흐름을 가능케 한 배경에는 현지 생산 기반의 확대와 수출 거점 전략의 실행력이 있다.

KT&G는 2024년 4월, 카자흐스탄 신공장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다. 해당 생산기지는 CIS(독립국가연합), 중동, 동유럽 등 인근 신흥 시장을 타깃으로 한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되며, 원가 절감뿐만 아니라 물류 효율성과 수출 리드타임 단축 측면에서도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KT&G는 글로벌 사업 조직을 ‘CIC(Country Innovation Center)’ 체제로 전환하여, 각국 시장에 특화된 현지 주도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 KT&G의 사업 구조를 내수 중심 소비재 기업에서 글로벌 브랜드 기반 소비재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특히 유통, 브랜드, R&D, 현지 생산까지 포함된 글로벌 밸류체인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KT&G는 이를 글로벌 시장 확장에 적용 가능한 ‘사업 운영 모듈’로 발전시키고 있으며 향후 주주환원 정책의 재원을 뒷받침할 기반이 될 수 있다
Altria와의 협업,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 위한 전략적 한 수
KT&G의 글로벌 전략에서 가장 구조적인 변화는 미국 담배기업 Altria와의 포괄적 협업이다. 2024년 9월, KT&G와 Altria는 북유럽 기반 니코틴 파우치 전문기업 ASF(Another Snus Factory)의 공동 인수를 단행하며, 단순한 파트너십을 넘어 공동 사업 전개 및 제품 포트폴리오 결합에 나섰다.
이번 거래는 Altria와 SPC(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해 ASF AB(스웨덴 생산/판매법인) 및 ASF AS(노르웨이 판매법인)의 지분을 인수하는 구조이며, 51% 지분(약 1605억 원)을 확보하였다. KT&G는 SPC 전량에 대한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100% 단독 인수도 가능한 구조다.
ASF는 규모는 작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이다. ASF AB는 2022년 별도 기준 매출액이 약 280억 원에서 2024년 약 745억 원까지 확대되었으며 흑자도 기록중이다
KT&G는 기존에 궐련형 전자담배(HNB, 릴 시리즈)에 주력해왔지만, 글로벌 담배시장에서 NGP 수요는 파우치와 베이퍼로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니코틴 파우치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미국과 북유럽을 중심으로 젊은 성인 소비자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PMI의 ‘Zyn’, BAT의 ‘Velo’가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KT&G의 이번 인수는 차세대 제품 경쟁의 ‘후발주자’가 아닌 ‘협업 기반의 플레이어’로 자리 잡으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번 협업의 본질은 단기 매출 효과보다 글로벌 유통 주도권을 확보하는 장기 전략에 있다. Altria는 미국 내 강력한 유통망과 규제 대응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KT&G는 아시아 및 중동 유통 인프라에 강점을 가진다. 양사의 협업은 단순한 제품 합작이 아닌, 글로벌 브랜드 공동 운영 및 R&D 협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비핵심 자산 매각, 단순 수익화 넘어 자산 전략의 전환점
KT&G는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비핵심 자산 유동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2023년부터 시작된 자산 구조조정은 단순한 매각 수익 창출을 넘어, KT&G의 자산 전략 자체가 전환기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는 서울 을지로타워 매각이다. KT&G는 해당 건물을 2014년 골든브릿지파트너스로부터 약 612억 원에 인수했으며, 최근에 천경해운에 약 1,200억 원에 매각하면서 약 600억 원의 시세차익을 실현했다. 현재 매각 추진 중인 자산은 코트야드 메리어트 호텔(서울 남대문), 대구, 세종, 부산 등 지방 부동산들로, 약 1조 원 규모의 처분 계획이 2027년까지 실행될 예정이다.
KT&G는 이 자산 유동화를 통해 재무 레버리지 없이도 고배당·자사주 소각 등 환원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자산 매각을 통한 일회성 이익 확보뿐 아니라, 자산회전율을 높이고 ROA(총자산수익률), ROE(자기자본이익률)를 개선하는 효과도 동반된다.
전략적 변화는 가시화… 실질 성과로의 연결이 다음 과제
KT&G는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시장 확대와 전략적 제휴, NGP 포트폴리오 강화 등을 통해 중장기 성장 전략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수익 안정성과 내수 기반 시장 점유율에 초점을 두었지만, 전략 변화를 통해 소비재 기업으로의 사업 포지션을 변환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안정적인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글로벌 사업은 지역별 수익성과 리스크 요인에 따라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고, NGP 시장 경쟁 심화와 규제 환경 등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배당 안정성과 성장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핵심 사업에서의 지속적인 수익 창출력 확보와 자본 배분 전략의 효율성이 병행되어야 한다. 증권업계는 KT&G의 주가 흐름이 단기적 기대감보다는, 향후 실적과 현금흐름을 통해 전략 실행이 얼마나 성과로 연결되는지를 중심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