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건설경기 부진으로 고용 시장 침체돼 무인화 기술 도입 우려
최근 정부가 중대재해 관련 엄벌주의 기조를 내세웠음에도 건설 현장 인명사고가 계속돼 공분을 샀다. 이에 건설업계가 건설 현장 무인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고용 감소라는 큰 걸림돌이 남아 고심에 빠졌다.
![포스코이앤씨가 원격제어 굴착기를 실증하는 모습 [사진=포스코이앤씨]](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1744_431942_5227.jpg)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업은 여전히 국내 산업재해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업종이다. 정부 통계상 연간 사망자 수는 소폭 감소에 그쳤으며, 최근 한 달 들어서도 삼성물산 PSM타워 신축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등 여러 곳에서 인명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반복되는 사망 사고와 강화되는 제재 속에서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고위험 공정에서 사람을 배제하는 무인, 원격, 로봇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업계는 이를 단순히 안전 설비를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 투입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시공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흐름으로 풀이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최근 발표한 스마트건설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고위험 공정의 무인화와 원격화다. 높은 곳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나 중량물 인양 등 치명 사고가 빈번한 공정이 주 대상이다. 관제센터를 기반으로 작업자와 장비의 위치를 실시간 추적하고,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해 안전과 품질, 공기를 동시에 관리하는 방식이 확산됐다.
![삼성물산이 현대건설과 공동개발한 스마트 자재 운반 로봇을 첫 시연하는 모습 [사진=삼성물산]](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1744_431940_5137.jpg)
포스코이앤씨는 이달 5일 전남 여수 화태-백야 도로 공사 현장에서 HD현대의 원격제어 굴착기를 투입해 국내 최초로 현장 실증에 성공했다. 내륙의 관제실에서 수십 km 떨어진 섬의 굴착기를 원격 조종하고, 360도 카메라와 접근 감지 레이더, 비상 정지 시스템을 탑재해 악천후나 암반 구간 시공을 무인으로 완료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를 계기로 무인 굴착을 표준 공법으로 정립할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국내 최초 원격제어 굴착기 실증으로 도서·산간 건설의 한계를 넘어설 기술적 해법을 확인했다”며 “HD현대사이트솔루션과 협력을 강화해 건설 현장의 무인화를 앞당기고, 지속적인 디지털 혁신으로 스마트건설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 가겠다”고 밝혔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2025년 인천 청라 현장 등에서 자율주행 자재 운반 로봇을 시연했다. 동시적 위치추정 및 지도작성 기술을 기반으로 장애물을 인식하고 원격 관제가 가능한 이 로봇들은, 협소하고 복잡한 고층 현장에서 인력을 대신해 자재를 운반했다. 반복적인 운반과 이동 공정에서 작업자와 장비의 동선을 분리해 충돌이나 끼임 사고를 차단하겠다는 목표다.
![자동 방직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는다고 생각했던 중세 노동자들이 자신을 대체할 기계를 부쉈던 러다이트 운동 [사진=인공지능(DALL-E) 생성 이미지]](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1744_431949_40.png)
다만 이미 건설 경기 부진으로 토공, 자재 운반, 조적 등 현장 기능 인력이 일자리를 잃는 가운데, 무인화 기술 도입으로 인해 고용지표가 악화하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달 17일 발간한 '월간건설시장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건설업 취업자 수는 191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5% 감소했다.
이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으로 2024년 5월 이후 16개월 연속 이어진 감소세다. 건산연은 건설기성(공사 실적) 감소가 현장 인력 축소로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한국노동연구원도 '2025년 상반기 노동시장 평가'에서 건설업을 고용 감소폭이 큰 부문으로 분류했다. 특히 상용직보다 현장의 임시·일용직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근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와 더불어, 실제 현장에서는 위험하고 힘든 공정을 기피하는 구조적 인력난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는 현재의 경기 부진에 따른 인력 감축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원격 조종이나 로봇 기술 도입은 이런 복합적인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근본적으로 더 안전한 작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노력"이라며 "단순히 비용을 줄이거나 사람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현장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장기적인 투자로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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