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스틸은 기술력과 시장지위를 보유한 철강사이지만, 2025년 들어 외형과 내실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 그룹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는 위기 상황에서 신속성을 잃고, 수익성보다 유동성 관리를 우선시하게 만드는 구조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height="762" loading="lazy
KG스틸은 기술력과 시장지위를 보유한 철강사이지만, 2025년 들어 외형과 내실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 그룹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는 위기 상황에서 신속성을 잃고, 수익성보다 유동성 관리를 우선시하게 만드는 구조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KG스틸(대표이사 박성희)은 냉간압연강판(CR), 아연도금강판(GI), 프리코팅강판(GL) 등 판재류를 주력으로 생산·판매하는 국내 철강업체다. 1982년 10월 설립되어 한국 철강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왔으며, 2021년 KG그룹에 인수된 후 2022년 ‘동부제철’에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되었다.

주요 생산거점은 당진·인천 제철소이며, 전기로(EAF) 중심의 설비 구조를 갖추고 있다. 대표이사는 박성희 사장으로, 생산·영업·재무 관리 경험을 겸비한 전문경영인이다. 최대주주는 KG에코솔루션(지분율 44.98%)으로, 그룹의 자금·전략 컨트롤이 전사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5년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8,051억 원, 영업이익은 369억 원을 기록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 판가 인하와 수요 부진이 동시에 작용하며 수익성 방어가 제한적이었고, 설비 가동률도 전년 대비 낮아졌다.

KG스틸의 주요 리스크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그룹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 따른 독립성 제약과 자본배분 왜곡 가능성(최대주주 리스크), 둘째, 스프레드 축소와 탈탄소 CAPEX 증가에 따른 현금흐름·레버리지 악화(재무 리스크)이다.


그룹 시너지가 아닌 족쇄로 작용하는 지배구조


KG스틸은 KG그룹의 철강사업 핵심 계열사로, 그룹 차원의 재무전략과 자금 운용 방침이 경영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룹 내부 거래와 자금 이동은 재무적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철강 본업 중심의 의사결정이 지연되거나 독립성이 저하될 경우 시장 대응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철강가격 변동이 심화되는 가운데, KG스틸은 원재료 가격 하락분을 완전히 판가에 반영하지 못했다. 이는 단기 실적보다는 그룹 전체 유동성 유지에 초점이 맞춰진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EU 철강 통상환경 변화로 수출 채산성 조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계열사 간 자금흐름과 의사결정 절차가 늦어지는 문제는 단기 수익성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KG스틸의 2025년 2분기 냉연강판 평균 판매단가는 톤당 약 87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하락했다. 반면 중국·인도산 제품 단가는 평균 74만 원 수준으로 유지되며 가격 격차가 더 벌어졌다.

내수시장 점유율은 2024년 19%에서 2025년 17%로 하락했고, 재고자산 회전일수는 63일로 전년 대비 5일 증가했다. 이는 내부 의사결정 지연과 납품 조정 한계가 결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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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기업내부자료 및 산업통상자원부 철강통계)

그룹 중심의 자본정책은 외형 확장기에는 유효하지만, 업황 둔화기에는 본업 수익성 방어를 어렵게 한다. 특히 CAPEX·M&A 등 대규모 의사결정이 그룹 차원에서 조율될 경우, 개별 사업단의 재무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2025년 상반기 KG스틸의 영업이익률은 6.3%로 전년 동기 대비 7.5%에서 하락했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 내부거래 투명성 제고, ROIC 중심의 자본배분 원칙 확립이 단기 과제로 제시된다.


겉은 안정적이지만, 현금흐름은 버티지 못한다


2025년 2분기 KG스틸의 재무구조는 겉보기에는 양호해 보인다. 그러나 세부 현금흐름 지표를 보면 상황은 다르다.

2025년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5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942억 원에서 37.5% 감소했다. 순이익이 883억 원임에도 현금흐름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운전자본 변동과 CAPEX 선집행의 영향 때문이다.

특히 2025년 전기로 효율화와 친환경 도금라인 증설을 위해 약 1,000억 원 규모의 CAPEX가 집행 중이며, 이는 연간 EBITDA(약 1,300억 원)의 77%에 달한다. ESG 설비 전환과 탈탄소 대응을 위한 투자비가 단기 현금유출을 심화시키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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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억 원) 출처: 금융감독원

탈탄소 설비투자는 장기적으로 경쟁력 확보에 필수지만, 단기 유동성 측면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만약 2025년 하반기 강판 수요가 예상보다 회복되지 않을 경우, 차입 레버리지 상승과 신용비용 증가는 불가피하다.

재무적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첫째, CAPEX 집행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투자 대비 ROIC 기준(ROIC ≥ WACC+2%)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둘째, 운전자본 회전율 개선을 통해 OCF를 안정화해야 하며, 셋째, 금리 민감도가 높은 단기차입금 비중을 장기물로 전환해 이자비용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


KG스틸은 기술력과 시장지위를 보유한 철강사이지만, 2025년 들어 외형과 내실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다. 그룹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는 위기 상황에서 신속성을 잃고, 수익성보다 유동성 관리를 우선시하게 만드는 구조적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동시에 탈탄소 설비투자와 CAPEX 확대로 인한 재무 부담은 장기적 성장 기반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

단기적으로는 실적 방어보다 현금흐름의 질을 높이는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 본업인 철강판 사업의 가격결정력 회복,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그룹 내부거래 투명성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ESG 투자와 재무정책을 연결한 구조적 개혁이 절실하다. 즉, “양호한 재무비율”이라는 외형적 안정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수익성·유동성·의사결정 자율성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KG스틸의 생존 조건은 변화의 속도다. 통상·ESG·금리 리스크라는 3중 구조 속에서, 대응이 늦으면 안정의 외피는 곧 균열로 바뀐다. 반대로 지금의 전환기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활용한다면, KG스틸은 국내 철강사 중 가장 빠르게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로 복귀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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