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풍산은 방산 및 비철금속 시장에서의 수요·가격 리스크와 투자 확대로 인한 재무 레버리지 및 현금흐름 악화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두 리스크는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외형 성장은 이루고 있으나 내부 수익 구조의 탄탄함은 약화되고 있다. [본문 중에서]" height="762" loading="lazy
현재 풍산은 방산 및 비철금속 시장에서의 수요·가격 리스크와 투자 확대로 인한 재무 레버리지 및 현금흐름 악화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두 리스크는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외형 성장은 이루고 있으나 내부 수익 구조의 탄탄함은 약화되고 있다. [본문 중에서]

풍산(대표이사 류진,박우동)은 구리 및 신동 압연제품, 합금소재, 그리고 군용탄약을 주력으로 하는 한국 대표 금속·방산 복합기업이다. 1968년 설립된 이후 반세기 넘게 국내 산업 전반의 소재 공급망을 담당해 왔으며, 최근에는 방산 부문의 글로벌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배구조는 지주사인 풍산홀딩스가 지배하는 구조로, 제조, 소재, 방산 부문이 각자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풍산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류진 회장 일가로, 특수금속소재와 탄약사업의 핵심 의사결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2025년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35% 이상 급감했다. 이러한 급격한 이익 감소는 원자재 가격 변동, 수출 납기 지연, 관세 리스크, 그리고 환율 변동성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현재 풍산은 방산 및 비철금속 시장에서의 수요·가격 리스크와 투자 확대로 인한 재무 레버리지 및 현금흐름 악화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두 리스크는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외형 성장은 이루고 있으나 내부 수익 구조의 탄탄함은 약화되고 있다.


매출은 증가했는데 이익은 감소... 외형의 함정에 빠진 풍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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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금융감독원)

풍산은 국내 유일의 탄약·신동소재 동시 생산기업으로, 두 사업부 모두 국가 전략산업의 일환으로 분류된다. 2025년 3분기 기준 전체 매출 중 신동사업이 약 65%, 방산(탄약)사업이 약 35%를 차지한다. 그러나 최근의 매출 구조는 단기 외형 확대에 비해 채산성이 뚜렷하게 악화된 양상을 보인다.

2025년 3분기 영업이익률은 약 4.9%로 전년 동기 대비 3%p이상 하락했다. 방산 부문 매출 감소는 수출용 탄약의 납품 일정이 4분기로 이연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경탄(155mm 포탄) 시험평가 일정이 지연되면서 일부 매출이 2026년 1분기까지 밀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구조는 수요 변동이 직접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풍산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한편, 신동(구리소재) 부문은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구리가격 급등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수익성 개선을 상쇄했다. 2025년 3분기 LME 구리 현물가격은 톤당 평균 9,400달러로 전년 대비 11.8% 상승했으나, 환율 상승(원/달러 평균 1,395원 → 1,458원)이 오히려 수입단가를 끌어올려 영업마진을 제한했다. 즉, 수요는 늘었지만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모두 상승해 마진은 오히려 축소된 것이다.

게다가 미국 PMX Industries(풍산의 북미 자회사)는 현지 관세와 인건비 상승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생산거점 확장의 긍정적 효과보다 비용 측면의 부정적 영향을 키운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풍산의 수익성 하락은 외형 성장에 가려진 원가 구조의 비탄력성을 반영한다. 특히 방산 매출은 수주, 인허가, 납품이라는 3단계 절차에 따라 매출 인식이 지연되는 특성이 있고, 신동소재 부문은 구리가격 변동에 즉시 반응하는 민감한 구조를 가진다.

두 사업부 모두 외생 변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다. 풍산은 향후 가격결정력 확보를 위해 구리스크랩 회수율을 높이고, 탄약생산공정 자동화로 납기 변동을 줄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외형 안정 속 재무 리스크 확대... 단기차입·CAPEX 부담


풍산의 2025년 상반기 실적을 보면, 외형상 안정적이나 내재적 재무 리스크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우선, 2025년 상반기 부채비율은 약 88.6% 수준으로, 동종 비철금속 업계 평균보다 높다. 단기차입금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했으며, 이 중 40%가 구리 원재료 매입을 위한 운전자금으로 집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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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산 생산 군용탄약) 출처: 기업내부자료

이러한 수치는 풍산이 과거 무차입경영과 현금흐름 우량기업으로 평가받던 위상이 점차 희석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투자비용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현금이익(Free Cash Flow)이 감소하고, 이자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원자재 조달비용 상승이 단기 차입을 유발하고, CAPEX 증가가 고정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풍산의 현금창출력(CFO)이 매출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역성장형 재무구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향후 금리변동과 환율조정이 단기차입 비용을 가중시킬 위험이 크다. 따라서 풍산은 신규 CAPEX의 ROIC(투자자본수익률)를 WACC + 2% 이상으로 제한하고, 재무활동현금흐름 중 단기차입 비중을 50% 이하로 낮추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풍산의 2025년 3분기 실적은 외형적으로 매출 증가, 이익 감소라는 전형적인 수익성 약화 구간을 보여준다. 방산과 소재 양 부문에서 글로벌 수요가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마진 방어력과 자본 효율성이 모두 약화되고 있다. 구리가격 상승, 원재료 환율, 납기 리스크, CAPEX 과중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풍산은 체력은 좋은데 숨이 차는 기업으로 변하고 있다.

앞으로 풍산이 지속 가능한 성장기업으로 남기 위해서는 구리 및 신동 부문에서 원가 헤지전략을 강화하고, 방산부문에서는 납기, 품질, 수익의 삼박자를 통합 관리하는 내부통제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또한, 재무적으로는 고정비와 CAPEX 구조를 조정해 현금흐름 기반의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

결국 풍산의 미래는 매출의 크기가 아니라 현금흐름의 질과 수익의 지속성이 결정할 것이다. 지금의 풍산은 외형적으로는 K-방산의 한 축이지만, 내적으로는 체질 개선이 필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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