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항공 수요 회복, 이후 기내 불법 행위도 증가

부산 김해공항을 출발해 필리핀 세부로 향하던 진에어 국제선 여객기에서 승객이 객실 사무장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유사한 기내 난동이 증가하는 추세라 여행객들은 기내 안전조치와 관련 법령을 주목했다.

진에어의 항공기 [사진=진에어]
진에어의 항공기 [사진=진에어]

항공업계와 진에어에 따르면 이달 17일 밤 부산발 세부행 LJ073편에서 한 남성 탑승객이 다른 승객과 말다툼을 벌이다 이를 말리는 사무장을 손으로 때렸다. 사무장은 멍이 들고 약간의 피를 흘리는 부상을 당했다.

승무원들은 가해 승객을 진정시킨 뒤 다른 좌석으로 안내해 격리했다. 항공기는 비상착륙 없이 예정대로 목적지에 도착했고, 해당 승객은 공항에 대기 중이던 현지 공항경찰대에 인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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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어는 항공보안법 등 관계 법령을 검토해 구체적인 형사 고발이나 손해배상 청구 등 대응 수위를 정할 예정이다. 한 진에어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항공 안전 및 보안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위법 사안"이라며 "관련 법규에 따라 해당 승객에게 단호하게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적으로 기내에서 승무원 등을 폭행해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해치는 행위는 항공보안법상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항공보안법은 운항 중 항공기 안에서 폭언, 협박, 폭행으로 운항과 질서를 저해하거나 승무원의 정당한 직무 수행을 방해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까지 처벌할 수 있게 규정했다.

이번 사건이 주목받는 것은 최근 몇 년간 기내 불법행위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제출된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5년 7월까지 항공기 내 불법행위 적발 건수는 2000건을 넘었다.

기내 난동을 부리려는 승객을 제지하는 모습 [사진=인공지능(Imagen 3) 생성 이미지]
기내 난동을 부리려는 승객을 제지하는 모습 [사진=인공지능(Imagen 3) 생성 이미지]

코로나19 사태로 항공 수요가 줄었던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30건, 85건에 그쳤지만, 이후 수요 회복과 함께 2022년 266건, 2023년 545건, 2024년 657건으로 매년 크게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흡연이 가장 많고, 폭언·소란, 성적 수치심 유발, 음주 후 위해행위, 폭행·협박 등이 뒤를 이었다.

해외에서도 승무원 지시 불이행과 언어폭력, 음주에 따른 문제 행동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22년 기준 전 세계 항공편 568편당 1건 꼴로 기내 규칙 위반 행위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2021년 835편당 1건과 비교하면 한 해 만에 발생 비율이 눈에 띄게 커졌다. 신체적 폭력의 경우 여전히 드물지만, 2021년보다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비용항공사(LCC)를 포함한 국내 항공사들은 안전과 비용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기내에서 심각한 난동이 발생하면 기장은 비상착륙이나 회항을 검토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연료비와 공항 사용료, 지연에 따른 보상, 후속편 마련 등 추가 비용이 한꺼번에 발생한다.

진에어는 이번 상황에 대해 비상착륙을 검토할 정도의 위급한 단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다만 수익성 압박이 큰 항공업 특성상 비상조치 결정 과정에서 비용과 스케줄이 함께 고려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어느 지점까지 안전상 임계치를 볼 것인지 항공업계의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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