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중심의 지배구조는 위기 대응을 늦추고 있으며, 재무 구조는 겉으로 안정적이지만 내실이 약화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고정비 축소와 현금흐름 중심의 재무전략 전환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이사회 독립성 확보·내부거래 투명성 제고·투자 효율성 검증이 필수적이다. [본문 중에서]" height="762" loading="lazy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는 위기 대응을 늦추고 있으며, 재무 구조는 겉으로 안정적이지만 내실이 약화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고정비 축소와 현금흐름 중심의 재무전략 전환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이사회 독립성 확보·내부거래 투명성 제고·투자 효율성 검증이 필수적이다. [본문 중에서]

대한제강(대표이사 이경백)은 1954년 설립되어 2005년 10월 주식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국내 대표 철근 제조사로, 부산 신평·녹산 제철소와 평택 공장을 거점으로 제강 및 압연 일관공정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제강의 지배구조는 오치훈 회장을 중심으로 한 가족 경영 체제이며, 오치훈 회장이 지분율 22.49%로 최대 주주이다. 또한, 대한제강 회장 및 와이케이스틸 대표이사직을 겸임하며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철근 및 빌릿으로, 국내 건설용 철강재 공급망의 주요 축을 담당한다. 최근에는 고품질 코일철근(BIC) 제품 비중을 확대하며 고부가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나, 업황 침체로 성과는 제한적이다.

2025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약 3,490억 원, 영업이익은 약 8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58% 급감하였다. 철근 가격이 전년 대비 약 5만 원/톤 하락하고, 건설경기 둔화로 인한 내수 수요 감소가 겹친 결과다.

이러한 실적 부진의 근본 원인으로는 그룹 중심의 자본·의사결정 구조로 인한 경영 독립성 저하 및 내부거래 불투명성(오너 리스크)과 원가 상승, 수요 둔화가 맞물린 손익 변동성 및 설비투자 부담(재무 리스크)으로 요약된다.


투명성 없는 철근왕국... 변화에 뒤처진 의사결정


대한제강은 가족경영 기반의 전통적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주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 이는 그룹 내 조정력 측면에서는 장점이지만, 독립적인 경영 판단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상반기 기준, 대한제강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참여율은 60% 미만으로 하락하였고 감사위원회는 실질적으로 경영 감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외부 평가기관의 이사회평가에서도 2024년 대비 15% 낮은 점수를 기록하며 지배구조 신뢰도가 약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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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nGuide)

내부거래 비중은 매출의 약 18%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경쟁사 평균(10% 이하)보다 높은 편이다. 이러한 구조는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속도를 떨어뜨리고, 특정 이해관계자의 단기 재무 이익이 사업 의사결정을 좌우할 위험을 내포한다.

2025년 2분기 국내 철근 수요는 약 185만 톤으로 전년 대비 12% 감소하였고, 철근 유통단가는 5월 톤당 76만 원에서 7월 기준 72만 원으로 떨어졌다. 주요 시황 지표가 급변했음에도 대한제강은 판매단가 조정 및 설비 가동 조절이 늦어지며 시장점유율이 13%에서 12%로 하락하였다.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으면, 철근과 같이 경기 민감도가 높은 제품 시장에서는 단가 변동과 납기 대응력이 약화된다.

대한제강은 전통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원을 유지해왔지만, 시장 전환기에 ‘의사결정의 속도’에서 경쟁사에 뒤처지고 있다. 내부통제 및 자본배분 원칙을 명문화하고, 사외이사 비율을 2/3 이상으로 확대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숫자가 감춘 균열... 대한제강의 재무 체력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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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분기 실적 (출처: 금융감독원)

대한제강의 재무구조는 외형상 안정적이다.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는 동종업계 평균보다 양호하다. 그러나 세부지표를 보면 수익성 악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5년 2분기 영업이익률은 2.3%로 전년동기 대비 3.8%p 하락했고, 순이익률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국내 철근 평균가 하락과 수요 위축은 고정비 부담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비투자 확대와 원자재(스크랩) 가격 반등이 겹친다면, 하반기 현금흐름 압박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향후 대한제강은 CAPEX의 우선 순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고, 투자 대비 ROIC가 WACC+2% 이상인 프로젝트만 유지하는 보수적 재무정책을 취해야 한다. 또한 단기차입금 만기분을 장기물로 전환하여 금리변동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


대한제강은 반세기 이상의 역사를 가진 강재기업이지만, 현재의 시장 환경은 “규모보다 구조”가 더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는 위기 대응을 늦추고 있으며, 재무 구조는 겉으로 안정적이지만 내실이 약화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고정비 축소와 현금흐름 중심의 재무전략 전환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이사회 독립성 확보·내부거래 투명성 제고·투자 효율성 검증이 필수적이다.

철근 가격과 수요는 경기 회복기에 다시 반등하겠지만, 구조개혁 없이는 대한제강의 경쟁력은 다시 약화될 것이다. 결국 대한제강의 생존 조건은 ‘속도의 전환’이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를 재무 혁신과 지배구조 개선의 기회로 전환한다면, 대한제강은 단순한 철근 제조업체가 아닌 “위기에 강한 철강기업”으로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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