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채 시장 복귀한 SK온…“수요는 채웠지만 가격은 못 낮춘” 재무 리스크 시험대
-SK그룹의 지원으로 되살아난 SK온… 그러나 금리가 말해준 ‘본체 리스크’의 실체

향후 SK온이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수주 흐름 회복, △북미·유럽 공장의 수율 개선과 라인 안정화 등 생산 효율화, △SK엔무브 편입 이후 실적 통합 효과와 현금창출력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적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보여주느냐가 다음 공모채 금리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번 발행이 “시장 복귀의 시그널”이었다면, 다음 발행은 시장 신뢰 회복을 실질적으로 입증하는 시험대가 되는 셈...[본문 중에서]" height="762" loading="lazy
향후 SK온이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수주 흐름 회복, △북미·유럽 공장의 수율 개선과 라인 안정화 등 생산 효율화, △SK엔무브 편입 이후 실적 통합 효과와 현금창출력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적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보여주느냐가 다음 공모채 금리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번 발행이 “시장 복귀의 시그널”이었다면, 다음 발행은 시장 신뢰 회복을 실질적으로 입증하는 시험대가 되는 셈...[본문 중에서]

SK온(이석희 대표이사 사장)이 1년 만에 공모 회사채 시장에 복귀했다. 최근 그룹 차원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지원이 이어지면서 조달 환경이 개선된 덕분이지만, 발행금리는 민평 대비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며 재무 리스크가 여전히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모채 시장 돌아온 SK온…1440억 몰렸지만 ‘금리는 상단’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이날 1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목표로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모집액 대비 1.44배인 1440억원의 주문이 들어오며 외형적으로는 ‘완판’에 성공했다. 특히 2년물(600억원 모집)에는 전체 수요의 대부분인 1040억원이 몰렸고, 3년물(400억원 모집)에는 정확히 400억원만 들어오며 단기물 선호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이는 최근 2차전지 업종 전반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기관이 SK온의 중기 리스크는 부담스럽지만 단기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발행금리는 희망밴드 상단에 사실상 고정됐다. SK온은 개별 민평 금리에 ±40bp의 밴드를 제시했으나, 실제 확정금리는 2년물 +39bp, 3년물 +40bp였다. 이는 기관이 조달 수요는 제공하되 리스크 프리미엄을 확실히 요구했다는 시그널이다. 배터리 업황 둔화, SK온의 영업적자 지속, 높은 부채비율 등 구조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기관들이 민평 대비 금리 인하(마이너스 스프레드)에는 응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조달 자체는 성공했지만 낮은 금리로 발행하는 데에는 실패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수요는 채웠으나 가격 협상력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즉, 흥행은 했지만 금리 측면에서는 ‘방어적 발행’에 가까웠다는 것이 IB 업계의 중론이다.

표1. SK온 공모채 지표/정리 뉴스워커 인사이트" height="351" loading="lazy
표1. SK온 공모채 지표/정리 뉴스워커 인사이트

상반기엔 사모 중심으로 1200억 조달…“업황 부담 컸다”


SK온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공모 발행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둔화, 주요 OEM의 재고 조정, 배터리 판가 하락 압력 등으로 2차전지 업황이 본격 회복되지 못한 데다, 자체 영업이익이 여전히 적자 기조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공모 시장에서 요구될 금리 프리미엄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사의 부채비율은 200% 중후반대를 유지해 재무적 부담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이는 시장 진입 시 금리가 ‘민평 상단+α’로 형성될 가능성을 높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SK온은 공모 대신 사모 시장에서만 총 1200억원을 조달했다. 3월과 5월 세 차례에 걸쳐 발행한 사모채는 모두 운영 자금 확보 용도로 사용됐고, 차환 목적의 발행은 없었다. 이는 회사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되, 시장 노출을 최소화하며 공모 발행 시기를 최대한 늦춰 금리 부담을 조절하려 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공모 시장에서 금리 프리미엄을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구조였다”며 “이 때문에 사모 시장을 활용하며 시간을 벌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당시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공모채 금리가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되었고, 기관들의 심리는 별도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SK온 또한 시장 컨디션이 개선될 때까지 ‘저위험·저노출’ 전략을 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SK엔무브 합병·PRS 2조 지원…“크레딧 완화 요인”


하반기 들어 SK온의 조달 환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상반기까지는 업황 둔화와 적자 부담 탓에 공모 시장 진입이 쉽지 않았지만, 여름 이후 그룹 차원의 굵직한 지원책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신용도에 ‘완충 장치’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이 SK온 보유지분을 담보로 약 2조원 규모의 주가수익스와프(PRS)를 체결하며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 자금은 SK온의 단기 재무 부담을 낮추고 유동성 커버리지 지표를 개선하는 역할을 했다. PRS는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이 SK온을 직접 후방 지원한 형태로 해석되며, 시장에서는 이를 ‘부모회사 지원의 명문화된 신호’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SK엔무브(구 SK루브리컨츠)를 SK온에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한 점도 매우 큰 변화다. SK엔무브는 연간 조 단위의 안정적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SK그룹 핵심 캐시카우로, 기유·윤활유 사업을 기반으로 경기 변동에 비교적 덜 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이 회사가 SK온으로 편입되면 SK온의 연결 영업현금흐름이 대폭 강화되며, 외형적인 재무 레버리지 지표도 즉시 개선된다. 실제로 합병 발표 직후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수익 기반 확대와 자본 확충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단기 크레딧 리스크가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그룹 차원의 대응으로 SK온의 ‘개별 펀더멘탈 리스크’가 일정 부분 희석되자, 회사는 다시 공모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달 규모도 최대 3000억원까지 열어두며 시장 상황에 따라 증액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확보한 것도 특징이다. 이는 상반기 사모 중심 조달 전략에서 벗어나 시장 접근성 정상화 단계로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문제는 ‘가격’…근본 펀더멘탈은 여전히 개선 필요


다만 발행금리가 민평 상단에서 결정된 점은 SK온이 여전히 안고 있는 구조적 리스크를 그대로 반영한다. 조달 시장은 그룹 지원과 안정적 자금흐름 개선 가능성을 인정했지만, 본체(SK온) 사업의 근본 수익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시장의 일관된 시각이다. 실제로 SK온은 최근 3~4년간 배터리 사업 투자 부담과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적자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SK온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적자 폭이 일부 줄어들었을 뿐 여전히 영업구조가 정상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표2. SK온 최근 3년간(2023 1Q ~ 2025 3Q) 분기별 영업이익(출처: SK이노베이션 IR)" height="418" loading="lazy
표2. SK온 최근 3년간(2023 1Q ~ 2025 3Q) 분기별 영업이익(출처: SK이노베이션 IR)

업황 회복과 생산효율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본격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장은 “수요는 들어오되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수준의 크레딧은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 역시 부담 요인이다. 2024년 상반기 기준 SK온의 부채비율은 248.1%로, 자산 규모가 급증한 배터리 기업 특성을 감안해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생산능력(CAPEX) 확대가 필수적인 업종 특성상 차입 의존도가 높고, 2차전지 업종의 변동성이 큰 만큼 조달 시장이 요구하는 리스크 프리미엄도 자연스럽게 확대된다.

IB 업계에서는 “SK온이 이번 공모채에서 수요를 모은 것은 그룹 차원의 지원 의지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며 “다만 회사 자체의 이익 창출력이 정상 궤도에 올라야만 발행 금리가 안정되고 조달 시장에서도 가격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룹 지원이 크레딧의 ‘방패’ 역할을 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체 현금창출력 회복이 조달 환경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는 해석이다.


“시장 복귀는 성공”…그러나 다음 발행이 더 중요하다


이번 수요예측을 두고 시장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요 측면에서는 공모 시장 복귀에 무리 없이 성공했고, 단기물 중심으로 기관 자금도 꾸준히 유입됐다. 사모 중심으로 조달하던 상반기와 비교하면 시장 접근성 자체가 정상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다만 금리가 희망밴드 상단에서 결정된 것은 여전히 재무구조와 사업환경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조달은 가능하지만, 가격(금리) 협상력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는 게 IB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향후 SK온이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수주 흐름 회복, 북미·유럽 공장의 수율 개선과 라인 안정화 등 생산 효율화, SK엔무브 편입 이후 실적 통합 효과와 현금창출력 확대로 이어지는 구조적 변화를 얼마나 빠르게 보여주느냐가 다음 공모채 금리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번 발행이 “시장 복귀의 시그널”이었다면, 다음 발행은 시장 신뢰 회복을 실질적으로 입증하는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올해 발행은 그룹 차원의 지원을 토대로 시장 접근성이 확보된 것”이라며 “근본적인 펀더멘탈 개선이 동반될 때 비로소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공모 시장은 SK온의 ‘그룹 신용’을 인정해 발행을 받아줬지만, 향후 금리 레벨은 결국 SK온 자체의 영업력 회복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