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만드는 기업 CJ ENM의 문화퇴행을 책임지는 기업 대표의 호도책
문화를 만드는 기업 CJ ENM의 문화퇴행을 책임지는 기업 대표의 호도책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0.01.03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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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워커_기자수첩] CJ E&M은 예능 및 음악방송 기획과 제작 엔터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국내 대표 문화계의 공룡 기업이다. 그런데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문화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발생했다.

‘있어서는 안되는’ 그리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당사가 제작한 엠넷 '프로듀스X101'은 101명의 아이돌 연습생들이 시청자들에게 얻은 득표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정해 최종 11위까지만 데뷔를 시켜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세계가 놀랄 글로벌 아이돌을 육성한다는 포맷하에 시즌1부터 화제가 돼 CJ ENM 음악부문 매출에 큰 공을 세웠다.

CJ ENM
CJ ENM

그러나 출연자들의 증언과 팬들의 진실규명 활동으로 촉발된 검찰 조사 결과 프로그램을 책임진 안준영PD 등은 최종 데뷔 조와 순위를 사전에 정해놓고, 이에 맞춰 득표수를 조작하는 등 1~4 전 시즌에 걸쳐 투표에 부정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정에서 책임자들은 여러 연예기획사들로부터 대가성 청탁, 향응 접대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미리 내정된 스타들을 위해 비(非)내정 연습생 후보들은 그들의 들러리 역할이었고, 생방송 유료문자투표는 하나의 쇼에 불과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시청자들은 당사의 만행에 분개했다. 지상파 출연 금지 국민청원까지 이어지면서 팬들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은 재능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연예계로 진출하는 사다리와 같은 상징성을 지녔다. 그리고 스타의 스타성을 소비 주체자가 직접 평가 선정한다는 방식은 시청자들을 안방 브라운관으로 모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불공정이 불러온 절망과 환멸을 몸소...

그런 와중에 이번 ‘프로듀스X101’ 조작 사건은 ‘짜고치는 고스톱’에 수 년 동안 전국의 수많은 시청자들이 이용당했고, 기만한 사건이다. 더하여, 수백 명의 연애 지망생들은 엔터테이먼트계의 거대 산 앞에서 불공정이 불러온 절망과 환멸을 몸소 경험해야 했다. 그네들의 곱디 곱고 푸른 꿈과 열정을 모조리 앗아갔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富强)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 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 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 백범 김구 「나의 소원」 中

‘문화를 만듭니다’ 라는 슬로건으로 대중문화계를 선도했던 CJ ENM 의 이번 만행은 일본으로부터 주권을 빼앗긴 자국민들에게 문화의 힘을 호소했던 김구 선생님의 철학을 통렬히 내동댕이치는 일련의 일들이다.

-허민회 대표의 뒤늦은 사태 수습은 ‘꼬리자르기’

업계는 현재의 CJ 허민회 대표의 뒤늦은 사태 수습이 ‘꼬리자르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정작 책임져야 할 CJ 윗선 당사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을 몸소 경험하게 한 당사의 ‘몰양심’ ‘도덕불감증’은 나라의 미래인 자들에게 ‘불신의 사회’, ‘자본 권력화’의 사회, ‘불공정한 사회’의 공고한 단면을 보여준 셈이다.

그런데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은 비단 300억 규모의 사회 환원이다.

돈으로 거래됐던 불공정 경쟁이 또다시 돈으로 사태를 무마시키려는 CJ ENM의 ‘초지일관’의 자세는 호도책으로 보인다. 돈으로 환원 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일테다. 이를테면, 대중에 대한 ‘신뢰’, 잘못을 자행한 이들의 진심 어린 ‘사죄’와 양심에 근거한 ‘책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현실 앞에 좌절된 젊은 청춘들의 ‘사회에 대한 환멸감과 무기력’은 또 어떻게 보상할 텐가.

이는 불공정한 경쟁 체제 아래서 만들어진 ‘거짓 결과’와 ‘은폐된 진실’에 대한 명명백백한 규명과 불법 특혜자의 원상 복귀가 수반되어야만 한다. 이는 대중문화계가 자행한 부정의가 낳은 불공정 사회의 공정사회로서의 복원이기도 하다.

“변명의 여지 없이 ‘우리’의 잘못이다”고 말한 CJ ENM 허민회 대표이사는 잘못을 저지른 ‘우리’라 지명한 자들의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발 물러나 ‘도의적 차원’이라는 명분을 앞세워서라도 피해당사자들과 ‘시청자가 직접 뽑는다’는 컨셉의 마케팅에 보기 좋게 놀아난 대국민 사기극에 피해입은 시청자들이 납득 할 만한 충분한 것으로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천민자본주의’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 당사의 작태에 대한 이번 사안은 전세계 동시대인들의 기억과 대한민국 대중문화역사 속에서 누누이 회자되며, 지울 수 없는 하나의 ‘주홍글씨’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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