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이하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은 비금융권 부문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지만, 동원그룹의 계열사에서 분리 독립한 한국투자증권을 맡아 국내 대표적인 금융투자 전문 기업으로 성장시킨 입지전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 부회장이 원양어선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한 일화는 재계에서도 유명하다. 반면 김 부회장의 이러한 성공 신화가 급변하는 금융업계에서는 다소 경직된 경영 스타일로 나타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김 부회장이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의 대표이사를 맡은 2004년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약 15년간의 경영성과를 돌아보고, 갈수록 경쟁이 심화하는 금융투자 업계에서 한국금융지주의 당면과제를 3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②미래에셋그룹 박현주 회장과의 경쟁 구도... 김남구 부회장의 대응책은 무엇인가?

미래에셋그룹의 박현주 회장은 증권회사 평사원에서 시작해 작은 투자회사를 창업한 후 국내 굴지의 투자금융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도 동원그룹의 평사원에서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해 동원그룹의 일개 계열사에 불과했던 동원증권을 현재 영업실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으로 성장시켰다. 투자금융계에서 박 회장과 김 부회장은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2019년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의 잠정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각 기업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알려져 두 경쟁사 오너의 경쟁 관계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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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리맨 성공 신화 쓴 박현주 회장, 한국투자증권(전 동원증권)에서 경력 시작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동양증권에서 샐러리맨으로 투자금융 업계에 발을 들인 후 미래에셋그룹을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미래에셋그룹을 한국투자금융지주에 버금가는 굴지의 금융투자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박현주 회장은 1986년 동양증권 영업부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가 1991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뒤 만 32세의 나이에 국내 최연소 지점장이 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박현주 회장은 김남구 부회장과 같이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밑에서 경영을 배웠다. 김재철 회장은 동원그룹 창업주로서 김남구 부회장은 김 회장의 장남이다. 김 회장은, 동원그룹은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에게 맡기고,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에게 동원증권을 승계해 주었다. 이후 김 부회장은 동원그룹에서 비교적 소규모의 계열사였던 동원증권을 지금의 한국투자증권으로 성장시켰고, 한국투자금융지주라는 거대 투자금융기업을 이끌게 되었다.

한편, 동원증권에서 일반 직장인으로서 승승장구하던 박현주 회장은 동원증권에 입사한 지 10년 만에 퇴사했다. 이후 구재상 전 압구정지점장, 최현만 전 서초지점장 등 이른바 8명의 ‘박현주 사단’과 함께 1997년 미래에셋캐피탈을 설립했다.

박현주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을 시작으로 미래창업투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잇달아 설립하고, 외환위기와 2008년 국제금융위기를 극복하며, 이후 미래에셋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현재는 해외 유망기업,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미래에셋대우는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중국, 영국, 호주 등 여러 국가에서 2조 6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현재 미래에셋그룹에 의하면, 해외 14개국에서 40개의 법인과 사무소를 운영하며 약 12,600명의 직원이 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대우의 성장... 과열된 금융투자업계에서 한국투자금융지주와의 경쟁 불가피해

지난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누적 순영업수익 16조 2040억 원으로 11.7% 증가했다. 특히 연결기준 세전순이익은 8930억 원, 당기순이익 663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52%, 30%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해 해외법인과 IB부문에서 호실적을 올려 해외법인 연간 세전이익은 1709억 원으로 증권사 최초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1년 전 845억 원보다 102% 급증한 기록이다. 4분기 IB부문 수수료 수익은 3698억 원으로 역시 1년 전보다 13.9% 증가했다.

한국금융지주의 핵심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도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투자증권은 2019년 잠정실적 공시에서 당기순이익 7099억 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6일 밝혔다. 2018년(4993억 원) 대비 42.2% 증가한 것으로, 국내 증권사가 기록한 연간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매출액은 10조 2200억 원, 영업이익은 86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7.2%, 34.3% 늘었다. 자기자본 역시 5조 4585억 원으로 1년 만에 1조 원 이상 확대됐다. 특히 투자은행(IB) 부문과 자산운용(Trading) 부문이 실적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각각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앞으로도 국내 증권투자업계 순위 1위 자리를 놓고 더욱 치열한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며, “이외에도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의 성장세가 커지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도 심화 되고 있다”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계열사 책임경영 체제의 미래에셋대우, 자회사 지배력 강화하는 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좋은 실적을 냈을 뿐만 아니라, HDC 현대산업계발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인수에 성공하였다. 또한, 홈플러스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스페인 CEPSA 인수금융, 호주 시드니 Opera Residential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등 국내외에서 우량 거래를 선제적으로 달성하였다.

미래에셋대우의 성장에 대해 업계에서는 “박현주 회장이 2018년부터 미래에셋대우 홍콩 회장과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을 맡아 해외사업을 총괄하고, 국내에서는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조웅기 대표이사 부회장 등이 부문별로 전문경영 체제를 갖춘 것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렇듯 부문별로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및 리스크 관리에도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래에셋그룹은 2018년 5월부로 각 계열사 부회장들의 책임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박현주 회장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미래에셋대우의 회장직을 내려놓고, 글로벌경영전략 고문을 맡으며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반해, 김남구 부회장은 한국투자금융지주를 통한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최근 한국금융지주 이사회는 김남구 부회장과 이강행 사장이 사내이사를 맡고, 이외에 6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되어 있다. 이에 최근 3인의 사내이사 체제에서 김남구 부회장과 최측근인 이강행 사장 2인 체제로 바뀌고, 김 부회장이 이사회 내에 각종 주요 직위를 겸직하고 있는 것이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한국투자증권은 한국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로써, 김 부회장의 지배력이 막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러한 이사회 구성을 두고, 김남구 부회장의 폐쇄적인 경영 스타일이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의 많은 사건·사고의 원인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의 한국투자증권의 실적에 가려 경영상 위험요인이 제대로 진단받지 못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도 부실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쟁 관계 치열해진 금융투자업계... 김 부회장, 최대 실적 달성했지만, 고객 신뢰 획득은 과제로 남아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이 지난해 9월 국내 56개 증권사의 재무안정성을 평가하고, 공시정보와 소비자 설문 등을 종합해 ‘2019년 좋은 증권사’를 발표했다. 금소연은 2013년부터 2년마다 좋은 증권사를 선정해왔는데, 2019년 1위로는 미래에셋대우가 선정되었고, 2위로는 삼성증권이, 3위에는 NH투자증권이 선정되었다. 앞서 2013년과 2015년에는 삼성증권, 2017년에는 NH투자증권이 좋은 증권사 1위에 올랐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옛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한 직후에는 5위에 머물렀지만, 불과 2년 만에 4계단 순위가 상승하며 처음 1위(92.74점)를 차지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대우는 안정성과 건전성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종합 2위를 차지한 삼성증권(90.98점)은 건전성(2위) 및 안정성·소비자성(각각 3위) 등의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소비자 민원 건수와 인지도 및 신뢰도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나타나는 소비자성 평가에서는 KB증권이 1위, 신한금융투자가 2위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은행계 증권사가 두각을 나타냈다. 수익성 평가에서는 2018년 업계 최대 순이익(5035억 원)을 낸 한국투자증권이 1위를 차지했다.

금소연의 평가만으로 고객들이 증권사를 선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최대 실적을 내면서도 증권투자업계 영업이익 1위라는 명성에 어울리는 고객 신뢰는 얻지 못하고 있다는 하나의 징표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위에서 업계 1, 2위를 다투고 있는 박현주 회장과의 경쟁 구도에서 김남구 부회장의 최근 경영 행보가 비교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김남구 부회장은 동원그룹의 일개 증권사를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자신감으로 기업의 지배력 놓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화하려 하거나, 각종 사건·사고로 고객의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어떤 식으로 든지 경영상 위험이 발현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 ②에 다음 시간에는 ‘③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성공... 김남구 부회장 체제 흔들리나’에 대해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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