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성공... 김남구 부회장 체제 흔들리나?

김남구 부회장은 1987년 동원산업에 입사한 이후 1991년 동원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투자금융업계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이후 김 부회장은 투자, 합병 등의 절차를 거치며 사세를 확장하다가 2005년 6월, 한국투자증권과 동원증권을 합병하면서 지금의 한국투자금융지주를 탄생시켰다.

◆계열사가 분리 독립한 이후 모기업 재계 순위 앞선 경우 매우 드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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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구 부회장이 동원산업에 입사했을 당시 재계에서는 김재철 회장의 장남인 김 부회장이 그룹을 승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재계의 예상을 깨고, 동원그룹은 김재철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다. 김남구 부회장은 당시에는 국내에서 그다지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던 투자금융 분야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금융지주는 은행이 아닌 증권회사 중심의 회사로서 은행, 카드, 보험 등의 계열사를 두지 않았음에도 단일 회사 하나만으로 대기업 순위 24위에 올라 있다. 이는 모기업이었던 동원그룹이 46위인 것에 비하면 재계에서도 굉장히 드문 경우이다. 재계에서는 한국금융지주의 성장에 대해 김 부회장이 말단 사원에서 오너가 되기까지 20년 가까이 증권업과 자산운용업에서 경영능력을 착실히 쌓아왔으며, 오랜 시간 김재철 회장으로부터 배운 경영철학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2019년 한국투자증권 역대 최대 실적 기록했지만, 기업 인수로 양적 성장 치중한다는 지적 있어

최근 한국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사 중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영업이익 순위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7099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해 보다 42.2% 증가한 4993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출액은 10조 2200억 원, 영업이익은 86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7.2%, 34.3% 증가했다.

이러한 최고 실적이 나오기까지 한국금융지주는 창립부터 최근까지 기업 인수·합병에 주력해왔다. 동원그룹은 1982년 한신증권을 인수한 후 금융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고려상호신용금고, 안흥상호신용금고 등을 인수해 동원저축은행을 설립하였다, 2002년에는 김남구 부회장이 동원파이낸스를 설립하고 지주회사 인가를 받아 동원금융지주를 출범시켰다. 2005년에는 동원저축은행이 동원캐피탈을 흡수합병했다. 이후 한국투자증권과 동원증권을 합병하면서 한국투자금융지주로 사명을 변경하였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출범한 이후에도 김남구 부회장은 기업 인수·합병 절차를 지속해서 추진했다. 2005년에는 예가람저축은행을, 2011년에는 파랑새저축은행과 프라임저축은행을, 2013년에는 신민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4개 저축은행에 대한 인수에 실패하였다. 이후에도 2015년에는 KDB대우증권, 2016년에는 현대증권을 인수하려다가 모두 실패하였다.

김남구 부회장은 2004년부터 꾸준히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등을 인수해 사세를 확장해 왔고, 한국투자증권 인수 후에는 단번에 대형증권사로 발돋움했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에도 다른 증권사 인수전에 뛰어드는 동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김남구 부회장이 한국금융지주를 만들기까지 수차례에 걸쳐 투자금융사들 인수하며 양적 성장을 이룬 만큼, 최근까지도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을 성장시키려고 했지만, 이제는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라며, “양적 성장만큼이나 자회사와 계열사 간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획과 조정 과정에 더 주력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사건·사고 관리에 미흡하다는 지적 많아... 투자금융회사 신뢰 잃을 수도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7번의 제재를 받아, 투자금융사로서 신뢰에 큰 타격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DLF사태’와 ‘라임사태’ 등으로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증권업 관련 법령 위반 여부에 대해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고 있어, 한국투자증권이 더 엄격한 기준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지 못한다면, 이러한 사태는 계속 반복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투자금융회사로서 점차 신뢰를 잃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지난해 12월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11월까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 제한 위반, 단기금융업무 운용기준 위반 등 7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되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32억 1500만 원의 과징금과 1억 1700만 원의 과태료, 기관경고 등을 받았다. 또한, 작년 7월에는 해외 주식에 대한 위험성을 사전에 통지받고도 고객들에 매매주문 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아 1800만 원의 과태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리스크 관리 위한 기업 내 체질 개선보다 ‘낙하산’ 인사 채용한다는 논란 있어

이에 대해 최근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부동산신탁업을 하는 계열사인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하 한투부동산신탁)에서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를 감사로 영입해 논란이 생긴 적이 있었다. 금감원 출신 ‘낙하산’인사를 등용해 금융당국의 감시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인사라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 이 모 팀장을 한투부동산신탁의 상근 감사로 선임한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금감원 제재심의국 금융투자팀장과 광주지원 검사팀장을 지냈으며, 2018년부터 자산운용검사국에서 유사투자자문업자 등에 대한 감독 및 점검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한국금융지주 내 자회사와 계열사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자체적인 감시체제와 각 자회사의 CEO에 대한 견제기능을 강화해가는 최근 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투부동산신탁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2019년 5월에 250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부동산신탁 회사다. 부동산신탁 부문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새롭게 추진하는 핵심 사업이다.

◆김남구 부회장 한국금융지주 내 영향력 막강하지만, 최근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행사에 대해 경각심 가져야

주요 대기업 집단 총수 일가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가 올해 정기주주총회 주요 안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내이사 연임을 포함해 재선임을 앞둔 대기업 총수 일가 23명이 주주들의 판단을 받을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주요 30대 대기업집단 소속 상장기업 192개사 중 다음 달 임기만료를 앞둔 총수 일가는 23명에 달한다. 한국금융지주 김남구 부회장도 올해 3월 23일이 임기 만료일이다. 현재까지는 국민연금이 김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할 것이라는 정황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 2019년 주총에서 ‘이사보수한도 승인’ 건에 대해서 국민연금이 ‘반대’의견을 행사했지만, 원안은 가결된 적이 있었다. 이때 국민연금은 김 부회장 등 이사들의 보수한도가 경영성과에 대비해 과도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금융지주사의 지분을 늘리며 최대주주에 오르는 곳이 많아졌다. 늘어난 지분을 바탕으로 국민연금이 오는 3월 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목소리를 높일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한국금융지주에 대한 지분율을 애초 9.43%에서 0.97% 확대한 10.39%를 보유하게 되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금융주 지분을 확대한 것을 두고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하는 해석이 많다. 한편, 지난 1월 17일 기준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금융지주는 BNK금융지주(11.56%)와 한국금융지주(10.39%) 등 단 두 곳이다.

한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7일 국민연금의 경영 개입을 명시해 의결한 ‘적극적 주주활동 가이드라인’을 지난 10일 공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예상치 못한 우려 사안’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훼손되면 기업과 대화를 하고 이후 개선되지 않으면 정관 변경, 이사 해임 등 주주 제안을 할 수 있다. 또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는 기금이 보유한 상장주식에 대해 주주 제안뿐 아니라 소송 제기 등의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명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관투자가로서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향후 대기업들의 지배구조가 새 판을 짤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갑질, 법령 위반 등 사회적 이슈와 관련 있는 기업들의 지배주주의 재선임안에 대해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남구 부회장은 최근 한국투자증권의 최고 실적과 해외사업 부문 실적 개선으로 그룹 내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이 증권사로서 잃어버린 신뢰를 찾는 것도 급선무이다. 또한, 작년에는 국민연금이 보수에 관한 부문에만 의결권을 행사했지만, 기업 오너들에게 기업 관련 법령 위반에 대한 경영책임을 강하게 요구하는 추세에 비춰보면, 실적만으로 사내이사 연임에 안심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윤리경영과 민주적 경영 방식을 강조하는 현 추세에 비추어 기업 오너들도 경영 과정에서, 이점에 대해 좀 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라며, “김남구 부회장도 최근 실적에만 매몰되어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보다는, 기업 이미지 제고와 신뢰 회복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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