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커 박수현 기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지난 20년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원격의료'가 다시 화두에 올랐다. 정확히 말해 이번엔 언택트(비대면) 의료라는 이름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한국판 뉴딜'의 일부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을 위한 비대면 산업 육성에 비대면 의료서비스가 한 축으로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비대면 의료서비스는 생체신호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해 원격으로 환자를 진단하고 처방하는 시스템으로,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 화상연계 방문건강관리 등 기존 디지털 기반 비대면의료 시범사업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비대면 의료서비스는 크게 보면 과거 정권에서 추진돼 의료계의 반발을 사 사실상 폐기되는 듯 했던 원격의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번에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너무 커 원격의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말 우리나라에 원격의료가 필요한 것일까?

원격의료가 힘을 발휘하는 상황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땅덩이가 넓어서 병원을 많이 만들기 어렵거나 의사수가 부족하거나 의학 수준이 낮아서 당장 급한 진료가 필요한 경우 등이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몇 블록 가면 있는 것이 1차 의료기관이라 환자의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또 해마다 배출되는 의사 수 만해도 3058명이다. 숫자로만 놓고 봤을 때 의사수가 전혀 부족하지 않다. 이런 점들을 봤을 때 원격의료는 우리나라 의료상황에서는 맞지 않는다.

의료계에서는 방문 환자 감소로 수익 감소와 원격의료 의료사고 발생시 책임소재가 모호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우선 방문 환자 감소로 인한 수익감소는 1차 병원에서 주로 우려하고 있는 문제다. 원격의료가 가능해지면 솔직히 누가 중하위 병원에서 원격의료를 받으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소위 빅5라 불리는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세브란스, 서울대병원, 아산병원 등으로 가려고 할 것이고, 지방 병원들 말라 죽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논리다.

의료사고의 경우는 환자 말만 듣고 심각하게 판단하지 않는다거나 휴대폰 영상 보고 환자 안색 판단했다가 나중에 이상 발견돼 환자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소재를 어디에 두겠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금도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는 매우 민감한 문제로 꼽힌다.

이 주장들은 과거에는 꽤 국민들의 공감을 샀었지만 최근 코로나19가 번지자 비대면 진료에 대해 의료계가 밥그릇을 걱정해서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경제지들이 원격의료와 관련된 기업들의 논조를 받아쓰면서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의료계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원격의료는 전문 의료인의 영역으로 보고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원격의료 관련법을 논의 할 때 의사의 의견을 가장 먼저 전제해야 한다. 그들이 바로 현장에서든, 원격으로든 진료를 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기술과 통신 등 다양하고 세밀한 영역들이 최적의 조화를 이뤄야 하는 시스템이라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해도 현재 시점에선 산업계의 의견만 담아서는 안 될 것이다.

박수현 뉴스워커 산업부 기자
박수현 뉴스워커 산업부 기자

그리고 그 다음에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예를 들어 원격의료 도입시 지방 의료기관들이 입계 될 피해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지, 의료사고 발생시 대응은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사망률이 1%인 질병이 있더라도 사망자에게는 100%”라고 한다. 그만큼 의료는 당사자에게는 가혹할 수 있으므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편리할 것 같은 원격의료 도입이라 해도, 무조건 빠르게 도입하는 것을 우선시해서는 안되는, 산업적 측면만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요시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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