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한지 어언 9년차이지만 이 두 은행은 전산통합조차 이루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빈 회장은 “합병”이 가장 쉬운 답이라면서도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시사했다. 부산과 경남, 투 뱅크 체제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전산, 조직, 인력 운영 등 모든 측면에서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본문 중에서]
부산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한지 어언 9년차이지만 이 두 은행은 전산통합조차 이루지 못한 상태다. 이에 대해 빈 회장은 “합병”이 가장 쉬운 답이라면서도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시사했다. 부산과 경남, 투 뱅크 체제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전산, 조직, 인력 운영 등 모든 측면에서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기 때문에...[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금융의 호랑이_BNK금융지주 빈대인 회장 편] 지방 최대 규모인 BNK부산은행을 거느린 BNK금융그룹(이하, BNK금융)20113월 설립된 국내 최초 지방은행 금융그룹이다. BNK금융의 3대 회장인 김지완 회장은 아들 특혜 의혹과 더불어 건강 악화와 조직 안정을 이유로 임기를 5개월 남긴 채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이른바 불명예퇴진을 했다. 앞선 1대 회장인 이장호 회장 역시 금품 수수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불명예 퇴진을 했으며, 2대 회장인 성세환 회장도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수감 돼 불명예 퇴진을 했던 터라 3연속 불명예 퇴진을 한 자리에 4대 회장으로 빈대인 회장이 취임해 그의 이력과 행보가 눈길을 끈다.


-학연, 지연 없는 실력파 출신


빈대인 회장은 1960년 생으로 부산 동래원예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 경성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경성대학교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88년에 부산은행 입행해 인사부장, 사상공단지점장 본부장(북부영업본부), 부행장보(경남지역본부), 부행장(신금융사업본부 미래채널본부), 동행 은행장 직무대행 등의 이력이 있다. 20179월에는, 부산은행장 자리까지 올랐는데 특이점은 학연, 지연 없이 오롯이 실력으로 성장한 점이다. 그리고 20213, 은행장의 임기를 다 채운 뒤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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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 BNK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


빈 회장은 부산은행장일 당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썸뱅크를 출시를 주도하며 재임시절 디지털 분야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무 경험과 그로인해 축적된 전문성, 지역과 조직에 대한 높은 이해도, 탁월한 조직 관리 역량 등을 인정받아 BNK금융 회장직 내정자로 지목됐다. 이후 정기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올해 3, 임기 3년의 BNK금융 회장직에 올랐다.


-취임 5개월 만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고 터져...


한편, 빈 회장은 취임한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내부 횡령 사건이 터졌다. 자회사인 경남은행에서 부장급 직원인 이 모 씨가 무려 7년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상환 자금을 횡령·유용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2016~2017년에 이씨는 부실화된 PF대출에서 수시 상환된 대출 원리금을 가족 명의 계좌에 이체하는 방식으로 779000만원을 가로챘다. 또한 2021년부터 2022년까지는 PF 시행사의 자금인출 요청서를 위조해 은행이 취급하던 PF대출 자금을 가족법인 회사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362억 원을 횡령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5, BNK경남은행이 취급한 PF대출 상환자금 158억 원을 상환 처리하지 않고 이씨가 담당하던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한 혐의도 있다.

정리_뉴스워커
정리_뉴스워커

이번 사건은 은행이 지켜야 할 기본 중의 기본원칙인 순환 인사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은 점, 부장급 내부 인사가 대규모 횡령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안겼다. 이에 대해 빈 회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문제는 개개인의 의식, 조직의 내부통제시스템이란 두 가지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본다.”라는 입장을 밝히며 개개인의 윤리의식 고취와 부정행위에 대한 감시 시스템 고도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현재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내부통제혁신위원회와 내부 직원, 회계법인, 컨설팅업체, 법무법인 등으로 구성된 내부통제 혁신 추진단을 통해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보이스피싱을 도운 은행원? 경남은행 보이스피싱 연루 사건까지...


925,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24명을 입건하고 12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 계좌를 추적하던 중, 경남은행 소속 은행원 A(40)씨가 190개의 계좌를 개설해 준 사실이 드러났고, 사실상 보이스피싱의 한 축을 담당한 현직 은행원 A(40)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방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은행이 보이스피싱 피해 사실을 막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조, 방조한 이번 사건은 경남은행의 신뢰도에 치명타를 안겼다. 뿐만 아니라 일전에 터진 프로젝트파이낸싱 사건에 이어 또다시 붉어진 내부 금융 사고라는 점에서 경남은행을 넘어선 BNK금융지부의 빈 회장의 책임론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빈 회장은 경남은행 최고리스크담당자(CRO) 정용운 CRO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윤석준 BNK금융지주 그룹리스크관리부문장에게 직무를 겸하도록 조치했다


-빈대인 회장의 향후 비전은 종합금융그룹, 하지만..


빈 회장은 취임 한 달 후인 지난 4, ‘종합금융그룹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빈 회장은 종합금융그룹이 되려면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현재 BNK는 미완성 상태라며 작은 인터넷 전문 손해보험회사나 해외 손해보험회사 인수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보험업 진출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보험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인가가 필수적인데, 최근 적발된 여러 혐의와 더불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대주주 적격성 결격 사유에 문제가 생기는 등, 현재의 행보에 비추어 볼 때 빈 회장의 바람대로 보험사를 인수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전임 회장 주가조작 사건 여파


빈 회장이 비전에 한 발, 한 발 다가서기 위해서는 전임 회장의 사법리스크 역시 풀어내야 할 숙제다. BNK저축은행은 지난 2021, 성세환 회장의 주가조작 혐의 확정과 관련해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다. 회장은 201511월에 7천 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한 후 다음 날 주가가 22.9폭락하자 거래 기업을 동원해 주식을 매수하도록 하라고 지시하는 등 170억 원대의 주가조작 혐의로 2020, 대법원에서 징역 2, 벌금 500만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자본시장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BNK지주도 2021년 형이 확정됐다.

BNK저축은행의 대주주는 지분 100%를 보유한 BNK지주다. 저축은행법에 따르면 최대주주가 최근 5년 안에 금융관련법령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10% 이상 보유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규정이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BNK지주의 과거 법령 위반을 문제 삼아 BNK저축은행의 매각 명령을 내릴지, 아니면 현행대로 유지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 빈 회장, 컨트롤 타워 기능 강화, 전문성 제고 노력, 취임 후 첫 인사 단행


끊이지 않는 사건, 사고에도 빈대인 회장은 BNK금융지주의 컨트롤타워기능을 강화하고 계열사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1031, BNK금융은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하고 BNK금융지주 이사회 내 자회사CEO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했다. 빈 회장 직속의 디지털혁신위원회도 구성해 빈 회장이 직접 디지털 퍼스트 경영을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또한 이달 19, 빈 회장 취임 후 첫 정기인사에서 금융권 최초로 윤리경영부를 신설했고,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에 고객기획부와 고객데이터분석팀을 신설했으며, BNK금융지주 사상 최초로 경남은행 출신인 최명희 준법감시인(상무)이 여성 임원으로 발탁돼 눈길을 끈다.

조직 개편과 새 부서 신설 등 절치부심의 자세로 행해지는 각고의 노력들이 BNK금융그룹을 둘러싼 각종 리스크를 걷어내고 내실경영을 통해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빈 회장이 불명예 퇴진을 했던 앞선 회장들과는 다른 행보와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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