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은 본사가 외국에 있기 때문에 국내 은행에 비해 금융 당국이 관여하기 힘든 구조를 띠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권 최고 경영자의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사인을 보냈지만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무려 4연임에 성공했으며, 한국씨티은행의 유 행장 역시 올해 연임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본문 중에서]
외국계 은행은 본사가 외국에 있기 때문에 국내 은행에 비해 금융 당국이 관여하기 힘든 구조를 띠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권 최고 경영자의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사인을 보냈지만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무려 4연임에 성공했으며, 한국씨티은행의 유 행장 역시 올해 연임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금융의 호랑이_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 편] 외국계 은행인 한국 씨티은행을 이끄는 유명순 은행장은 최근 연임에 성공했다. 여성 지도자 중에서도 유리천장이 강하다는 은행장 자리에 당당히 취임해, 민간은행에서 탄생한 첫 번째 여성 행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또한, 임기동안 씨티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소비자 금융 철수라는 미션을 대담하게 수행해내며 자신만의 경영 스타일을 확고히 드러내는 중이다. 30년이 넘는 기업금융 이력을 바탕으로 수익구조 반등에 성공한 점 역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유 행장의 행보 중 유독 사회공헌부문에는 소극적, 혹은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해,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금융 전문이력의 여성 뱅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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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행장은 1964년 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영어교육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강대학교에서 MBA, 서울대학교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했다. 1987년에 이화여대를 졸업한 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서 기업심사부 애널리스트로 입사한 것이 금융인으로서 내딘 첫 발이다. 이후 씨티은행 기업심사부 부장, 다국적기업 본부장, 기업금융상품본부 부행장 등을 역임한 뒤 2014JP모간은행 서울지점장에 부임하며 경력을 쌓았다. 2015년에는 다시 씨티은행에 복귀해 기업금융그룹 수석 부행장직을 수행했다. 유 은행장의 특이점은 주로 남성 뱅커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기업금융부문에서의 이력이 화려하다는 점이다. 유 행장의 기업금융 이력은 30여년에 달한다.


-민간은행 최초 여성 은행장이 되기까지...


유 행장은 전임 은행장인 박진회 씨티은행장이 임기 종료에 맞춰 퇴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행장 직무 대행을 수행한 바 있다. 20208, 한국 씨티은행은 임시이사회를 통해 당시 유 수석부행장이었던 유 행장의 경영승계절차 개시를 결정한 후 202091, 행장 직무대행직에 선임했다. 이어서 같은 해 10, 유 행장은 차기 은행장을 뽑는 자리에서 당당히 은행장에 임명되며 씨티은행 사상 첫 여성 행장으로 취임했다.


-위기를 기회로, 유 행장의 영리한 연임 확정 스토리


소비자 금융 철수, 막대한 희망퇴직금 등 위기에 직면

20214, 씨티그룹이 한국 등 시장에서 소비자 금융 철수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씨티은행 역시 같은 해 10,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의 단계적 철수를 추진하게 됐다. 당초 씨티은행은 소비자 금융 사업부문의 완전 매각 혹은 부분 매각을 희망했지만 원매자를 찾지 못하고 대규모 희망퇴직을 감행하게 됐다. 한국 씨티은행이 희망퇴직에 쓰인 비용은 무려 12000억 원에 달한다고 전해진다. 그 결과, 신용등급 하락과 실적 악화가 뒤따랐다.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가계,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업금융 강화로 돌파구 마련

위와 같은 위기 속에서 유 행장은 차분히 대응했다. 소비자금융 철수에 따른 고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국민은행, 토스뱅크 등과 대환 업무협약을 맺으며 소비자보호에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2022년부터는 수익구조 다변화를 시도했다. 예를 들어 환매조건부채권(RP)을 비롯한 유가증권 자산 확대, 대기업 원화대출금과 외화대출금 증가, 외환·파생운용 성과 등을 늘린 것이다. 여기에 금리 상승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실적부문에서 본격적인 반등이 시작됐다. 한국 씨티은행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520억 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80.9% 증가한 수치다. 전년 동기 당기순이익은 1392억 원이었다. 대출 잔액이 줄어든 상황 속에서도 실적을 플러스로 끌어 올린 점이 돋보인다.

연임 확정

뿐만 아니라 유 행장은 조직문화 활성화, 지속가능경영 추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 성과를 내고 있는 점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 빈발하고 있는 사법 리스크, 내실 경영과 관련된 사고 역시 성공적으로 예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 역시 유 행장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내부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유 행장은 올해 9월에 열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단독 후보로 추천됐고 1027,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 결과, 유 행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새 임기는 20261027일까지 3년이다.


-여성리더 양성에 앞장 서..


유 행장은 여성 리더 양성을 위해 2021, 씨티은행 임직원과 함께 내 인생의 도전과 선택이라는 주제로 대담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세계여성이사협회 창립 6주년 포럼에 참석해 씨티그룹의 다양성과 포용적 조직 문화를 공유하고 한국 씨티은행의 여성 인재 양성 및 리더십 구축을 위한 활동 전략을 알리는 행보를 보였다. 유 행장의 영향으로 한국 씨티은행 내에도 여성 인재를 대상으로 한 멘토링과 코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2023 한국 최우수 인터내셔널 은행에 선정

128, 한국씨티은행이 아시아머니가 선정한 <2023 한국 최우수 인터내셔널 은행>에 뽑혔다. 아시아머니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은행 재무 지표 전반에 걸쳐 현저한 실적 개선을 나타냈으며 지난해 대비 총수익과 당기순이익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특히 기업금융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고 선정 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유 행장은 변화와 도전의 시기에 고객과 은행의 성장을 위해 함께 노력해 준 임직원들 덕분에 의미 있는 상을 받을 수 있었다한국씨티은행은 세계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기업 고객의 신뢰받는 금융 파트너로서 수준 높은 금융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사회공헌에 인색? 아니면 무관심?


유 행장이 보여준 행보를 살펴보면 흠 잡을 것이 없는 경영 능력, 철저한 내부 관리, 반등에 성공한 실적 향상 등 칭찬 일색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 명암이 있듯이 한국 씨티은행이 유독 사회공헌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비교적 느슨한 규제와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공헌액

외국계 은행은 본사가 외국에 있기 때문에 국내 은행에 비해 금융 당국이 관여하기 힘든 구조를 띠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권 최고 경영자의 연임에 대해 부정적인 사인을 보냈지만 박종복 SC제일은행장은 무려 4연임에 성공했으며, 한국씨티은행의 유 행장 역시 올해 연임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외국계 은행은 사회공헌 등에도 책임이나 의무감 없는 태도를 보여 왔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낮은 사회공헌 금액이다. 4대 시중 은행이 작년 한 해, 사회공헌에 쓰인 금액이 8066억 원인데 반해 한국 씨티은행의 사회공헌 액은 74억 원에 불과했다.

‘10년 째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1220, 고용노동부가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지키지 않은 기관을 발표했다. 여기에 10년 째 장애인 고용의무를 불이행한 민간 기업에 한국 씨티은행이 포함되어 있어 사회공헌에 무관심한 기업 면모를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나 이번 명단 발표는 정부가 지난 4월에 사전 예고를 하는 등 장애인 고용의무에 대해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독려하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무 고용률이 지켜지지 않은 기업이 발표된 것이어서 충격을 더한다. 근로자 300인 이상 기업 중 민간기업 기준,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3.1%이며 이번 발표는 1.55%에 미달하는 기업이 공개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압박에 상생금융참여

은행연합회는 1221,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상생금융에는 국내 은행에 비해 의무감이 덜했던 외국계 은행과 인터넷전문 은행 역시 참여하기로 했으며, 한국 씨티은행 역시 동참했다. 이날 결정된 ‘2조원+α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은 크게 공통 프로그램자율 프로그램두 가지로 구분된다. 공통 프로그램에 16000억 원을 캐시백으로 지원하고 자율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은 4000억 원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이러한 상생금융은 자발적인 시도라고 보기 힘들다. 고금리, 고물가 시대, 고통 받는 대다수의 국민들과는 다르게 역대급 이자수익을 창출해내며 부른 배를 두드리는 은행업계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상생금융이라는 명목 하에 가한 압박에 대한 응답이라고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외국계 은행이 금융당국의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 사회공헌 부문에서는 맹점으로 작용하는 사례로 한국 씨티은행이 언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처사로 보인다. 유 행장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씨티그룹 특유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기업금융 이력을 뽐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 부문에서도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추세를 기억하고 기업의 사회공헌 기여도가 회사의 중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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