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위르겐 클린스만 [사진=클린스만 공식 인스타그램]
지난해 3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위르겐 클린스만 [사진=클린스만 공식 인스타그램]

손흥민과 황희찬, 이강인, 김민재 등 황금세대를 이끌고 아시안컵에 출전했다 졸전을 거듭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사실상 경질되는 분위기다. 퇴출을 주장하는 국민동의청원이 시작됐고 홍준표 대구시장 등 정치권에서도 감독을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클린스만 경질 시 지급할 막대한 위약금에 대해 축구팬들은 "억울하지만 수업료로 생각하자"고 주장했다.

14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는 '축구 국가대표 감독 클린스만의 경질과 축구협회 회장의 사퇴 촉구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다. 하루 만에 약 1400명의 동의를 얻은 이 청원 게시자는 "아시안컵을 보면서 우리나라 축구의 긍정적 발전상이 모두 무너지는 것을 봤다"며 "개인의 의사 결정으로 이렇게 나쁜 결과가 초래되는 것에 심각한 공포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어 "클린스만은 선임 때부터 국내외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한 자격미달 지도자"라며 "엄청난 중책을 어떤 근거와 데이터가 아닌 회장 개인적인 결정에 의해 선출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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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부임한 클린스만은 독일 전차부대의 중흥을 이끈 최전방 스트라이커 출신이다. 슈투트가르트,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 AS 모나코, 토트넘, 뮌헨 등 대형 클럽의 주전으로 뛰었고 A매치 108회에서 47골을 터뜨렸다. 

지도자로서 커리어는 선수 기록에 댈 바가 아니다. 독일 대표팀(2004~2006) 감독 시절 3위를 했지만 뮌헨(2008~2009) 시절 성적 부진을 이유로 1년도 못 채우고 경질됐다. 2019년 독일 헤르타 BSC 사령탑은 불과 2개월 만에 내려왔다. 

축구팬과 전문가들은 클린스만의 주된 문제로 전술 및 소통 부재를 꼽는다. 예컨대 같은 중동 국가라도 선수 구성이나 성향에 따라 전술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데, 클린스만은 손흥민과 조규성 최전방 배치를 아시안컵 내내 고수했다. 변화가 없으니 매 경기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고 급기야 FIFA 랭킹 87위 요르단에 4강전에서 0-2로 완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 및 축구협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국민청원 [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공식 웹사이트]
클린스만 감독 경질 및 축구협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국민청원 [사진=국회 국민동의청원 공식 웹사이트]

태업 및 태도 문제도 꾸준히 거론됐다. 클린스만은 아시안컵 충격 탈락 이후 설 연휴 직후 아시안컵을 돌아보는 분석 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클린스만은 한국에서 분석에 참가하겠다고 언급하고, 지난 10일 비밀리에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출국해 비난을 샀다. 

사실상 경질 수순을 밟는 클린스만이지만 거액의 위약금은 문제로 거론된다. 클린스만 감독의 연봉은 약 29억 원으로 이미 알려져 있으며, 함께 온 외국인 코치들의 연봉까지 합하면 경질에 따라 축구협회가 지급할 위약금은 100억 원 이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축구팬들은 위약금을 주더라도 감독을 바꾸자는 입장이다. ID가 'isdd***'인 시민은 "1년도 안 됐는데 한국 축구가 10년 전으로 퇴보한 느낌"이라며 "위약금을 물더라도 새 감독으로 교체해 파리올림픽과 북중미월드컵을 준비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ID가 'duah***'인 시민은 "클린스만의 지도자 경력을 보면 처음부터 지금 상황은 예견된 일"이라며 "성적 부진이나 태도 문제로 경질할 때 위약금 면책 조항 등을 포함하지 않은 협회가 안일했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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