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만큼 선거는 민의를 대변하는 중요한 제도다. 그래서 선거에 입후보하는 후보를 유권자에게 알리거나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기회가 제공된다. 선거 벽보, 후보자 선전물, 선거 공보, 소형 인쇄물, 길거리 유세, 그리고 텔레비전 방송 토론 등까지 말이다.
이 모든 것이 선거에 도전한 후보자를 검증하기 위해 마련된다.
그런데 20일, 국민의힘이 전격 후보자의 배우자를 검증하자고 나섰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하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긴급 기자 회견을 열었다. 그리고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와 김문수 대선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의 텔레비전 방송 토론을 제안했다.
김용태 위원장은 영부인이 대통령의 단순한 부인이 아니라 공인이라고 전제했다. 그런데 우리 정치사에서 영부인은 검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지난(?) 대통령 배우자 문제로 야기된 실망과 분열을 반성하고 악순환을 끊기 위해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텔레비전 방송 토론으로 후보 배우자의 여성·아동·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철학과 영부인의 책임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 제안 뒤 기자와 질의응답에서 김용태 위원장은 김문수 후보자 캠프와 충분히 교감이 이뤄진 뒤 나온 발언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배우자가 없는 이준석 대선 후보의 경우 개혁신당에서 추가적인 내용을 얘기한다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는 후보 배우자 토론을 국민의힘이 제안한 것이다.
국민의힘의 제안에 각 당의 대선 후보와 정치권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경기도 의정부 유세를 앞두고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의 제안을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즉흥적’이고 ‘무책임한’ 제안이 문제라고 전제하고, 국민 주권의 장인 선거를 장난치듯 다뤄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김용태 위원장을 향해 자리에 맞는 발언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선거 캠프 수석대변인은 이번 대선을 국난 극복의 적임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누가 준비된 대통령인지를 판단하는 자리로 규정하며 후보의 정책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윤석열 정부에서는 김건희 여사가 정치에 개입했지만, 지금은 후보자의 배우자가 정치하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오히려 되물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려 김용태 위원장의 발언에 동갑내기 국회의원으로서 ‘참담하다’는 표현을 썼다. 국민의힘의 혁신이 고작 후보 배우자의 검증이냐고 물으며 그렇게 중요한 사안이면 자당의 후보 경선에서 추진하지 왜 지금 하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김건희 씨의 각종 비리와 국정 개입에 국민의힘 공식 논평을 요구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선거가 2주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김용태 위원장의 제안은 ‘쓸모없다’고 일축했다. 그리고 곁에 있었다면 김용태 위원장을 혼냈을 거라는 말까지 곁들였다.
다른 대선 후보와 달리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만이 자당 김용태 위원장의 제안에 화답했다. 이날 한국문화예술총연합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후보자 부인의 리스크도 있으니 검증하자는 정도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길 상대가 안 한다면 방법이 없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김문수 대선 후보조차 후보자 배우자 토론이 실현 불가능한 제안임을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김용태 위원장은 이처럼 실현 불가능한 후보 배우자의 텔레비전 토론을 왜 제안한 것일까?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논란을 부각하기 위해서라는 설이 우세하다. 상대적으로 대중에 노출이 덜 된 김문수 후보의 부인 설난영 여사는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설난영 여사는 최근 유권자와 만남을 위해 인터뷰뿐만 아니라 유튜브 방송 출연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설난영 여사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대선 후보 배우자의 텔레비전 토론 제안은 실현 가능성을 떠나 생뚱맞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이렇게 국민의힘이 무리한 제안을 하는 배경에는 김문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상태라는 현실이 있다. 이재명 대선 후보와 지지율 차이를 좁혀 나갈 기미는 보이지 않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선거 구도를 흔들기 위해 이슈를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용태 위원장의 제안처럼 설령 상대 후보가 받아들이지 않을 사안이라도 일단 던져놓고 판을 흔들어 보겠다는 게 국민의힘 계산인 듯 보인다.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의원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이번 제안으로 관심이 설난영 대 김혜경으로 쏠렸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그 결과 김문수 대선 후보의 청렴함이 부각될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희망대로 유리한 선거 국면이 펼쳐질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영부인 이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김건희 씨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선의 일 순위 검증 대상은 후보자의 부인이 아니라 후보자 본인이다. 대선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대선은 시간이 부족하다.
선거를 희화하는 이슈몰이는 오히려 유권자의 외면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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