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화오션 제재는 '엄포용 카드'에 불과했나

중국이 최근 기습적으로 한화오션을 제재해 조선업계가 요동쳤다. 역설적으로 미·중 관계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업계의 시선이 모였다. 

한화오션 CI [사진=한화그룹]
한화오션 CI [사진=한화그룹]

지난 14일 중국 상무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상대로 기습적인 제재를 발표하며 국내 조선업계와 주식 시장에 파문이 일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당일 한화오션의 주가는 6% 가까이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제재 발표 이튿날부터 증권가를 중심으로 실질적 영향은 미미하며 시장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주가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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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국의 제재는 표면적으로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가 미국 정부의 조사에 협력해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해쳤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들은 중국 내 개인이나 법인과의 모든 거래가 금지된다. 

그러나 업계와 증권가의 분석은 달랐다. 유안타증권 등 다수의 금융 투자사는 보고서를 통해 "제재 대상인 미국 자회사들은 중국과 거래가 거의 없어 사업적 영향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제재 명단에 포함된 필라델피아 조선소 등은 미국 내수용 선박 건조와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중국과 사업적 연결고리가 없다. 이번 제재가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이번 제재가 장기적으로 한화오션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전망까지 제기됐다. 격화하는 미중 해양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은 자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이른바 'MASGA(Make American Shipping Great Again)'로 불리는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미국은 이 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한국 조선업계를 주목해왔고, 한화오션의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이 한화오션을 미국의 핵심 협력사로 지목해 제재를 가한 이번 사건은 역으로 한국 조선업계의 미국 내 전략적 가치를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미 해군 함정 사업 참여 등 한미 조선 동맹이 더욱 공고해지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당장의 직접적인 타격은 없더라도, 미·중 갈등이 심화하며 제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해 온 국내 상선사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조선소 현장의 모습 [사진=Pixabay]
조선소 현장의 모습 [사진=Pixabay]

실제로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과 중견 선사인 동진상선이 지난달 중순, 중국 조선소에 신규 선박 발주를 검토하거나 계약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중국 의존도는 여전하다. 이번 제재가 향후 이들 선사의 선박 운용과 신규 발주 전략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에 한 상선사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의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제재를 계기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더 신중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향후 미·중 관계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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