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화오션 제재는 '엄포용 카드'에 불과했나
중국이 최근 기습적으로 한화오션을 제재해 조선업계가 요동쳤다. 역설적으로 미·중 관계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업계의 시선이 모였다.
![한화오션 CI [사진=한화그룹]](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0/398509_427217_745.jpg)
지난 14일 중국 상무부가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상대로 기습적인 제재를 발표하며 국내 조선업계와 주식 시장에 파문이 일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즉각 반응했고, 당일 한화오션의 주가는 6% 가까이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제재 발표 이튿날부터 증권가를 중심으로 실질적 영향은 미미하며 시장의 반응이 과도하다는 분석이 잇따르면서 주가는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이번 중국의 제재는 표면적으로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가 미국 정부의 조사에 협력해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해쳤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들은 중국 내 개인이나 법인과의 모든 거래가 금지된다.
그러나 업계와 증권가의 분석은 달랐다. 유안타증권 등 다수의 금융 투자사는 보고서를 통해 "제재 대상인 미국 자회사들은 중국과 거래가 거의 없어 사업적 영향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번 제재 명단에 포함된 필라델피아 조선소 등은 미국 내수용 선박 건조와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 사업에 집중하고 있어 중국과 사업적 연결고리가 없다. 이번 제재가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이번 제재가 장기적으로 한화오션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전망까지 제기됐다. 격화하는 미중 해양 패권 경쟁 속에서 미국은 자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이른바 'MASGA(Make American Shipping Great Again)'로 불리는 강력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미국은 이 정책의 핵심 파트너로 한국 조선업계를 주목해왔고, 한화오션의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이 한화오션을 미국의 핵심 협력사로 지목해 제재를 가한 이번 사건은 역으로 한국 조선업계의 미국 내 전략적 가치를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미 해군 함정 사업 참여 등 한미 조선 동맹이 더욱 공고해지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했다. 당장의 직접적인 타격은 없더라도, 미·중 갈등이 심화하며 제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해 온 국내 상선사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조선소 현장의 모습 [사진=Pixabay]](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0/398509_427220_837.jpg)
실제로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과 중견 선사인 동진상선이 지난달 중순, 중국 조선소에 신규 선박 발주를 검토하거나 계약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중국 의존도는 여전하다. 이번 제재가 향후 이들 선사의 선박 운용과 신규 발주 전략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에 한 상선사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의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제재를 계기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더 신중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향후 미·중 관계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 방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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