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이미 실패...소비자 역풍 우려해 단발성 이벤트 그치나

영화관에서 옆자리 관객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면 어떨까. 최근 메가박스가 일부 극장에서 휴대폰 사용을 허락하는 실험적 프로젝트를 진행해 이런 상상을 현실화했다. 영화 관람에 집중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상영 에티켓을 둘러싼 논란이 달아올랐다.

메가박스의 '반딧불만없음 프로젝트' 포스터 [사진=메가박스]
메가박스의 '반딧불만없음 프로젝트' 포스터 [사진=메가박스]

최근 메가박스는 일부 상영 회차에서 휴대폰 사용을 허용하는 ‘반딧불만없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차는 10월 27일부터 10월 30일까지 진행됐고, 2차 일정은 11월 3일부터 11월 6일까지다. 이 프로젝트는 코엑스 등 특정관, 특정 회차에 한정했다. 

이 프로젝트가 적용된 회차는 불이 반쯤 켜진 상태로 상영한다. 휴대폰 사용은 가능하나 촬영, 소음 유발 등 행위는 엄격히 금지된다. 이 상영은 특별 기획 상영회이나, 예매 후 취소 및 환불 정책은 일반 상영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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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벤트 소개 페이지, SNS 댓글 등을 보면 타인의 관람을 방해한다는 우려가 많았다. 이벤트 페이지에서는 “영화 상영 중 휴대폰을 만지는 행위 자체가 비상식적인데 그것을 하나의 문화로 만들겠다는 것이냐?”, “극장의 본질을 망각한 것 같다” 등 소비자들의 부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반딧불만없음 프로젝트' 이벤트 페이지에 게시된 소비자들의 댓글 반응 [사진=메가박스 홈페이지 캡처]
'반딧불만없음 프로젝트' 이벤트 페이지에 게시된 소비자들의 댓글 반응 [사진=메가박스 홈페이지 캡처]

해외에서도 이미 유사한 실패 사례가 있다.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 중 하나인 AMC는 지난 2016년 문자 메시지에 친근한 세대를 노리고 ‘텍스트 친화 상영’을 검토했다. 그러나 업계와 관객의 반발이 강해 이틀 만에 전면 불허를 선언한 뒤, “지금도, 앞으로도 휴대폰 사용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다른 미국 영화관 알라모 드래프트하우스는 강경한 ‘문자 금지·대화 금지’ 정책으로 타 영화관과 차별화해 관객들의 수요를 이끌어냈다.

반면 일본 토호(TOHO)와 이온시네마, 유나이티드 시네마 등은 일부 작품에 ‘응원 상영’을 정기 운영하고 있다. 조용한 관람을 원하는 고객에겐 부적합하다고 고지한 뒤, 별도 회차로 분리해 상영 중 큰 목소리를 내고 휴대폰 사용을 허가한다. 또 중국은 2014년 베이징 등에서 관객의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투사하는 상영 방식을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영화 전문가들은 일본, 중국의 사례처럼 관객 참여형 상영에 휴대폰 사용을 허락하는 것은 긍정적 반응을 끌어낼 수 있으나, ‘반딧불만없음 프로젝트’처럼 일반 상영과 참여형 상영을 섞으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옆 자리의 관객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불편해 하는 모습 [사진=인공지능(DALL-E) 생성 이미지]
옆 자리의 관객이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불편해 하는 모습 [사진=인공지능(DALL-E) 생성 이미지]

이렇듯 극장가가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는 이유는 관객층을 세분화하고, 관람 경험을 다변화해 신규 수요를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국내 영화 관람객 대부분이 변화를 꺼리고 작품에 집중하기 쉬운 정숙한 극장을 선호하는 보수적 소비자 집단에 속한 만큼 영화업계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OTT의 부상 등 다양한 이유로 최근 영화관을 찾는 관객수가 급감했다”며 “일부 매장의 전 좌석을 리클라이너로 바꾸거나, 극장에서 낮잠을 잘 수 있는 이벤트를 여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업계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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