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줄이려는 정부 대책 시험대로...'위험의 외주화' 논란까지
한국동서발전(사장 권명호) 울산발전본부에서 보일러 구조물이 붕괴해 다수의 매몰자가 발생하는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는 ‘중대재해 감축’을 연신 내세워 왔지만, 사기업에 이어 공기업 현장에서까지 대형 사고가 일어나 정책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동서발전 심볼마크 [사진=한국동서발전]](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1567_431674_4625.jpg)
6일 오후 2시경 울산 남구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화력발전소에서 구조물이 붕괴, 현장 작업자 다수(7명 매몰, 2명 구조 추정)가 매몰됐다. 비가동 설비로 알려진 보일러 구조물 해체 중 붕괴됐다는 정황이 있으며, 이날 오후 3시 30분 현재 소방·경찰 합동 구조와 현장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15일 ‘산업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사업장 제재를 강화하고, 건설 현장 추락사 연 10% 이상 감축 목표 등을 밝혔다. 또 연간 사망 3건 초과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의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건설사의 면허 취소까지 검토하는 안을 검토했다.
이런 강경한 정책에도 일선 현장의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올해 7월 28일 한국동서발전 동해발전본부 비계 해체 중 30대 노동자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10월 17일에는 울산 SK에너지 수소설비에서 정비 중인 수소 누출·화재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다쳤다. 이달 5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유해가스가 유출돼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당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가 9월 15일 내놓은 대책에서 공기업은 사각지대에 있다. 우선 종합대책은 반복되는 사망사고를 유발한 법인에 과징금 부과, 건설사 등록 말소 같은 사기업용 제재에 집중됐다. 공기업은 영업이익 개념도 불명확하고(적자 공기업이 다수), 실제로는 경영평가 점수 삭감, 성과급 삭감 같은 간접 제재가 뒤따른다.
이러한 구조에선 벌금의 출처가 사실상 국민 세금이 되고, 현장 관리자, 기관장이 체감할 즉각적 손실이 약하다. 게다가 공기업 책임자 처벌·문책에도 정치적 재량이 끼어들 소지가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에서 중대재해가 나면 기관장 해임 근거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최근에야 꺼냈지만, 아직 현실화한 사례가 없다.
![한국동서발전 울산 발전소 전경 [사진=한국동서발전]](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1567_431676_4857.png)
더불어 발전소 사망사고의 다수가 하청 인력에 집중됐는데, 이들 사고가 통계에서 희석돼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로 강원 동해시 한국동서발전 동해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7월 28일 사망한 30대 노동자는 한국동서발전의 일을 맡은 정비업체와 계약된 일용직 노동자로 알려졌다. 이처럼 공공기관에서 위험한 작업을 외주로 맡기며 통계가 흐려졌다는 논리다.
또한 엄벌주의에 집중해 사고 예방 대책은 정작 미흡하다는 현장 노동자들의 지적도 거세다. 한 건설현장 노동자는 "매번 사고가 터진 뒤에야 처벌을 강화한다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하나도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다"며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실제 작업 환경을 개선할 근본적인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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