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7월 전기차 수입분의 65.8%를 중국이 차지

비야디(BYD) 정도를 제외하면 중국 전기차는 아직 국내 도로에서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아, 중국산 전기차 밀려온다는 말을 체감할 수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 공장을 거쳐 들어오는 형국에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은 한숨이 깊다. 

관세 장벽을 넘어 수입되는 중국 전기차 [사진=인공지능(DALL-E) 생성 이미지]
관세 장벽을 넘어 수입되는 중국 전기차 [사진=인공지능(DALL-E) 생성 이미지]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와 한국무역협회 집계에 따르면 2024년 1~7월 한국의 순수전기차 수입액은 12억90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였고, 이 가운데 중국산 전기차 수입액이 8억4800만 달러(약 1조1350억원)였다. 전체 전기차 수입분의 65.8%로, 처음으로 중국이 전기차 수입국 1위를 차지했다. 불과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8.5배(848%) 늘어난 수치다.

판매 비중으로 봐도 중국의 존재감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통계를 토대로 정리한 올해 상반기 수치를 보면,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4대 중 1대가 중국산이다. 수입 전기차로 범위를 좁히면 3대 가운데 2대가 중국산 전기차다. 소비자로서는 ‘테슬라’, ‘볼보’, ‘MINI’ 같은 로고만 보이지만, 통계상으로는 중국 공장을 거친 차량이 국내 전기차 시장의 상당 부분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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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트럭 등 상용차 부문은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국토교통부와 업계 통계를 종합했을 때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40% 안팎이다. 전기버스 보조금 제도를 국산에 유리하도록 개편한 뒤에도 중국 브랜드 버스가 지방자치단체 입찰과 민간 노선에 꾸준히 채택되면서, 전동화되는 공공 교통수단도 중국산 차량의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국내 판매 중인 BYD 씨라이언 7 [사진=비와이디코리아 유한회사]
국내 판매 중인 BYD 씨라이언 7 [사진=비와이디코리아 유한회사]

승용차 시장에서는 대표적으로 테슬라가 중국 공장을 전초기지로 삼았다.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되는 테슬라 모델 Y와 모델 3는 미국 생산분보다 최대 1000만 원가량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한국에 들어와 수입 전기차 판매 상위권을 차지했다. 

게다가 중국 자체 브랜드의 상륙도 본격화하고 있다. BYD는 소형 전기 SUV 아토3를 앞세워 한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토3 기본형의 가격은 3150만원, 상위 트림은 3330만원 선으로 비슷한 급의 국산 전기차보다 700만~800만원가량 낮은 가격대를 형성했다. 지자체 보조금까지 더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2000만원대 후반에 구매 가능하다.

세계 시장의 판도도 한국에 불리한 흐름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약 40% 늘어나며 전 세계 전기차 판매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했다.

한국 전기차의 세계 시장 판매 비중은 같은 기간 10.4%에서 9.6%로 내려앉았다. 중국 업체들이 내수 포화를 수출로 돌려 세계 시장에서 한국산 전기차의 몫이 조금씩 줄어드는 사이, 한국은 중국 전기차의 수출 창구가 되는 모순적인 구조에 놓인 셈이다.

중국 청두, 헤이룽장성 다칭, 저장성 타이저우 공장에서 만들어진 뒤 한국으로 수입되는 볼보 EX30. 유럽 생산분은 높은 관세 때문에 벨기에 겐트 공장에서도 생산하고 있다.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중국 청두, 헤이룽장성 다칭, 저장성 타이저우 공장에서 만들어진 뒤 한국으로 수입되는 볼보 EX30. 유럽 생산분은 높은 관세 때문에 벨기에 겐트 공장에서도 생산하고 있다. [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정책 환경 역시 중국산 전기차 유입을 막기 어렵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20%P 이상의 추가 관세를 얹고,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중국산 배터리, 부품에 보조금을 차단했다. 유럽연합(EU)도 반보조금 조사를 거쳐 상계관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없는 대신 일반 관세율을 적용할 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별도의 고율 관세나 수입 제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시장의 문턱이 낮아 관세 장벽이 높은 미국·유럽 대신 한국으로 향하는 물량이 늘어 현대자동차,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국내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만큼, 특정 시장에 의존하기보다 다변화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변화하는 무역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적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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