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운영수입보장 대신 도입한 최소비용보전으로 민간 리스크 커져

부전-마산 복선전철이 공정률 99%를 달성하고도 5년째 개통을 못 하면서, 1조 원이 넘는 민자 철도 자산이 사실상 멈춰 선 인프라로 남아있다. 열차가 한 번도 다니지 못하는 동안 금융 비용과 유지비 성격의 돈이 계속 들고, 누구 몫으로 처리할지를 두고 정부와 민간, 금융권 사이 줄다리기도 길어지는 모양새다.

부전-마산 복선전철 노선도 [사진=국가철도공단]
부전-마산 복선전철 노선도 [사진=국가철도공단]

부전-마산선은 부산 부전역과 창원 마산역 사이를 잇는 광역철도로,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시킨 뒤 민간투자시설사업, 이른바 BTL 사업으로 추진됐다.

전담 법인인 특수목적법인(SPC) 스마트레일이 자금을 조달해 노선을 건설한 뒤 국가에 소유권을 넘기고, 일정 기간 임대료 성격의 비용을 받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구조다. SPC 지분은 SK에코플랜트, 삼성물산, 한화건설 등 건설사와 금융기관이 나눠 들고 있고, 임대료 재원을 담보로 자산 유동화 증권과 장기 차입이 얽힌 전형적인 인프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모델이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공사가 멈춘 시작점은 낙동강 하저터널 구간 사고다. 피난용 갱도 공사 중 지반이 붕괴하면서 본선 구조물 복구와 지반 보강이 필요해졌고, 터널 구조와 피난 설계를 어디까지 손봐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다. 기술, 안전 기준은 몇 차례 강화됐지만, 그에 맞춰 설계를 변경하고 추가 공사를 진행해 당초 2020년이던 개통 목표는 해를 거듭할수록 지연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복구와 설계 변경, 자재·인건비 상승분을 합친 추가 비용이 수천억 원대에 이른다는 관측이 나왔다. 여기에 공사가 길어지는 동안 PF 대출 이자와 유동화 증권 이자가 계속 붙으면서, 최초 사업계획에 담긴 내부수익률과 회수 기간은 사실상 의미를 잃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CI [사진=SK에코플랜트주식회사]
SK에코플랜트의 CI [사진=SK에코플랜트주식회사]

이번 사업의 시공사이자 최대 출자사 SK에코플랜트가 주도하는 시행사 스마트레일은, 이를 계약상 불가항력에 따른 비용이라고 보고 국토부를 상대로 9000억원대 추가 공사비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반대로 국토부는 “사고 원인과 설계, 시공 책임을 먼저 가린 뒤 비용 분담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개통 대신 법리 공방이 이어졌다.

재무 구조를 보면 SK에코플랜트·삼성물산·한화건설 등 출자사와 금융권의 긴장감은 더 크다. 사업시행자인 스마트레일이 장기 임대수입을 담보로 PF 대출을 일으키고, 이를 기초로 별도 유동화 법인인 부전마산비티엘㈜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부전마산비티엘’ 이름의 ABCP는 신용평가사들로부터 A1(sf) 등급을 받아 MMF와 단기채권형 펀드 등에 편입돼 있다. 채권시장 일각에서는 개통이 늦어질수록 만기 연장과 리파이낸싱 협의를 피하기 어렵다는 게 우려도 제기됐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임대료와 운임 수입 발생 시점이 늦어지고, 만기 연장과 리파이낸싱 협의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아직은 은행 유동성 지원과 정부의 지급 의무를 근거로 신용등급이 유지됐지만,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 금리 가산이나 등급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채권시장 일각에서 나왔다.

쉴드-TBM 국내 최장 낙동강 하저터널
2016년부터 시작한 낙동강 하저터널 공사의 발진식 [사진=국가철도공단]

이번 사태는 민자 철도 정책의 구조적 한계도 드러냈다. 과거 민간투자사업에 적용되던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은 실제 수요와 상관없이 일정 수입을 보장하는 구조 탓에 재정 부담과 특혜 논란이 커졌고, 2009년 이후 사실상 폐지됐다.

대신 도입된 최소비용보전(MCC)은 민간 사업자가 발생시킨 최소사업운영비에 수입이 못 미칠 경우 부족분만 보전하는 방식이지만, 부전-마산선처럼 공사 단계에서 대형 사고와 기준 강화로 공기가 많이 늘어난 사례에는 제도 설계상 뚜렷한 해법이 없다.

한 건설·토목 설계업체 관계자는 “민자 사업은 장기간 대규모 자금이 묶이게 되는 구조라 예기치 못한 사고나 정책 변경 리스크에 매우 취약하다”며 “사고 수습과 공기 지연에 따른 비용 부담을 기존 제도 안에서 해결하기 어려워지면, 결국 사업 안정성이 떨어져 향후 유사한 인프라 사업에 대한 참여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워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