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재활용 기준은 니켈을 10% 이상 포함해야 재활용 금속 인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수요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분야에서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사각지대에 놓였던 LFP 폐배터리 재활용 제도가 뒤늦게 손질되기 시작했다. 이에 제도의 한계로 LFP 배터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기업들의 관심이 쏠렸다.
![LFP 배터리 재자원화를 위한 재활용 기준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3987_435207_2124.png)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달 23일 순환경제 신기술·서비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LFP 배터리, 폐인쇄회로기판(PCB), 폐암면 등 3개 과제에 대해 순환경제 규제특례(샌드박스)를 부여했다. 이로써 니켈 중심이던 기존 재활용 규정에 처음으로 LFP용 통로가 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금까지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만든 금속 원료물질은 니켈을 10% 이상 포함해야 재활용 금속으로 인정을 받았다. 현행 재활용 기준은 LFP를 사실상 제도 밖으로 밀어냈다.
니켈, 코발트를 쓰지 않는 LFP는 구조적으로 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 수거와 파쇄에 비용을 들여도 회수한 금속의 가치가 낮고 제도상 인센티브도 적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정부가 LFP 전처리와 리튬·철 회수, 탄산리튬·인산철 재제조 전 과정을 특례 아래 실증해 경제성을 검증하고, 별도 재활용 기준을 신설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서 ESS용 LFP 배터리를 대규모로 양산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3987_435211_2741.jpg)
LFP는 삼원계(NCM, NCA)에 비해 에너지밀도는 낮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수명이 길며 저렴해 중국을 중심으로 전기차, 전기버스 등에 빠르게 확산했다. 국내외에서 태양광, 풍력 발전이 늘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까지 생기면서 장시간 충·방전 ESS 수요가 커진 것도 LFP 수요를 끌어올렸다.
국내 셀 3사의 행보만 봐도 분위기 변화를 알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7일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2027년부터 연 1기가와트시(GWh) 규모로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10년간 수십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중앙계약 ESS 입찰을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 생산 LFP로 가격과 산업 기여도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미시간 공장에서 LFP를 생산 중이며, 7월에는 2027년 8월부터 2030년 7월까지 43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LFP 공급 계약을 체결해 에너지저장장치 중심 글로벌 고객 기반을 넓히고 있다.
SK온은 북미에서 ESS 전용 LFP를 노리고 있다. 9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2026년부터 4년간 최대 7.2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약 14억달러(약 2조원)로 알려졌다.
![삼성SDI 자원 회수 프로세스 [사진=삼성SDI]](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3987_435216_304.png)
삼성SDI는 그동안 ESS에서 NCA 기반 제품 비중이 컸지만, 미국 에너지 전시회 RE+ 2025에서 LFP 셀을 적용한 SBB 2.0을 공개하는 등 LFP 전환을 공식화했다. 인디애나주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에서는 ESS용 NCA 생산을 시작했고, 내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일부 라인을 LFP ESS용으로 전환해 북미 ESS 생산능력을 30GWh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국내에서는 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앞두고 2027년 이후 LFP 기반 ESS 배터리 생산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FP 재활용 기준이 실제로 만들어질 경우 수혜 범위는 넓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같은 셀 업체는 ESS와 전기차에서 늘어나는 LFP 잔존가치를 회수해 원가와 공급망을 안정시키는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구조 [사진=포스코그룹]](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511/403987_435215_2913.png)
포스코퓨처엠 등 양극재 기업들은 중국과 모로코에 크게 의존하는 인산철 전구체 일부를 재활용 원료로 대체해, 탄소 규제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공급망 요건을 동시에 맞출 여지가 생긴다.
다만 규제 문턱이 낮아졌다고 곧바로 LFP 재활용 사업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LFP는 니켈·코발트가 없어 회수 가능한 유가금속이 사실상 리튬에 집중돼, 삼원계와 비교하면 처리 단가당 회수 가치가 낮다는 평가가 많다.
인산철 전구체와 일부 양극재 원료 공급망이 중국과 특정 기업에 치우친 점, 북미에 공급되는 LFP, 양극재가 IRA의 금지외국단체 규제를 피해 가야 한다는 점도 기업들의 숙제다.
한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이번 규제 샌드박스 도입은 떠오르는 LFP 배터리 시장에서 자원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시의적절한 조치"라며 "기업들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발맞춰 관련 기술 개발과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한국 배터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포스코퓨처엠, LMR 양극재 양산으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 [분석] LG엔솔, 삼성SDI, SK온..놓친 건 기술이 아니라 타이밍…K배터리, LFP 전략 실패의 교훈
- LG전자는 배터리턴 캠페인으로 어떻게 자원 순환에 기여하고 있나?
- 포스코퓨처엠은 CNGR과 어떻게 LFP 양극재 사업 협력을 확대하고 있나?
- 광양시, 스케일업 실증 지원사업 본격 착수… “스타트업 도약 무대 열린다”
-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폭풍전야…재수성 노리는 삼성SDI, 반전 노리는 LG엔솔·SK온
- 삼성SDI, 테슬라 ESS 배터리 공급 논의…전기차 시장 둔화·탈중국 흐름 타고 도약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