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세진 팬들의 입김은 구단이나 선수에 순작용도 하지만 부작용도 우려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픽사베이]](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312/309349_310697_2841.jpg)
프랜차이즈 스타를 타 팀으로 보낸 프로야구 구단 SSG 랜더스가 팬들의 거센 항의에 부닥쳤다. 여자프로배구단 AI페퍼스 팬들은 특정 선수를 겨냥한 살해 협박범을 잡자며 경찰까에 신고했다. 요즘 스포츠 팬덤은 경기를 지켜보기만 하던 과거와 달리 선수의 일탈이나 구단의 잘못된 운영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SSG 랜더스의 인천 홈구장 일대에는 지난달 말부터 열성 팬들이 보낸 근조 화환이 세워졌다. 화환에는 "인천 야구는 죽었다"는 자조적 표현부터 "삼가 인천 SSG의 명복을 빈다" 등 촌철살인 문구가 들어갔다. 화환들은 2001년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23년간 한 팀에서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 김강민을 보호선수로 묶지 않은 프런트에 대한 팬들의 입장을 보여준다.
AI페퍼스 팬들은 특정 선수를 살해하겠다고 지속적으로 협박한 인물을 잡기 위해 힘을 모았다. DC인사이드 여자배구 및 AI페퍼스여자배구단 팬들로 보이는 이들은 특정 선수들을 비방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 구체적 협박 글을 게시한 인물을 잡자며 직접 경찰을 찾았다.
AI페퍼스 팬들은 지난 4월 선수 드래프트 때도 실력행사를 한 바 있다. 당시 구단 프런트는 우승팀 한국도로공사에서 주포 박정아를 데려오면서 보상선수를 묶었는데,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은 신인을 대거 묶은 반면 대체 자원이 없는 세터 이고은을 방치했다. 이를 놓치지 않은 도로공사가 이고은을 지명했고, 세터 공백이 생긴 AI페퍼스는 부랴부랴 미들블로커 최가은에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까지 헌납하며 이고은을 방출 6일 만에 다시 데려갔다.
당시 AI페퍼스 팬들은 구단이 팀 공헌도가 높고 애정도 많은 이고은에 깊은 상처를 줬다고 시위했다. 특히 고교 졸업을 앞둔 미들블로커 최대어 김세빈의 영입 찬스까지 날렸다며 프런트를 맹비난했다. 팬들의 거센 항의는 결국 팀의 운영에 적잖은 변화를 줬다.
스포츠 팬들의 입김은 이처럼 과거보다 훨씬 세졌다. 팬들과 선수가 소통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팬들의 참여 역시 커졌기 때문이다. 이런 팬들의 활동은 잘못된 구단의 선택이나 조치, 선수의 일탈 등에 좋은 처방약이 되기도 한다.
ID가 'yomi***'인 스포츠 팬은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는 1980년대 구식 운영 행태가 지속되는 등 아직 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며 "이런 것들을 선수와 팬들이 함께 바꿔가는 게 팬덤의 의미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팬들의 지나친 개입은 스포츠계 전체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ID가 'eung***'인 스포츠 팬은 "팬들의 지나친 개입으로 종종 볼성사나운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는 스포츠는 물론 연예계도 마찬가지"라며 "지켜야 할 선이 있기에 팬들이 선수, 구단에 너무 접근하고 참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