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표팀 감독의 기준과 대표팀 운영 철학 고찰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의 메인 이벤트인 2026 월드컵 본선까지는 아직 더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차기 감독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축구협회와 전 전임 감독 벤투가 성장시켰던 한국 축구의 자산은 적지 않다. 당시 축협이 벤투의 선임 과정에서 보여준 확고한 미래 철학과 기준, 스타일, 투명한 절차, 체계적인 시스템 등은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벤투는 ‘빌드업 축구’에 대한 철학을 고집하며...[본문 중에서]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의 메인 이벤트인 2026 월드컵 본선까지는 아직 더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차기 감독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축구협회와 전 전임 감독 벤투가 성장시켰던 한국 축구의 자산은 적지 않다. 당시 축협이 벤투의 선임 과정에서 보여준 확고한 미래 철학과 기준, 스타일, 투명한 절차, 체계적인 시스템 등은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벤투는 ‘빌드업 축구’에 대한 철학을 고집하며...[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스포츠 분석] 지난 16, 대한축구협회(이하 축협)는 클린스만 감독에게 경질을 통보했다. 선임된 직후부터 카타르 아시안컵이 끝난 이후까지 그 책임과 행태에 많은 비판을 받았던 클린스만. 결정적으로 4강전 전날 있었던 손흥민과 이강인의 탁구 사태파문으로 감독으로서의 책무에 대한 엄청난 비난을 받았고 결국 클린스만의 기행을 묵인해왔던 축구협회 및 정몽규 회장도 그를 경질했다. 클린스만은 떠났고 이제 그가 대표팀에 남기고 간 수많은 과제를 어떻게 풀지에 대해 곳곳에서 많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차기 감독 선임이다.


발등에 불 떨어진 대표팀 상황


수많은 팬이 입을 모아 클린스만의 경질을 외쳤고 결국 성사됐다. 그리고 이제 대표팀의 수장은 공석이다. 축협은 지난 16일 클린스만의 경질을 발표하면서 차기 감독 선임에 대해 월드컵 예선을 위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을 바로 착수하겠다. 새로운 전력 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도 선임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너무 급한 감독 선임이 또 다른 클린스만의 사례를 남길지 경계하는 모양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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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점에서 대표팀이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아시안컵이 끝났지만 A매치 일정은 촉박하다. 당장 3월부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이 열리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오는 321일 태국과의 홈 경기, 26일에는 원정 경기, 두 차례가 예정되어 있다. 이후 66일에는 싱가포르와, 611일에는 중국과 예선전을 치르게 된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감독이 공석인 상황에서 신속하게 감독을 선임하여 빠르게 체제 안정화를 시작할 것인지’, 아니면 대행 체제로 시간을 벌며 좀 더 완급조절을 할지’, ‘임시로 직무를 수행할 감독을 선임하고 평가 후에 신임에 따라 계속 감독직을 맡길지에 대해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시가 급한데 뒷걸음질 친 한국 축구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의 메인 이벤트인 2026 월드컵 본선까지는 아직 더 여유가 있어 보이지만 차기 감독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축구협회와 전 전임 감독 벤투가 성장시켰던 한국 축구의 자산은 적지 않다. 당시 축협이 벤투의 선임 과정에서 보여준 확고한 미래 철학과 기준, 스타일, 투명한 절차, 체계적인 시스템 등은 팬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벤투는 빌드업 축구에 대한 철학을 고집하며 대표팀의 전술을 많이 현대화시켰고, 안정적인 운영을 보여줬으며 떠날 때 남긴 각종 연구 자료는 이후 운영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클린스만이 떠난 지금의 대표팀은 전술, 선수 관리, 팀워크, 등등 거의 모든 면에서 벤투 시절보다 몇 걸음이나 후퇴했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룬다. 클린스만이 야심 차게 시도했던 3백 전술은 그 효과가 그리 신통치 않았다. 벤투 시절에도 3백을 이따금 쓰긴 했으나, 그는 후방 빌드업이라는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신중하게 3백을 사용했으며 거기에 맞는 선수들을 기용해왔다. 그러나 클린스만이 꺼내 들었던 3백은 그저 선수의 로테이션이나 좀 더 수비 치중을 하기 위한 센터백 보강이라는 점 이외에는 특이한 것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시도한 3백 전술은 결국 실패로 판단, 후반 시작 동시에 실점한 이후엔 다시 4백으로 전환하여 아슬아슬하게 연장전까지 갔다. 클린스만을 거치면서 한국 축구는 이렇다 할 주력 전술조차 뚜렷하게 말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클린스만호가 완전하게 침몰하게 된 배경이 된 것은 결국 선수 관리와 팀워크의 문제였다. 손흥민과 이강인의 갈등은 그의 무능력 결과다. 선수들을 면밀히 파악하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감독임에도 클린스만은 항상 근태 논란에 휩싸이거나 특정 선수 이외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벤투가 선수 하나를 파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관찰하고 연구했는지를 살펴보면 클린스만이 했던 것은 거의 방치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린스만은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방임형 축구성향이 강했는데, 이에 따라 본선에서는 대표팀에 선발되고도 문선민, 김지수, 김주성, 송범근, 이수민 등등의 선수들이 단 1경기도 투입되지 않았다. ‘쓰지도 않을 것이면 도대체 왜 뽑아갔냐?’는 비난도 많다. 로테이션 및 체력 관리도 실패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대표팀,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야...


현재의 한국 축구는 뚜렷이 목표로 하는 플레이스타일을 찾기 힘들다. 감독인 클린스만부터가 한국 축구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가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팀 컬러는 지치지 않는 체력, 많은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 투지를 앞세우는 저력을 앞세우는 경향이 컸다.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후방에서 중원을 거치지 않고 단순한 패스로 한 번에 전방으로 연결하는 롱볼 축구를 구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러한 한정적 전술들은 주변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는 잘 통하지 않았고, 그 대안이 벤투가 그토록 완성하고자 했던 빌드업 축구였던 것이다.

따라서 빌드업을 통한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 효율적인 전술과 선수 기용에서 나오는 다양한 공격패턴, 탄탄한 수비를 커버할 수 있는 수비 자원 물색 및 육성, 모든 선수가 수비에 관여하는 토탈 풋볼’, 그리고 이것을 효율적으로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과 한국의 전통적 장점을 더욱 계승시킬 수 있는 팀워크를 통한 조직력 강화 등이 현시점에서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역대 최고의 스쿼드로 아시안컵에서 기대를 모았던 클린스만호가 어떻게 무너졌는지를 돌아보면 스타 선수가 아닌 팀 전술에 기여할 수 있는 맞춤형 선수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차기 대표팀 감독은 이런 청사진을 만드는 데 동조할 능력과 자격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감독으로 거론되는 이름들. 땜질 감독 되지 않아야...


클린스만 경질 이후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전은 얼마 남지 않은 일정을 고려했을 때, 국내 감독이 임시로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당장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기동 FC 서울 감독, 최용수 전 강원 FC 감독, 올림픽 대표팀 감독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황선홍 감독을 유력하게 고려해 볼 수 있다. 또한 작년까지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아 많은 활약을 한 박항서 감독도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K리그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해당 감독들을 차출한다는 소문에 반대 의사를 표하는 팬들도 존재하며 국가대표팀을 맡기에는 한 번 실패한 전적이 있거나 역량이 애매한 부분들도 있어서 다각도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클린스만 경질 사태가 워낙 초유의 관심을 일으켰고 대표팀의 내부 상황이 나락으로 떨어진 시점에서 자칫 차기 감독이 급한 불 끄기에나 동원되는 소방수 감독이 될 우려도 있다. 그 좋은 예시가 최강희 감독이다. 2012년 당시 전북 현대를 이끌고 있던 최강희 감독(산둥 타이산)2014 브라질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레바논에 패한 후 경질된 조광래 감독 후임으로 임명되었다. 최 감독은 2차 예선 최종전에서 쿠웨이트를 제압하며 최종 예선 진출, 잡음과 경기력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었으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최 감독은 본인이 처음 약속했던 것처럼 본선 진출 이후 다시 소속팀으로 복귀했고 근본적인 내홍이 아물지 않았던 대표팀 수장을 맡은 후임 감독 홍명보는 월드컵 본선에서 큰 부진을 보이며 무너졌다. 잠깐 급한 불만 끈 것뿐이고, 물 새는 곳을 땜질 했을 뿐이지 근본적인 개선을 이룬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 축구가 원하는 것은 땜질 감독이 아니라 철학과 기준을 가지고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파악, 체질을 개선하여 몇 년 앞을 바라볼 수 있는 청사진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지도자를 찾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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