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마음엔 박항서, 파리 올림픽 준비에도 벅찬 황선홍 빼 온 이유는?

의견이 갈린 이유에 대한 배경으로는 감독을 맡게 된 시기적 요소가 매우 크다. 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이전의 3차례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통해 정규 감독보다는 ‘임시 감독을 선임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중도 경질된 상황에서 3월 일정을 고려하면, 대표팀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과제를 뒤로하고 당장 태국전만이라도 지휘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독단적으로 K리그 감독을 차출해가자니 뿔난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런 당연한 일을 고려하지 못한 것...[본문 중에서]
의견이 갈린 이유에 대한 배경으로는 감독을 맡게 된 시기적 요소가 매우 크다. 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이전의 3차례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통해 정규 감독보다는 ‘임시 감독을 선임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중도 경질된 상황에서 3월 일정을 고려하면, 대표팀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과제를 뒤로하고 당장 태국전만이라도 지휘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독단적으로 K리그 감독을 차출해가자니 뿔난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런 당연한 일을 고려하지 못한 것...[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스포츠 분석] 지난달 27, 3차 전력강화위 비공개회의를 마치고 마침내 대한축구협회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이끌어 갈 임시감독을 발표했다. 황선홍이었다. 지난 16일 클린스만이 전격 경질되고부터 보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발표였다.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은 오늘(27) 오후 브리핑을 열고 "다음 달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두 경기 임시 감독으로 황 감독을 선임하기로 했다""62차 예선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5월 초까지 정식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어 "파리 올림픽 예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황 감독이 A대표팀 임시 감독을 해도 무리가 없는지 다각도로 검토했다""만약 본인이 일시적으로 2개 팀을 맡을 의향이 있고 2개 팀을 운영하는 나름의 구상이 있다면 최우선으로 검토해야 할 후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추가했다. 이로써 황 감독은 다음 달 18A대표팀 소집부터 26일 태국과의 2차전이 끝날 때까지만 소방수 감독으로 대표팀 감독직에 머물게 됐다.


황선홍과 박항서로 갈린 축구팬들의 의중과 축협의 헛발질


한때 임시 감독 후보에 올랐던 울산 HD 홍명보 감독 차출설에 뿔난 서포터스 처용전사23일 오전 8시부터 축구회관 앞에서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트럭 시위를 벌였다. “일주일 뒤 리그 개막, 자국 리그 무시하는 대한축구협회” “졸속 행정의 결말은 K리그 감독 돌려막기” “필요할 때만 소방수 홍명보 감독은 공공재가 아니다는 문구로 엉터리 행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다행히 황선홍이 낙점되면서 현직 K리그 감독이 불 끄러 차출되는 일은 없었다. 일각에서는 황선홍 감독이 성인 대표팀을 맡아 이끄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응원한다!’하며 반기는 반면, ‘충분히 자질 있고 조건에 부합하는 박항서를 놔두고 굳이 왜 황선홍을 감독으로 택했는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역시 박항서는 라인이 아니라서 탈락이구만’, ‘올림픽을 포기하는거냐?! 진짜 축협은 없어져야한다’, ‘박항서로 바꿔주세요라며 의견이 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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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의견이 갈린 이유에 대한 배경으로는 감독을 맡게 된 시기적 요소가 매우 크다. 축구협회는 감독 선임 이전의 3차례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를 통해 정규 감독보다는 임시 감독을 선임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중도 경질된 상황에서 3월 일정을 고려하면, 대표팀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과제를 뒤로하고 당장 태국전만이라도 지휘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을 것이다. 독단적으로 K리그 감독을 차출해가자니 뿔난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이런 당연한 일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팬들에 시위에 혼쭐이 나고 다시 정석대로 현재 K리그 감독을 맡고 있지 않은 후보로 다시 선회했다. 문제는 선회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잘 가다가 또 옆으로 빠졌다. ‘K리그뿐만 아니라 현직을 맡고 있는 감독을 뽑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팬들은 그런 부분에서 축협의 알 수 없는 행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축구협회의 아쉬운 결정. 현재 상황이 박항서가 적임자라고 가리킬 뿐


황 감독의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의 성과로 보면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하기에 자격은 충분하다. 그의 실력을 불신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황선홍 감독은 현재 U-23 축구 대표팀을 맡으며 2024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는 점이다. 당장 오는 417일에 2024 U23 아시안컵 겸 파리 올림픽 아랍에미리트전이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417일을 시작으로 19일에 중국과, 22일에 일본과 조별리그 B조 경기를 순차대로 치르게 된다. B조에 구성된 엔트리는 중동, 중국, 일본. 중국은 위협순위에서 살짝 뺀다고 해도, 아랍에미리트, 일본은 한국에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다. 객관적인 지표와 랭킹, 전력에 상관없이 한국은 늘 중동 축구에 고전해왔다. 중동 축구는 유연하고 뛰어난 개인 기술과 빠른 공격을 추구하는 팀들이 많다. 그래서 경기 내내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하고도 역습 몇 번에 패배로 직행하는 일이 많았다. 저번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우리가 맞붙은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절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일본은 어떤가? 아시아에서 한국과 자웅을 겨루는 사이 아닌가? 아시아 내에서 하는 축구게임 우승 후보에 늘 이름을 올리는 후보 중에 일본이 없던가? 한일전이 한국 축구에 가지는 부담감과 기대, 의미를 안다면 총력전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U-23 아시안컵에서 한국은 3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 출전권을 따낼 수 있다. U-23 황선홍호가 준비해야 할 4월 경기의 대부분이 쉽지 않은 일정으로 관측되는 마당에 총력을 다해 준비해도 모자랄 감독의 역량을 나누어서 3월 태국전에 쓴다는 부분에서 팬들이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현직 감독이 아닌 적임자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박항서. ‘박항서 매직이니 태국전 마스터니 하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이지 않아도, 현실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박항서만 한 정답지가 있을 수가 없다. 그도 처음에는 대표팀 감독을 절대 맡지 않겠다고 하다가 태국전 한정 임시 감독이라는 제안에는 "한국 축구가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기꺼이 희생할 의향이 있다"며 의사를 표했다. 물론 박 전 감독이 현재 베트남 3부 리그 박닌 FC에서 고문직을 맡고 있지만, 대표팀 임시 감독을 겸임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다. 후보 본인의 의사와 활동의 여유도 충분하고 태국전 한정으로는 이만한 적임자가 없을 것이다. 대한축구협회가 당장 불만 끄는 소방수를 원했더라도 그리 길게 감독직을 할 생각이 없는 박항서가 불만 끄고 가주는 것이 최선의 선택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눈에 훤히 보이는 정답을 앞에 두고 마지막에 또 축협은 똥볼을 찬 것이다. 팬들이 황 감독이 아니라 축협을 향해 비난을 날리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감독 겸임 과거 사례와 성과는?


A대표팀과 U-23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는 경우는 아시아에선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모리야스 재팬으로 불리는 모리야스 하지메(56) 현 일본 축구 대표팀 감독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두 팀 지휘봉을 함께 잡았다. 이번에 황 감독과 함께 임시 감독 후보로 거론됐던 박항서(67) 감독도 6년간 베트남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동시에 지휘했다. 모리야스 재팬의 겸임 동안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한쪽이 어느 정도 정비되면 다른 한쪽이 문제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서는 한국에 지면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2019 AFC 아시안컵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카타르에 지며 준우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국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4위에 그치며 메달 없는 성과를 냈다. 박항서의 경우는 둘 다 어느 정도 성공한 드문 사례다.

한국의 경우, 허정무와 핌 베어벡이 있었다. 허정무 1(19991~20009)는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조별리그에서 떨어졌고, 2000 레바논 아시안컵에서 3위를 달성, 그리 나쁜 성과는 아니었으나 훌륭한 성과도 아니었다. 핌 베어벡의 경우 20067~20078월까지 A대표팀과 U-23세 이하 대표팀을 겸임했다. 2007 아시안컵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아시안컵에서는 3위를 달성했지만, 6경기 3골의 저조한 득점력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경기 내용 또한 좋지 못했다. 이때 바레인과의 경기 내용이 워낙 좋지 못해 바레인 쇼크로 불리면서 이 대회 종료 후 핌 베어벡은 자진 사임했다. 이 시기 겸임했던 2006 도하 아시안 게임에서도 동메달 달성에 실패했다.

위의 사례와는 다르게 황 감독이 3월에 열리는 태국과의 2경기만 소화해 주면 되는 임시 감독이라 가볍게 볼 수 있지만, 지금과 그때의 상황은 다르다. A대표팀은 클린스만 이후 대내외적으로 막장으로 치닫고 있고, 올림픽 대표팀은 태국과의 월드컵 예선전이 끝나자마자 일정에 돌입해서 3위 안에 들어야 하고 3위를 달성하자마자 바로 파리 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결국, 318일부터 26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펼쳐지는 친선경기는 감독 없이 진행한다. 승패에 부담이 없는 경기일 수도 있지만, 이 경기를 통해 4월에 있을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테스트를 감독 없이 진행하는 것은 자칫 두 마리 토끼를 잡다가 놓치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짐 떠넘긴 대한축구협회. 속내는?


현재로서는 경기 승패에 더욱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은 U-23 대표팀이다. 누가 감독해도 질 것 같지 않은 태국전에서 적당히 지지만 않을 정도만 해도 되는 상황이라고 축협이 판단했다면 도대체 왜 굳이 황선홍인가? 추론해보면 결국, 태국전보다 더 중요한 경기, 태국전뿐만 아니라 4월에 있을 아시안컵의 결과에 대해 책임질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 파리 올림픽행은 쉽지 않은 여정이 될 듯한데 총력을 쏟아부어도 결과를 확신하기 어렵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의 졸전으로 감독이 경질됐고 선수들이 비난받았고 축협이 욕을 먹었다. 떠난 자, 화해한 자는 있었지만, 아직 큰 변화가 없는 것은 축협이다. 겸임을 받아들인 황 감독이 U-23 팀에서의 성과가 좋지 못할 경우, 큰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황 감독 또한 촉박한 일정에서 겸임을 맡긴 축협을 향해 책임 전가를 할 수 있는 구실이 있다. 축협과 감독 사이에 책임의 공을 주고받다 보면 정작 비난받아야 하는 대상이 흐려질 수 있다. 이것이 물타기이다.


팬들이 박항서를 원했던 이유


뻔히 보이는 정답지를 피해 간 대한축구협회. 누가 해도 이길 것 같은, 설령 감독 없이 나가도 지지 않을 것 같은 태국전이라면 굳이 일정상 부담을 안고 있는 황선홍보다는 박항서가 나을 텐데도 선택하지 않았다. 많은 팬이 박항서를 원하고 있는데도 전혀 다른 결정을 했다. 팬들이 그를 원하는 진짜 이유는 그가 태국전 마스터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항서가 대한축구협회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박항서는 2002년 월드컵에서 히딩크를 보조하는 수석 코치였다. 그 당시 그는 한국 축구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그는 축구계의 변방을 떠돌았다. 국내에서 그의 지도력을 인정해주는 길이 없어서 그는 해외로 눈길을 돌렸다. 그는 베트남 대표팀의 지도자로서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했다. 그의 뛰어난 리더십 아래 베트남 대표팀은 역사적인 성과를 냈다. 그는 축협의 일원이 아니었다. 그래서 팬들은 박항서가 아쉬운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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