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헌 꺾고 1위로 국대 확정된 박지원, 그가 사회에 전하는 무형의 자산들
![사과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것에 대해 차이점은 있겠지만 두 선수 간 사건에 대해 손흥민과 이강인의 사례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한동안 축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핑퐁 게이트’의 이강인은 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지난 2월 14일에 SNS로 1차 사과문을 냈지만, 진정성이 없다며 여론은 싸늘했다. 그리고 21일, 이강인은 손흥민이 있는 런던을 직접 방문하여 사과하고 관련 내용과 사진을 SNS에 올렸다. 이 일을 기점으로...[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404/327529_331954_299.jpg)
[뉴스워커_스포츠 분석] 지난 12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펼쳐진 2024-2025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박지원 선수가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이며 태극마크를 거머쥐었다. 남자 1,000m 경기 B파이널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박지원 선수는 총점 92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박지원 선수는 상위 8명에게 주어지는 국가대표 자격은 물론, 상위 3명에게만 주어지는 국제대회 개인전 출전권까지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아직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박지원 선수는 이번 국가대표 선발로 2025 항저우 겨울 아시안 게임에서 병역 혜택에 도전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2024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은 한국 체육사에 굵직한 획을 그었다. 눈부신 레이스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박지원 선수의 이번 국대 확정은 그를 응원했던 팬들에게는 통쾌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그의 국대 선발 과정에서 번번이 앞길을 막았던 황대헌 선수의 부당한 반칙과 비매너 행위에도 굴하지 않고 스포츠맨십과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당당한 승리를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내가 못 하면 너도 못 해’, ‘반칙왕’이 무서운 빙판 위
박지원의 앞길을 번번이 막아온 황대헌 선수는 원래는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스타로 통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스타덤에 올랐고, 이후 각종 국제대회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세계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의 화려한 이력 뒤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으니, 바로 반칙과 비매너 논란이었다.
2019년 진천선수촌 사건은 황대헌의 그릇된 경쟁의식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당시 그는 장난삼아 여자 선수의 엉덩이를 친 뒤, 아무 상관 없는 동료 임효준 선수를 성추행 혐의로 신고하는 못된 행동을 저질렀다. 이에 따라 임효준은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하고 중국으로 귀화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선수들 사이의 불신을 조장했고, 팀워크를 저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한국 쇼트트랙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
황대헌의 반칙 행위는 국제대회에서도 이어졌다. 2023년 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는 박지원에게 반칙을 범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1,500m와 1,000m 결승에서 모두 박지원을 밀치거나 무리한 추월을 시도해 함께 넘어지는 사고를 내기도 했다. 1,500m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두 선수가 공멸함으로써 이날 한국은 노메달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결국, 이 사건으로 황대헌은 "반칙왕"이라는 오명을 쓰고 한국 쇼트트랙의 이미지에 먹칠하게 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4월 6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개최된 2024-25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박지원 선수와 황대헌 선수가 또다시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남자 500m 준결승 2조 경기에서 박지원 선수를 추월하려던 황대헌 선수가 인코스로 파고들다 두 선수의 스케이트 날이 부딪히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심을 잃은 박지원 선수는 뒤로 밀려나 펜스에 부딪히며 넘어졌다. 심판진은 해당 상황에 대해 페널티를 부여하지 않았고, 결국 황대헌 선수는 2위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지만, 박지원 선수는 그대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사과한다더니… 끝내 침묵한 반칙왕. 여론은 싸늘
황대헌은 지난 3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대회 1,000m 결승에서 박지원과 충돌하여 공멸했고 이 결과로 박지원은 부상을 입어 귀국 당시 목 보호대와 팔에 붕대를 감은 모습으로 팬들 앞에 섰다. 이날 사건에 대해 황대헌은 "서로 경쟁하고 있었고 시합을 하다 보면 충분히 나오는 상황"이라고 주장하며 "그 대상이 대한민국 선수고 박지원 형이어서 마음도 안 좋고 죄송하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 고의가 아니니까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리고 빙상연맹에 따르면 황대헌은 “고의는 아니지만, 본인의 플레이로 인해 박지원 선수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어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대신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동시에 “박지원 선수가 소속팀 훈련을 마치고 일본에서 귀국하는 대로 찾아가 직접 사과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빙상연맹은 이 경기에서의 두 선수의 충돌에 대해 ‘고의성 없음’으로 판명했다.
박지원은 12일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 직후의 인터뷰에서 황대헌과의 잇단 충돌과 관련한 질문을 받는 자리에서 “아직 직접 사과를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번 일을 지켜보는 팬들은 황대헌의 ‘사과’에 매우 민감해 보인다. 황대헌이 아무리 ‘반칙왕’이라지만 그 또한 올림픽 메달리스트고 한국 빙상의 소중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그 둘이 오해를 해명하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를 바라는 마음인 것이다.
국민 밉상 이강인 vs 황대헌. 팬들의 선택은?
사과는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이것에 대해 차이점은 있겠지만 두 선수 간 사건에 대해 손흥민과 이강인의 사례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한동안 축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핑퐁 게이트’의 이강인은 팬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지난 2월 14일에 SNS로 1차 사과문을 냈지만, 진정성이 없다며 여론은 싸늘했다. 그리고 21일, 이강인은 손흥민이 있는 런던을 직접 방문하여 사과하고 관련 내용과 사진을 SNS에 올렸다. 이 일을 기점으로 이강인에 대한 비난은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리고 그 갈등은 황선홍 감독의 중재 속에 태국 원정에서 두 선수의 활약 끝에 포옹하는 사진 한 장으로 팬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황대헌과 비교하면 이강인은 직접 사과했고, 운동장에서 실제로 화해의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아직 이강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의견은 남아있다. 황대헌은 이번 국대 선발전에서 비단 박지원뿐만 아니라 박노원, 김태성 선수에게 또다시 고의성이 의심되는 충돌을 하고도 어떠한 미안함의 제스처를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11위에 그치며 국가대표에서 제외되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많은 팬이 ‘자업자득이다’, ‘통쾌한 탈락이다’, ‘반칙왕의 몰락’ 등의 언어로 황대헌에 대한 싸늘한 감정을 표했다.
무형의 자산 스포츠맨십, 사람들이 인정하는 ‘진정한’ 챔피언의 의미
이번 결과로 박지원 선수는 정정당당한 플레이와 스포츠맨십으로 국내외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중이다. 뛰어난 기술과 스피드, 강철 멘탈로 무장한 그는 단순한 세계랭킹 1위를 넘어 점점 진정한 챔피언의 모습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듯하다. 여기서 ‘진정하다’는 의미는 그 선수가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무형의 자산을 일컫는다.
황대헌의 지속적인 반칙으로 부상까지 얻은 그는 이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힘든 경기가 예상되었다. 그러나 그는 인터뷰에서 “모든 선수가 항상 건강할 순 없다. 얼마나 참느냐가 중요하다. 스스로 100%라고 믿고 뛰었다"고 했다. 황대헌과의 갈등을 묻는 질문에는 ‘사소한 것’이라며 역경을 딛고 일어선 ‘진정한’ 챔피언의 모습을 보였다.
바로 이런 점들이 스포츠를 관람하는 팬들이 보고 싶은 장면이다. 박지원이 국대 선발전에서 1위를 한 결과는 ‘유형의 것’이지만, 그가 이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달려온 과정이 주는 의미는 스포츠맨십 자체이다. 그리고 이것은 ‘정신’이자 무형의 자산이다. 정해진 규칙을 지키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정당한 플레이를 통해 자신의 실력으로 우뚝 서는 모습을 말이다. 부상을 당하는 시련에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과 끈기로 승리를 얻어냈다. 그리고 파벌싸움과 부정행위가 판을 쳤던 한국 빙상계에도 정당하게 실력으로 왕좌에 오를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인간 승리’ 그 자체였다. 한국 빙상을 책임질 다음 세대에도 이것은 매우 훌륭한 스포츠맨십의 사례가 될 것이 분명했다.
결국, 부당한 방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정의는 승리’했고 팬들은 환호했다. ‘기울어진 운동장’, ‘흙수저, 금수저’ 같은 말들이 이미 만연한 한국 사회에 살아가는 스포츠팬들의 일상 또한 녹녹지 않다. 반칙 없는 공정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은 열망은 선수나 일반인이나 다를 것이 없다. 박지원의 이번 쾌거가 단순한 승리가 아닌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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