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신한 방법으로 역사 쓴 배우들, 기획사 축협, 재미도 한두 번, 관중 다 떠난다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을 비롯한 스타 플레이어들을 적절히 활용하며 로테이션을 가동했고,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바탕으로 대회 내내 큰 위기 없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더구나 올림픽 진출 이외의 아시아 대회에 솔직히 다른 국가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한국은 군 면제 문제가 걸려있기에 타 팀보다 유독 호화로운 전력을 구성해 왔고...[본문 중에서]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을 비롯한 스타 플레이어들을 적절히 활용하며 로테이션을 가동했고,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바탕으로 대회 내내 큰 위기 없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더구나 올림픽 진출 이외의 아시아 대회에 솔직히 다른 국가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한국은 군 면제 문제가 걸려있기에 타 팀보다 유독 호화로운 전력을 구성해 왔고...[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스포츠 분석] 결국 이렇게 끝났다. 사람 놀래주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지난 26일 새벽은 한국 축구에 있어 씻을 수 없는 역사로 기록되었다. 이 경기를 지켜보거나 아침에 참패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하나 같이 할 말을 잃었다. 국대 축구를 즐겨보는 한 축구팬은 나라를 잃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도하 대참사로 불리는 이날 경기 이후 한국 축구의 내리막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2024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에 승부차기 끝에 패배하며 올림픽 10회 연속 본선 진출의 꿈이 좌절되었다. 한일전을 이기면서 카타르를 피했고 몇 수나 아래라고 볼 수 있는 인도네시아를 맞아 누구도 질 것으로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그동안에 숨겨왔던 모든 약점을 드러낸 채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카타르 아시안컵 말레이시아전은 비기기라도 했지, 토너먼트에서 인니에 무릎 꿇다!

나와 관심이 같은 사람이 본 뉴스

이날 한국은 전반 내내 유효슈팅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하며 인도네시아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경기력을 보였다. 선수들의 오프 더 볼 움직임은 실종되었고, 선수 간 간격이 벌어지며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패스 성공률은 84%로 인도네시아와 동일했지만, 볼 점유율은 오히려 48%:52%로 밀리며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팀에게 압도당했다.

후반 들어 한국은 동점 골을 터뜨리며 반격에 나서는 듯했으나,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다시 실점을 허용했다. 아껴 쓰려다 상황이 나빠지자 해결사로 투입된 이영준은 얼마 뛰지도 못하고 퇴장당했고, 황선홍 본인도 추가시간에 주심에게 항의하다가 퇴장당했다. 결국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결국 10-11로 패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황선홍 표 딸깍 축구’, 선임 과정 또한 클린스만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다행인지 불행인지, 황 감독은 경기 중 퇴장당했기에 경기 직후 인터뷰에 참여할 수 없었다. 팬들이 분노를 넘어, 할 말을 잃었던 다음날, U-23 대표팀은 귀국하였고 기자회견에서 책임에 통감한다고 말했다.

황선홍 감독은 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며 선전하기도 했지만, 선임 때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 황선홍 감독의 U-23 대표팀 선임은 과거 사례와 비교했을 때 이례적인 케이스였다. 이전까지 U-23 대표팀 감독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었다. 허정무, 핌 베어백 감독처럼 국가대표팀 감독이 U-23 대표팀까지 겸임하는 경우나 이광종, 홍명보 감독처럼 U-20 대표팀 혹은 그 이전 유소년 시절부터 선수들과 함께하며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까지 이끄는 경우, 그리고 김학범, 김봉길 감독처럼 K리그에서 뛰어난 지도력을 인정받은 감독을 선임하는 경우였다. 이전 사례들이 나름대로 감독 선임에 이유가 있지만, 황선홍은 포항 감독이었던 2015년 이후 10년 넘게 감독으로서 내리막길을 걷는 상황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판곤 위원장이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에서 최종 후보들을 두고 고심하던 중, 정몽규 회장의 직권으로 황선홍 감독 선임이 발표되었다. 이러한 불투명한 절차는 협회의 후진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드러냈고, 황선홍 감독에게 '잘못된 절차로 선임된 감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씌웠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명백히 황선홍 감독이 이룬 성과는 맞다. 그러나 금메달에 대한 감독의 기여도가 컸던가?’를 따져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대회 규정 변경으로 만 24세 선수까지 선발할 수 있게 되면서, 한국은 K리그 주전급 선수들과 유럽에서 활약하는 특급 선수들로 구성된 역대 최강의 U-23 대표팀을 꾸렸다.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을 비롯한 스타 플레이어들을 적절히 활용하며 로테이션을 가동했고,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바탕으로 대회 내내 큰 위기 없이 금메달을 획득했다. 더구나 올림픽 진출 이외의 아시아 대회에 솔직히 다른 국가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한국은 군 면제 문제가 걸려있기에 타 팀보다 유독 호화로운 전력을 구성해 왔고, 대충 풀어만 놔도 알아서 골 넣고 뛰어다니는 선수들로 구성된 팀으로 쉽게 메달을 획득했다는 분석이 많다. 클린스만이 해줘 축구라면 황선홍은 딸깍 축구인 것이다.


황선홍, 떠나는 마당에 축협에 할 말 다 하지, 고작 감독 임기에 대한 문제만 꺼내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승리가 운이 좋았던 것이었다고 느꼈다면, 이번에야말로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줬어야 하는 대회였다. U-23 카타르 아시안컵은 직전 카타르 아시안컵의 개최와 중복되는 등 몇 가지 이유로 A매치 기간이 아닌 시기에 진행되었다. 이에 따라 정상빈을 제외하고 믿어볼 만한 해외파인 양현준, 김지수, 배준호의 차출에 줄줄이 실패했다. 항저우 때보다 부실한 전력으로 임하기 때문에 더욱 감독의 역량이 중요했다. 명장으로 인정받으려면 잘하는 선수들을 데리고 이기는 것이 당연한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전략 전술과 리더십으로 팀의 전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황선홍의 감독으로서 진정한 능력이 빛나야 할 대회였다.

황 감독은 인터뷰에서 "연령별 대표팀은 4년 주기로 가야 한다. 아시안게임 성적에 따라 사령탑의 운명이 좌우되면 아시안게임에만 집중하게 돼 올림픽 준비를 할 수 없다"라며 "이런 구조로는 아시아권에서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기 어렵다"며 축협 들으라는 듯한 발언을 했다. 쓴소리였고 일리가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시안게임에 군 면제 혜택이 걸려있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대부분의 국가는 아시안게임보다 올림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지만, 한국은 군 면제 혜택 때문에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U-23 대표팀 감독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각각 다른 팀으로 준비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심지어 올림픽에서 3위 입상보다 아시안게임 우승이 더 현실적인 목표이기에, 유럽파 선수 차출 역시 아시안게임에 더 유리하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따라서 현행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황선홍 감독의 발언처럼 올림픽 대표팀 감독에게 4년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참사로 황선홍이 감독으로서의 커리어를 다시 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그렇다면 완전히 끝나기 전에 한 국가의 대표팀 감독으로서 진짜 따끔한 쓴소리를 축협에 했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고작 임기 2, 4년 문제가 아니라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했다.

일례로 인터뷰에서 그는 겸직에 대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겸직은 큰 영향이었다. 황선홍호는 출범 초기부터 조직력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조직력을 키워야 하는 중요한 시점인 3월에 황선홍 감독에게 A대표팀 임시 감독직을 겸직하게 하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황선홍 감독 역시 이를 받아들이며 U-23 대표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렸다.

결국, 3A매치 기간에 유럽파 선수들을 소집하여 치른 경기에서는 그럭저럭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지만, 유럽파 선수들이 빠진 U-23 아시안컵에서는 조직력 부족이라는 문제점이 다시 드러났다. 결국 황선홍 감독은 유럽파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축구를 벗어나지 못했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실패하며 올림픽 진출 좌절이라는 참사를 초래했다.


자국 몰락시킨 신태용, 축협 떠난 감독들은 승승장구, 이 정도면 역수입해야?


이번 대참사의 원인에 황선홍 감독도 큰 영향을 미쳤지만, 역시 문제의 원흉은 축협, 그리고 정몽규 회장이다. 본인들의 아집으로 선임한 클린스만의 경질로 공석이 된 국가대표팀을 황선홍이라는 소방수를 고용해 대충 무마시켰다. 그리고 이번에도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역사에 기록될 사건을 또다시 황선홍을 내세워 방패로 쓰고 본인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 역사적 참극을 연출한 기획사는 책임을 지겠다는 말 한마디 없다.

김판곤 전 위원장을 비롯해 협회 내에서 개혁을 추진하던 인사들이 적폐 세력에 의해 축출되면서 한국 축구는 개혁의 동력을 잃었다. 이후 김판곤은 말레이시아 감독으로서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 예선에서 클린스만호와 격돌, 3-3으로 비기는 기염을 토함으로써 실력을 입증했다.

실력을 검증하며 자국의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을 막았고, 1956 멜버른 올림픽 축구 본선을 마지막으로 60년이 넘게 올림픽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던 인도네시아에 최초로 자력 진출의 기회를 따낸 역사를 쓴 신태용 감독. 그러나 그와 같은 우수한 지도자 자원들은 한국 내에서는 소방수 역할만 맡긴 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장기적인 비전 없이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려는 근시안적인 행태가 반복되었다.

지난 3월 열린 북중미 월드컵 지역 예선 태국과의 2연전도 베트남 매직을 일으켰던 박항서를 선임할 기회는 충분했다. 그러나 박항서는 축협 친화적인 인사가 아니었고, 막판에 박항서가 임시감독 자리를 맡을 의지를 보였음에도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박항서는 태국을 가장 많이 상대해 본 감독이었고 무리하게 황선홍에게 겸직시키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었다. 결국, 태국과의 2연전도 홈 경기에서 졸전을 펼치고 비기는 바람에 호주와 아슬아슬하게 유리한 포트 경쟁을 이어가는 중이다.

국내에서 설 자리가 없어 해외로 눈 돌린 실력자들이 번번이 자국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 이 정도면 한국에 쓸만한 감독이 없어 이 모양이라는 근거 없는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다. 국내 지도자들도 충분히 매력 있고 실력 있는 감독이 많다. 단지, 축협이 국내를 휘어잡고 있고, 이 체제에서는 그들이 설 자리도, 실력 발휘할 환경도 안 되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해외로 수출된 자국 감독들을 역수입해야 할 판국이다.


클린스만은 엿 사례라도 받았는데분노조차 사그라든 팬들, 정치인들만 기웃기웃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충격적인 결과와 함께 귀국한 황선홍호. 과거 대표팀의 부진한 성적에 인천국제공항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했다. 축구팬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가족을 마중 나온 사람들만이 공항을 채우고 있었다.

취재진의 플래시 세례 속에 인터뷰를 마친 황선홍 감독에게 사인을 요청한 팬은 단 1~2명에 불과했다. 이는 올림픽 진출 실패에 대한 팬들의 실망감과 황선홍호에 대한 싸늘한 여론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임과 동시에 팬들의 무관심과 실망감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과거에는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들어오는 대표팀에게 종종 엿 세례를 던지는 일이 많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 당시 대표팀은 귀국 현장에서 팬들의 엿 세례를 받으며 비난을 받았고, 지난 2월 아시안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역시 귀국 당시 일부 팬들의 분노와 엿 세례에 직면해야 했다. 엿 세례도 관심이 있어야 한다.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 참극을 빚어낸 황선홍호는 엿 세례조차 받지 못할 만큼 관심에서 멀어졌다. 오히려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몇몇 유명인들의 발언만 난무했다.


노이즈마케팅, 이제 소재 거리도 없다. 북중미 월드컵, 어떤 참신한 방법으로 마무리될까?


그동안 국민들은 축협의 만행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져줬다. 한국 축구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목을 끄는 것이 아니라, 축협이 어디까지 막장을 달리는지 보고 싶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커 보였다. 일례로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지역 예선 태국과의 1차전은 티켓이 매진됐다.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진짜 이기기를 희망해서 온 관객이 많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카타르 아시안컵 직후 일명 탁구 게이트로 손흥민과 이강인의 불화가 세상에 알려졌고, 수많은 잡음이 있었다. 이날은 그 이후 열리는 첫 번째 경기였고 두 선수의 모습에 팬들은 집중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축협과 클린스만이 기획한 노이즈마케팅이 대성공한 것이다. 이 맛을 봤는지 축협은 이후에도 계속 참신하게 망가지려고 노력하는 듯하다. 그러나 올림픽 진출이 좌절되면서 파리올림픽 구기 종목은 전멸했다. 방송 3사는 벌써 걱정이다. 시청률이 안 나올 상황이 뻔하다. 그리고 이제는 엿 세례도 없어졌을 만큼 팬들은 지쳤다. 이제 한국 축구에 마지막 남은 희망은 북중미 월드컵 하나 남았다. 아직 감독이 공석이다. 노이즈마케팅도 한두 번 써먹어야 참신하다. 축협이 북중미 월드컵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망칠지를 기대를 해보려고 해도 뻔한 스토리라면 이제는 축구를 사랑하는 우리 국민도 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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