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도입 후 끊임없는 잡음, 오심 심판진의 속내는?
![이민호 심판 조장 아래 4명의 심판진이 담합까지 하면서 본인들의 실수를 감추고 ABS의 판단을 따돌린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는 단순한 규칙의 집합체가 아닌, 인간의 신체적 능력과 정신력, 그리고 예술성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예술이야말로 인간의 주관성이 극대화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포츠는 부분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신체적으로 표현한다. 도전, 흥분, 열광, 분노, 좌절이 교차하는 필드 위에서 인간 심판은...[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404/327965_332491_507.jpg)
[뉴스워커_더 자세한 스포츠] 올해부터 KBO 리그에 세계 최초로 도입된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에 대해 논란과 사건·사고가 다양한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2024년 4월 14일,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이 14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 전,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터뜨렸다. 김 감독은 지난 13일 키움전에서 ABS 판정에 불복하고 심판에게 항의했던 사건에 다시 한번 언급하며 "현장에서는 ABS 판정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ABS가 어떤 기준으로 작동하는지 믿을 수 없다’며 ABS 시스템 자체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도 모르는 줄 알았는데… 딱 걸린 오심 담합
지난 4월 14일, KBO 리그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 심판들의 오판과 은폐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일고 있다. 3회 말 NC 타자 이재현 타석에서 ABS는 투구를 스트라이크로 판정했으나, 주심은 볼로 판정했다. 이후 심판진은 이재현 선수가 스트라이크 아웃되었음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KBO는 각 구단에 ABS 판정을 확인할 수 있는 태블릿을 지급했으나, 스트라이크·볼 판정 확인 시 시간 차이가 발생한다. NC는 이재학 선수가 공 3개를 더 던진 후 2구째 공 판정과 관련해 심판진에게 항의했다. 15초 이후에나 전달되기 때문에 항의 시기를 놓친 것이다.
문승훈 구심과 이민호 심판 조장 등 심판 4명은 NC의 항의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해 논의했다. 이후 이민호 심판 조장은 "김지찬 선수가 도루할 때 투구한 공(이재학의 2구째)이 심판에게는 음성으로 볼로 전달됐으나, ABS 모니터 확인 결과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다. NC에서 어필했지만, 규정상 다음 투구가 시작하기 전에 항의해야 한다. 어필 시효가 지나 원심(볼)대로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여기까진 괜찮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심판진이 판정을 내리기 전 나눈 대화가 중계 방송사 화면에 공개되며 붉어졌다. 4심 합의 과정 중 이민호 심판 조장이 문승훈 구심에게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우리가 빠져나갈 건 그것밖에 없는 거예요"라고 한 말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해당 대화는 구심이 ABS 콜을 잘못 들어서 나온 오심을 ABS 오류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담긴 듯한 발언으로 해석되며 논란이 증폭되었다. 만약 이 의도가 사실이라면 심판진이 자신들의 실수를 덮기 위해 멀쩡한 ABS를 제물로 삼은 셈이다.
‘KBO 심판상’까지 받았던 28년 차 베테랑 심판 조장이 오심과 관련해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덮으려 한 것에 대해 KBO는 15일 "오늘 허구연 총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심판 3명을 오늘부터 직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며 "이들은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한다"고 밝혔다.
경기장 위의 신의 권능, 기술변화로 사라져간 직업/직무들… 심판 무용론도 솔솔
골프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스포츠에는 심판이 존재한다. 피겨스케이팅에도 ‘심사위원’이라는 이름으로 심판이 존재한다. 심판은 경기 규칙을 해석하고 적용하며, 선수들의 행동을 판단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경기장 위의 신'과 같은 존재이다. 그들의 판단은 경기의 결과를 결정짓기 때문에 선수 개인이든 팀 단위이든 심판의 판정에 거스르는 것은 그동안 용납되지 않았다. 특히 미국에서 럭비는 심판의 권위가 매우 강한데, 심판과의 대화는 각 팀 주장만 가능하며 언제나 sir이라는 존칭어를 붙인다. 축구 또한 주장이 아니고서는 심판 판정에 항의하지 못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주장이 아닌 선수가 강하게 항의할 경우, 심판은 해당 선수에게 카드를 꺼낼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은 자꾸 바뀐다. 경기장에선 신과 다름없던 심판도 디지털과 인공지능의 발전 앞에 위기를 맞고 있다. 심판 고유의 권한이었던 투구판정이 이제 ABS로 대체되어 가니 말이다. 야구뿐만이 아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비디오 판정으로 심판의 판정이 뒤집히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축구의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로 예전이었으면 항의조차 못하고 넘어갔을 오심이 이제는 많이 줄어들었다.
어디 스포츠뿐만이던가? 기술의 발전으로 버스 문을 여닫아주던 안내양이 사라지고 컴퓨터의 발전으로 타자수가 사라졌다. 굳이 먼 과거로 갈 필요 없이 2016년, 기계가 영원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바둑에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게 졌다. 그리고 이쯤부터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의제들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제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 고유의 영역인 ‘판단력’과 ‘창의력’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 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향후 축소될 직업군에 회계사와 법률 전문가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일부 사법부를 불신하는 사람들은 ‘AI 재판관이 개발되면 더 공정한 판결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아가 언제나 100% 옳은 판단을 내려주는 AI 심판이 상용화되면 더이상 오심 가능성이 있는 인간 심판이 필요 없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스포츠는 ‘예술’이라는 신념, 오심을 인정할 수 없는 완벽주의, 터미네이터의 공포
그런데도 이민호 심판 조장 아래 4명의 심판진이 담합까지 하면서 본인들의 실수를 감추고 ABS의 판단을 따돌린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는 단순한 규칙의 집합체가 아닌, 인간의 신체적 능력과 정신력, 그리고 예술성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예술이야말로 인간의 주관성이 극대화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포츠는 부분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신체적으로 표현한다. 도전, 흥분, 열광, 분노, 좌절이 교차하는 필드 위에서 인간 심판은 오랜 경험과 직관을 바탕으로 경기의 흐름과 선수들의 움직임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인간적인’ 판정을 내려왔다. 그리고 그것은 이성적으로는 옳지 못한 판단임에도 때때로 많은 사람에게 감정적으로 공감을 받아왔다. 얄미운 선수에게 반칙을 불어주는 심판이 더 멋있어 보이는 것이다. 반면 AI 판독은 정해진 알고리즘과 데이터에 의존하여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판단을 내린다. 이러한 차이는 스포츠에 담겨 있는 감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AI 판독에 대한 심판들의 거부감을 유발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어떤 것을 판단하는 일에 대한 경험치가 누적될수록 정확해지지만, 경험에서 벗어난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좋은 말로는 경험치라고 하고 나쁜 의미로는 ‘편견’, 혹은 ‘아집’이라고 한다. 심판들은 인간의 인지능력의 한계로 인한 자신의 판단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한다. 특히 오랜 경력과 권위를 가진 베테랑 심판일수록 자신의 판단에 대한 확신이 강하며, AI 판독 결과가 자신의 판단과 다를 경우 이를 오류로 치부할 수 있다. 이는 AI 기술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함께, 자신의 권위와 전문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하여 발생하는 심리적 저항으로 해석될 수 있다.
1984년 상영된 영화 ‘터미네이터’는 이제 너무 고전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우습게도 이 영화가 4차 산업혁명에 진입한 지금 와서 더 의미 있어 보인다. 이 영화가 나올 때까지 기계가 인류문명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내용은 그저 ‘상상’이자 먼 미래에 있을 ‘가능성’일 뿐이었다. 그러나 24년 현재, 인류는 인공지능에 대한 위협을 처음으로 현실에서 느끼고 있다. 그 첫 번째 위협이 바로 ‘일자리 감소’다. 사실 산업화 이후 인간은 끊임없이 기계에게 일자리를 내주었지만, 그 반대급부로 고급 지식, 통찰력, 판단력은 고유의 영역으로 인식했다. 그리고 이제 그 영역을 인공지능이 침범하고 있다. 언젠가는 윤리와 도덕마저 기계의 판단에 맡길 날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로 인한 부작용을 막으려 유럽연합은 ‘인공지능 규제법’을 만들었다.
자기 능력을 침범하는 인공지능은 경쟁자로서의 공포가 그것이 주는 이득보다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그것마저 빼앗겼을 때 오는 본인의 존재 자체에 대한 공허함을 견디기가 힘들다. 사람들은 누구나 ‘의미 있는 무엇’이고 싶다. 이것은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 본능이다. KBO 심판들이 오심을 인정하기 싫었던 것은 ‘철학적’ 영역일 수 있다.
스포츠 본질에 대한 고뇌, 심판도 필드에서 함께 뛰는 구성원임을 인정하는 자세 필요
이쯤 되면 스포츠가 인간에게 주는 의미를 본질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기계로도 가능한 것이라면 사람들이 스포츠를 하는 의미가 없지 않은가? 인공지능 로봇끼리 축구를 한다고 해서 그것의 승패가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가?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은 완벽하지 않은 인간들이 한계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온다. 심판 역시 그러한 인간 중 하나이며, 실수와 오심 또한 스포츠의 일부라고 보는 해석도 많다. 왜냐하면, 그 오심을 인정하고 심판의 실수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본질이기 때문이다.
심판은 유일하게 경기의 당사자가 아니면서도 필드 위에서 정해진 시간 내내 함께 땀 흘려 뛰고 흐름을 함께하는 구성원이다. 선수들이 느끼는 감정에 공감하고 해당 판결이 양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한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이들이 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선수가 부상을 당했을 때 얼마나 아플지를 느낄 수 있고 심하면 경기를 중단시킬 수 있는 유일한 중재자다.
예를 들어 격투기 스포츠에서는 종종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심한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 상황을 멈추고 더 큰 부상을 막는 일은 오로지 사람 심판만이 할 수 있다. 욕을 하거나, 반칙은 아니지만 비매너 행위를 계속하는 선수에게 경고를 줄 수 있는 것은 사람 심판만이 가능하다. 심판들은 관중들의 분위기를 살피고 적절한 시점에 소통함으로써 경기 분위기를 조성하고 흥행을 이끌 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AI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터졌을 때의 수습은 오로지 사람 심판만이 할 수 있다.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 KBO 오심 사건으로 ‘인간 심판 무용론’을 외치는 의견들이 많다. 물론 그동안 오심에 의해 공정하지 못했던 사례들에 대한 반성도 분명히 필요하다. 심판들 또한 ABS가 자신의 권위를 침범하는 경쟁자가 아닌, 좀 더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도구로 여기면 된다. 기계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맡기고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스포츠 구성원이 가야 할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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