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전에서 선수 퇴장당한 일본, 우리는 부상을 더 조심해야…
![현재 B조에서 한국과 일본은 1승씩 각각 1, 2위로 일단은 한고비는 넘긴 듯하다. 그러나 다음은 조별예선의 최대 고비인 중국전이 기다리고 있다. ‘소림 축구’로 유명한 중국의 거칠고 폭력적인 더티플레이 때문이다. 경기가 좀 안 풀린다 싶으면 고의성 태클부터 들어오고 안 보이는 곳에서 손과 발이 날아온다. 잘못 맞으면 죽기 딱 좋다. ‘축구가 아니라 무술’이라는 농담도...[본문 중에서]](https://cdn.newsworker.co.kr/news/photo/202404/328256_332920_927.jpg)
[더 자세한 스포츠] 파리올림픽을 향한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죽음의 B조 조별예선 첫 경기인 아랍에미리트(UAE)와의 1차전이 지난 17일 오전 0시 30분에 시작됐다. U-23 아시안컵을 통해 올림픽 진출권이 결정되기 시작한 이후, 한국, 일본, UAE, 중국 등 축구 강호들이 뭉쳐있는 이번 올림픽 지역 예선은 그야말로 역대 최악의 난이도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중에 특히 한중일 동북아시아 3개국이 국제대회에서 한 조에 모두 모인 사례는 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같은 지역 경기를 빼면 2014 AFC U-19 챔피언십 다음으로 두 번째이다. 그 당시 한국은 중국에 비기고 일본에 지면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로써 이번 파리올림픽은 UAE를 제외하면 한·중·일이 맞붙는 축구 삼국지가 될 모양새이다.
만만치 않은 상대인 UAE를 맞아 1차전에서는 다행히 1-0으로 승리하였다. 한국은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 내내 UAE를 몰아붙였다. 과감한 플레이로 공격의 활로를 찾던 한국은 전반 18분 황재원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온 것을 강상윤이 다시 연결, 안재준이 백힐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으나, 아쉽게도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골이 취소되었다. 이후에도 한국은 계속해서 UAE를 압박했지만,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하며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급해진 선수들은 오버페이스를 감수하며 공격을 시도했지만, 효율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아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득점 없이 비기는 듯했던 후반 94분, 교체 투입된 이태석의 코너킥을 이영준이 정확하게 헤딩으로 연결하며 극적인 결승 골을 터트렸다. 결국, 110여 분간의 혈투 끝에 한국은 1:0 승리를 거두며 진땀승을 거뒀다.
어찌어찌 이기긴 했는데… 영 불안한 한국 축구, 뒷심 받쳐줄 선수진도 부족
경기 내용이야 어쨌든 이기긴 했다. 점유율 70%라는 높은 수치를 달성하고도 그 결과가 골로 이어지지 못했다. 패스의 흐름은 단조로웠다. 창의적인 패스가 나오지 않았다. UAE의 견고한 수비진을 뚫을만한 뚜렷한 전술도 보이지 않았다. 이날 경기는 중원에서 공격이 시원하게 흐르지 않으면서 측면으로 밖에는 공간이 나지 않았고 왼쪽 풀백으로 출전한 조현택은 77분에 이태석과 교체되기 전까지 15개의 크로스를 올렸다. 이날 한국이 이 경기에서 기록한 크로스의 숫자는 43개. 경기 내내 크로스만 올리다가 끝났다는 의미이다. 크로스 또한 효율적이지 못했다. 일단 때려놓고 ‘누군가는 받아먹겠지?’ 하는 일명 ‘뻥축구’를 다시 재현한 것이다. 아시안 게임 이전의 황선홍호, 클린스만호, 황선홍호(A대표팀)에서의 태국과의 1차전까지, 계속해서 세부 공격 전술 부족을 효력 없는 크로스로만 해결하려는 모습이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만 볼 수가 없는 상황이다.
황선홍 감독은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그동안 안 좋은 이미지를 벗겨내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은 했지만, 사실상 이번 파리올림픽이 그에게 있어서는 진짜 시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승까지는 필요 없다. 2020년까지 9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성공한 만큼 이번에도 파리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어야 한다. 아시안 게임의 경우, 한국을 제외한 참가국들은 대체로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지난 아시안 게임에서도 다른 국가들이 U-23 아시안컵 예선보다 무게감이 떨어지는 스쿼드를 구성했지만, 한국은 거의 A대표팀 수준의 정예 멤버를 앞세워 전력 차이를 보이며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당시에는 이강인도 있었으니 말이다. 반면, U-23 아시안컵은 올림픽 진출권이 걸려있는 만큼 대부분의 국가가 사활을 걸고 경쟁하는 대회이다. 따라서 이번 대회의 난이도는 아시안 게임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이 초호화 스쿼드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999~2000년생 세대의 활약이 있었다. A대표팀을 수시로 드나들던 선수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는 이 황금세대는 아시안 게임 금메달 획득에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가 A매치 기간에 진행되는 경기가 아닌 점, 병역문제를 해결하여 뛸 동기가 없는 선수가 있는 점, 소속팀에서 주전을 맡고 있어 차출이 불가능한 선수가 다수인 점 등등이 스쿼드를 구성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특히 해외파인 양현준, 배준호, 정상빈, 김지수 중 정상빈을 제외하면 모두 차출에 실패했다. 이들이 올림픽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기량을 생각하면 매우 뼈아픈 손실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이나 호주가 각각 유럽파 5명, 6명을 차출해 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스쿼드로 찍어 눌러 결승까지 갈 것이 아니라 더욱더 운영과 전술, 조직력에 치중해야 하는 처지로 판단된다.
삼국지 최약체 소림 축구, 사무라이 갈려 나가는 것 보니, 가장 명심해야 할 것은 생존, 생존…
현재 B조에서 한국과 일본은 1승씩 각각 1, 2위로 일단은 한고비는 넘긴 듯하다. 그러나 다음은 조별예선의 최대 고비인 중국전이 기다리고 있다. ‘소림 축구’로 유명한 중국의 거칠고 폭력적인 더티플레이 때문이다. 경기가 좀 안 풀린다 싶으면 고의성 태클부터 들어오고 안 보이는 곳에서 손과 발이 날아온다. 잘못 맞으면 죽기 딱 좋다. ‘축구가 아니라 무술’이라는 농담도 있다. 따라서 오는 19일 열리는 중국전에서 생존할 수 있느냐가 향후 일본과의 마지막 예선전을 치를 때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앞선 16일, 열린 중국과의 조별리그 B조 첫 경기에서 1-0 승리했지만, 마냥 웃긴 힘든 하루였다. 바로 일본 수비수 니시오 류야가 퇴장당하면서 조별리그 잔여 경기 출전이 힘들어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자 페이판이 걸어온 거친 신경전과 몸싸움에 감정이 상했던 니시오가 왼쪽 팔로 자 페이판의 목을 가격, VAR 판독 끝에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일본은 10명이 뛰었지만, 중국의 수적 우위를 잘 막아내며 이날 1-0으로 승리했다. 이날 퇴장이 ‘폭력 행위’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규정상 최소 3경기 또는 2개월의 징계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니시오는 남은 경기에서 출전이 불투명해졌다.
봐도 봐도 화려한 소림 축구의 역사, 감독인 황선홍도 소림킥 맞아봐, 이을용의 ‘을룡타’
이것에 누구보다 뼈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 황선홍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열린 중국과의 친선경기에서 황선홍은 골키퍼에게 살인적인 태클을 당해 무릎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사건은 한국 축구 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황선홍은 일단 엔트리에 포함되어 프랑스로 향했고 단 한 경기라도 뛰어보고자 진통제를 수차례나 맞았지만, 결국 출전하지 못했다. 이 사건 이후로 한국은 소림 축구에 대해 노이로제가 걸렸을 정도이다.
맞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동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는 이을용 선수가 중국 선수의 거친 플레이에 맞서 '을용타'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경기에서 리드하고 있던 한국이 소극적인 플레이로 나서자 중국이 소림 축구로 나왔다. 중국의 리이와 몸싸움을 벌이는 도중 이을용의 오른 발목을 걷어차고 이에 분노한 이을용이 돌아서서 리이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가격했다. 이을용은 과거 발목 부상으로 고생한 전적이 있어서 더욱 민감했다. 이후 이을용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했다.
2008년에는 중국 슈퍼리그 경기 도중 한 선수가 상대 선수의 발에 눈을 맞아 실명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고, 같은 해 동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는 한국, 일본, 북한과의 경기에서 잇따른 더티플레이로 거액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황선홍은 이후 감독이 된 후, 소림 축구에 또 한 번 당하게 되는데, 2023년에는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열린 중국과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엄원상, 조영욱, 고영준 선수가 줄줄이 부상을 당하는 악재를 겪었다.
소림 축구 해? 그러면 우리도 태권 축구 할까? 자멸의 길, 전략과 전술, 빠른 리드로 승부 봐야…
이번 조별예선이 괜히 삼국지가 아니다. 한·중·일 삼국은 아시아에서 나름 어깨 좀 펴고 다니는 국가들이다. 누구 하나 잘나지 못하면 삼국지가 아니다. 중국에 ‘소림 축구’, ‘쿵후 축구’, 일본에 ‘사무라이 축구’, ‘가라테 축구’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태권 축구’가 있다. 히딩크 이후 외인 감독이 들어오면서 현대적인 축구로 발전하려는 노력에서 많이 희석되었을 뿐이지, 한국도 거칠고 몸싸움이 심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플레이가 거칠다는 것은 그만큼 세련된 전술과 개인 능력으로 플레이하는 기량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옛날에 비하면 많이 약해졌지만, 요즘도 가끔 태권 축구가 나온다. 2018 러시아 월드컵 1차전 성적이 안 좋았던 한국이 2차전인 멕시코전에서도 끌려가자 다급함에 몸싸움이 거칠어졌고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옐로카드가 4장이나 나오기도 했다.
한국이 ‘태권 축구’로 불린 유래가 되는 사건이 있었으니 그 주인공이 허정무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발생한 허정무 선수와 디에고 마라도나의 충돌 사건이 그것이다. 당시 경기에서 허정무 선수가 마라도나의 허벅지를 걷어찬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마라도나는 한국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를 강하게 비판하며, 특히 "17번 선수(허정무)의 플레이가 심했다"라고 지적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다행히 허정무가 의도한 것이 아니었고 퇴장은 면할 수 있었다.
훗날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감독으로 한국과 맞붙게 된 마라도나는 경기 전 인터뷰에서 "허정무 감독을 기억하고 있다. 한국은 태권도를 하는 팀이다"라며 과거의 악연을 상기시키는 발언을 했다. 이에 허정무 감독은 "태권도를 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심판이 퇴장을 줬을 것이다"라고 재치 있게 응수하며 맞받아쳤다.
만약 19일 경기에서 중국의 더티플레이로 인한 막장 경기가 진행되고 거기에 한국이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해 선수들이 줄부상당하거나 감정을 억제 못 하고 똑같이 ‘태권 축구’로 맞받아치다가 일본처럼 퇴장이라도 당하는 상황이 오면 감당하기 힘들다. 해외 핵심 전력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 주력선수 하나라도 부상이나 퇴장으로 인해 중국전도 망치고 일본전까지 영향을 준다면 파리올림픽 진출은 곧장 끝이다. 본선에 올라가도 8강에서 개최국인 카타르나 호주를 만나야 하는 일정을 피할 수 없다. 제일 약한 소림 축구가 사실상 가장 까다로운 상대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부족한 전술과 전략을 보강하고, 단조로운 공격 패턴을 다양화하는 훈련, 제일 중요한 것은 빠른 선취골을 통해 미리 승리를 보장해 놓고 공간을 넓게 쓰면서 빠른 패스를 통해 소림 축구가 반칙하기도 전에 달아나는 수를 써야 한다. 한국 축구의 목표는 중국에 자존심 세우고 조별예선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다. 그 뒤에 열릴 영원한 라이벌 한일전이 기다리고 있고 우리는 올림픽에 진출하는 것이 최종 목표임을 잊지 말자.. 태권축구는 감추어 두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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