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대참사 가능성, 개최국 카타르 피해야 하지만 조 1위가 최선인지는 단정 짓기 힘들어…
[더 자세한 스포츠 분석]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축구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AFC U-23 아시안컵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0일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의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하며 B조 2위로 올라온 일본과 함께 조 1위로 8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이날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두 사람을 꼽자면 김정훈(전북 현대)과 이영준(김천 상무)이었다. 먼저 김정훈은 대회 내내 신들린 선방을 보이며 중국의 초반 거센 공격을 막아내었다. 선방이 없었다면 위험한 실점 위기가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의 골은 모두 이영준의 발끝에서 나왔다. 전반 34분, 오른쪽 스로인 상황에서 강상윤의 패스를 받은 이영준은 수비라인을 허물며 전방으로 침투,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영준의 득점을 기점으로 한국은 공격에 활기를 보이기 시작했고, 후반 24분 이영준은 이태석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으로 멀티 골을 완성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로써 이영준은 이번 대회 개인 최다 득점자로서 2경기 3유효슛 3골, 헤더, 오른발 슛, 왼발 슛, 골 결정력 100%라는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에이스의 면모를 제대로 뽐냈다.
2-0 스코어만 보면 완승인 줄… ‘경기 내용 형편없었다’라는 의견 다수
UAE전에서 보여준 답답한 경기력은 중국전도 다르지 않았다. 중국은 ‘죽음의 조’인 B조에서 객관적 전력이 가장 떨어지는 팀이었다. 지표대로라면 경기 내용과 결과 모두 ‘완승’이었어야 하지만 한국은 중국을 상대로 매우 불안한 흐름을 경기 내내 보였다. 이번 대회만 놓고 보면 최악의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경기에서 중국 축구의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는 것을 체감한 것은 중국에 총 4개의 유효 슈팅을 허용하며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반 초반, 후반 초반 등 아직 체력적으로 여유가 있는 시기일 때, 중국은 한국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전반 15분에는 수비 실수로 상대 공격수와 골키퍼 김정훈의 1대1 상황을 허용했지만, 김정훈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다. 이후에도 전반 20분과 25분에도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김정훈 골키퍼가 슈팅을 막아내며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후반에도 한국의 수비 불안은 계속되었다. 후반 23분 수비에서 패스 실수가 나오며 또다시 실점 위기를 맞았지만, 김정훈의 활약으로 무실점을 유지했다. 중국의 골 결정력이 조금만 더 좋았더라면 한국은 실점을 허용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도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과 중국의 슈팅/유효슈팅은 각각 7/4, 9/3으로 중국의 유효 슈팅이 1개 더 많다. 저 유효 슈팅 중 적어도 2개 이상은 김정훈의 선방이 아니었으면 들어갔을 골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경기를 과연 ‘완승’했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소림 축구’에서 생존은 했지만, 수비 타격은 심각. 이대로는 한일전 대참사 가능성도…
중국전에서 이긴 것을 떠나서 일단 다행인 점은 ‘소림 축구’에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중국은 승리가 좌절된 69분 이후부터 급격하게 폭력적으로 변했다. ‘소림 축구’를 시전한 것이다. 분 단위가 멀다 하고 휘슬 소리가 들렸고, 중국 선수의 깊은 태클도 번번이 들어왔다. 안 보이는 곳에서 대놓고 팔꿈치로 가격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태클은 가볍게 점프하면서 피했고 다행히도 큰 부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의외로 후반 시작 후 얼마 안 된 49분에 센터백 서명관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태석과 교체됐다. 그리고 왼쪽 풀백 조현택을 센터백으로 기용했다. 서명관의 부상이 어느 정도인지, 한일전에 출전 가능한지 모르는 상황이고 이태석의 원래 포지션이 왼쪽 풀백임을 고려하면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다.
또한, 후반 추가시간인 95분, 센터백 변준수가 이른바 ‘카드 세탁’를 의도해 경고받았고 이에 한일전에 출전이 불가능하다. ‘카드 세탁’이란, 고의로 경고 두 장을 누적시켜 다음 경기에 출전 금지당해 카드를 초기화시키는 카드 관리 방법이다. 변준수는 이미 UAE전에서 경고를 한 장 받았고 만약 한일전에서 경고받는다면 경고 누적으로 8강전에 참전이 불가능해진다. 8강전에서 마주하게 될, A조의 개최국 카타르, 호주, 요르단 등이 만만치 않은 상대기 때문에 8강 진출을 확정한 상태에서 한일전은 체력 관리와 로테이션을 위한 준비를 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맞는 선택일지는 의문이다. 이번 대회가 A매치 기간이 아닌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리고 해외파 센터백 김지수의 차출에 실패했어도, 현재 황선홍호에서 전문 센터백을 맡고 있는 선수는 부상으로 교체된 서명관과, 카드 관리하겠다며 고의로 출전 금지된 주장 변준수 둘뿐이다. 만약 서명관의 부상이 회복되지 않아 출전이 불가능하다면 한국은 가뜩이나 불안한 수비진이 완전히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 모리야스 제팬이 오랜 기간 조직력을 다져온 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수비를 온전히 김정훈의 선방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3점 차 이상의 참패가 예상되기도 한다.
단두대 매치 한일전, 패배는 국민정서상 용납 안 돼, 한국은 이미 질 준비 완료?
한국 일본 두 국가 모두 22일 있을 한일전의 결과와 상관없이 8강에 진출한다. 그러나 다른 경기도 아니고 한일전이다.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더비 매치이며, 스포츠계에서는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의 라이벌리로 꼽힌다. 일단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 순위 1, 2위를 다투는 국가이기 때문에 자존심이 걸린 문제가 첫 번째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국가는 중국, 몽골, 대만, 북한 등이 있지만, 국가 위상과 국민감정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 및 일본과 직접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뿐이다.
하지만 과거 중국의 스포츠 실력, 특히 축구나 야구 같은 구기 종목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졌던 데다가, 중국은 전통적으로 탁구, 체조, 역도 등 개인 스포츠에서 강세를 보였기 때문에 한중전이 한일전만큼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지 못했다. 축구에서도 중국은 한국을 만나면 번번이 무승부나 패배를 기록하는 '공한증'에 시달렸다. 만약 중국이 과거에 스포츠, 특히 팀 스포츠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면 한중전이나 중일전이 한일전만큼의 라이벌 구도로 성장했을 가능성도 있다.
원교근공(遠交近攻)이라고 했다. 이웃 나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며, 한일 관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식민 지배의 아픈 역사와 과거사 문제, 독도 영유권 분쟁 등 양국 간에는 해결해야 할 갈등 요소가 많다. 이러한 역사적, 정치적 문제는 양국 국민들에게 민감한 사안이며, 자칫하면 감정적인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복잡한 감정이 직간접적으로 표출되는 것이 바로 한일전이다.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 역사적 갈등과 국민감정이 얽힌 특별한 라이벌전으로 자리 잡았다.
역사상 최초의 한일전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성사되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출정식에서 "일본에게 패하면 고국으로 돌아오지 말고 대한해협에 뛰어들어라"라고 말할 정도로 한일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부담감은 엄청났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1차전 5-1 대승, 2차전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이는 아시아 독립 국가 최초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기도 했다. 해방 이후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기에, 일본을 상대로 거둔 승리는 국민들에게 더욱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35년간의 식민 지배라는 아픈 역사를 극복하고 민족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환호는 더욱 컸다.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지며 한일전은 양국의 경제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는 경기였으며 한일전에서 진다는 것은 국민정서상 용납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담을 잘 알고 있는 선수들, 특히 변준수가 수비진의 공백으로 대참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8강을 위해 한일전을 ‘로테이션’ 돌리는 선택을 했다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지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이기기에는 실력 부족과 에너지 손실이… 난관에 봉착한 황선홍호
한일전의 대참사가 한국팀, 특히 감독인 황선홍에게 주는 정치적 부담은 명확하다. 이번 한일전에 패하게 된다면, 여론의 분노는 감독인 황선홍에게 향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UAE전과 중국전에서 보여준 경기 내용은 준비된 전술로 이겼다기보다는 각 선수의 기량으로 뚫어낸 흔적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감독의 능력에 대한 비판이 많다. 물론 황선홍이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A대표팀을 임시로 지휘하면서 태국전을 생각보다 안전하게 치르고 내려왔다는 점에서 플러스 요인이 있는 것을 감안해도 현재 황선홍호는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
만약 단순히 지고 끝나는 경기가 아닌, 3점 차 이상의 참패를 하게 될 경우, 황선홍 또한 클린스만과 같은 경질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 클린스만의 선임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과 같이 황선홍도 본인 잘못은 아니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 때와는 다르게 축구협회의 공식 프로세스를 무시하고 정몽규 회장의 독단으로 감독직에 올랐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22년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일본에 0-3으로 대패하고 그가 겪었던 시련과 이후 항저우 아시안 게임 결승에서 2-1로 설욕하며 한일전 복수를 제대로 한 그이기에 이번 한일전 패배를 ‘과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축협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이 좋지 못한데, 한일전마저 참패하면 황선홍과 축협 모두 패배의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고 이는 후일 있을 올림픽 본선에서도 좋지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부담에도 한일전 승리에 모든 에너지를 쏟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명예를 생각하면 이겨야 하는 경기는 맞는데, 한국의 목표가 8강 진출이 아니라 이 대회 1위 혹은 적어도 3위 안에 들어서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일전에서 패해 한국이 B조 2위로 8강에 진출한다면 무조건 개최국인 카타르랑 맞붙어야 한다. 카타르의 최근 눈에 띄는 기세와 개최국 홈팀의 이점을 생각하면 일단 피하고 보는 것이 좋은 팀이다. 만약 한일전을 ‘로테이션’ 경기로 생각했다면, 황선홍호는 카타르와의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미 8강이 확정된 상태에서 한일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명예를 챙기고 카타르를 피한다고 해서 앞날이 꼭 밝지만도 않다. B조 1위는 A조 2위와 맞붙게 되는데, 카타르를 제외한 A조의 호주, 요르단, 인도네시아가 확정되지 않아 현재 격돌 중이다. 호주의 졸전으로 2위 및 8강 진출이 불확실하지만, 여러 경우의 수로 만약 2위로 올라온다면 한국은 만만찮은 우승 후보를 8강에서 상대해야 한다. 요르단 또한 번번이 한국의 발목을 잡은 팀이다.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성인) 4강에서 한국은 요르단에 참패한 전적이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가 최약체로 꼽히지만, 최근 경기에서 호주를 1-0으로 잡는 대이변을 일으키고 경기력도 나쁘지 않아 방심할 수 없다. 한일전에 모든 힘을 쏟고 올라온 8강에서 누가 되든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결국, 한일전을 지면 정치적 부담과 개최국 카타르를 상대해야 하는 점에서, 이긴다고 해도 에너지 손실이 막심하고 아직 A조 2위가 누가 될지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이 현재 황선홍호가 가지고 있는 딜레마다. 변준수의 카드 세탁이 올림픽 진출을 위한 큰 그림일지 패배를 감추는 변명일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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