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K리그 서포터즈, 명암 분명, 고인물만 남은 게임, 라이트 유저는 멀어져…

K리그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반 팬들이 경기장을 찾고, K리그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 2020년대에 와서 폭발적으로 K리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그 기반은 취약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포터즈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 일반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응원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팬들에게 긍정적이고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 유럽문화의 모든 것이 선진적인 것은 아니다...[본문 중에서]
K리그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반 팬들이 경기장을 찾고, K리그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 2020년대에 와서 폭발적으로 K리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그 기반은 취약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포터즈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 일반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응원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팬들에게 긍정적이고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 유럽문화의 모든 것이 선진적인 것은 아니다...[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더 자세한 스포츠] 2024511,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이날의 경기장은 챔피언십보다 더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였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펼쳐진 경인 더비는 FC 서울의 2-1 승리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경기 결과보다 더 큰 충격을 안겨준 것은 경기 종료 직후 발생한 '물병 투척 사건'이었다. 서울의 골키퍼 백종범이 인천 서포터즈석을 향해 포효하자, 분노한 인천 팬들은 빗발치는 물병 세례를 퍼부었고, 이 과정에서 서울의 기성용 선수가 낭심을 맞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경기 종료 직후 백종범의 도발에 대한 분노가 물병 투척으로 이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일각에서는 '선 넘은 팬심'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폭력 행위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 사건은 K리그 역사상 유례없는 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1983K리그 출범 이후, 종종 팬들 간의 갈등이 있었지만, 선수가 부상까지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상 초유의 사태이다. 단순한 흥분을 넘어 폭력으로 이어졌고, 그라운드를 벗어나 사회적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일부 팬들은 이 사건을 두고 "서포터즈가 너무 과하다" "일반 팬들에게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포터즈와는 무관한 어린이와 가족 팬들에게 이번 사건은 평화로운 주말을 깨버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두고 K리그 팬덤 내부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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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열기의 주역, 멱살 잡고 K리그 흥행에 기여한 12번째 선수


서포터즈는 K리그의 열기를 이끌어 온 주역이다. 팀의 승리를 위해 목숨 바쳐 응원하고,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존재다. 그들의 열정은 경기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고,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서포터즈의 응원은 단순히 소리치고 깃발을 흔드는 것을 넘어, 팀의 정체성과 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 축구의 본고장이 아니다. 유럽처럼 자연스럽게 프로축구가 정착한 것이 아니라 국대 축구가 우선이었다. 상대적으로 기반이 약했던 K리그 초창기, 서포터즈는 프로축구 문화 정착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썰렁한 경기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며, 팬들에게 소속감을 제공했다. 초기에는 응원 문화가 형성되지 않아 관중들이 조용히 경기를 관람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서포터즈의 등장으로 경기장의 분위기가 급격히 변화했다. 그들은 각 팀의 응원가를 만들고, 경기를 하나의 축제처럼 즐기는 문화를 확산시켰다.

특히 서포터즈는 K리그의 응원 문화를 선도해 왔다. 유럽 축구의 열정적인 응원을 본받아, 팀 컬러에 맞는 깃발과 옷을 착용하고, 응원가를 부르며, 경기 내내 끊임없이 선수들을 격려한다. 이러한 활동들은 팬들에게 소속감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고, K리그에 대한 애정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이들의 존재가 커질수록 미디어와 대중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는 스폰서십과 같은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한, 이들의 활동은 지역 사회와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각 팀의 서포터즈는 지역 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지역 행사를 지원하거나 사회 공헌 활동에 참여한다. 팀과 지역 사회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K리그에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K리그의 안정적인 관중 층 확보에 큰 도움이 되었고, K리그, 나아가 한국 축구에 장기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변질된 사랑의 불편한 진실, 열정에서 폭력으로, 소속감에서 배타성으로


하지만 서포터즈 문화는 장밋빛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과도한 열정은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소속감은 때로는 배타성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면모는 K리그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으며, 리그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K리그 흥행에 기여하면서 역설적으로는 장기적인 리스크를 머금은 즉, 계륵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번 초유의 사건이 서포터즈의 폭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선수를 향한 물병 투척은 명백한 폭력 행위였다. 관심과 열정이란 이름으로 포장된경기 중에 발생하는 폭력 사태는 단순히 경기를 망치는 것뿐만 아니다. 축구 팬들 사이에 불필요한 적대감을 조성하고, 리그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언제든 경찰이 출동해야 하는 구장에 가족과 연인을 데리고 갈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느 하나의 미쳐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감정, 일부 서포터즈는 그러한 자신들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 팬보다 자신이 더 잘 알고 더 기여해왔다는 부심’, ‘4년마다 한 번 뛰는 심장이 어찌 매주 뛰는 심장을 이길까?’라며 선민의식을 가지는 경우도 많다. 그 열정을 따라갈 수 없는 일반 팬들은 서포터즈의 과도한 열정과 배타성에 겁을 먹고, 경기장 방문을 꺼리게 된다. 결국, 새로운 팬들의 유입을 막고, 리그의 팬층을 좁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고 이는 장기적으로 K리그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포터즈 내부의 소모임 간 갈등도 K리그 발전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서포터즈 내부 권력 다툼과 소모적인 갈등은 팀의 응원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행태로 이어진다. 취미는 돈을 받고 하는 활동이 아니다. 그 안에서 누가 더 뛰어난 서포터즈인지를 증명하는 길은 오로지 자신의 뜨거운 열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더 많은 열정과 용기와 기행을 감내할 수 있는 자가 그룹을 지배한다. 이는 곧 정치적인 갈등을 유발한다. 내분은 팀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팬덤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소모임 간의 갈등은 응원 활동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며, 때로는 경기 중 응원 단합이 깨져 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게임 내 고인물의 뉴비 학살, 신규 유저 유입 차단, 결국 자기들만 남거나 셔터 내리게 될 것


서포터즈의 성역화는 K리그 팬덤의 고착화를 가져온다. 마치 올드 게임의 고인물처럼, 극성 서포터즈는 자신들의 방식에 갇혀 새로운 팬들의 유입을 막는다. 일반 팬들은 그들의 열정에 압도되고, 그들만의 언어와 문화에 낯설어하며 경기장에서 멀어지게 된다.

고인물이 지배하는 올드 게임의 운명을 보면, 앞길이 보인다. 게임에서 고인물은 오랜 시간 매달려 숙련된 기술과 지식을 쌓은 유저를 의미한다. 이들의 존재는 게임이 성숙하는 단계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보여주는 열정과 실력은 모든 유저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게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들이 먼저 개척하여 이룩한 모든 것은 뒤따르는 유저들의 가이드가 된다. 가진 것이 많은 고인물은 종종 아이템이나 재산을 기부해 주기도 하고 비법을 전수해 주기도 하며, 유저의 열정이 떨어지지 않도록 격려하는 역할도 한다. 몇 년간 한 우물만 판 고인물들의 지식은 개발사 입장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개발사보다 해당 캐릭터나 게임의 특성을 더 잘 알고 있고, 각종 버그나 개선 사항을 요구하기도 하며, 게임의 발전 방향을 주장하기도 한다. 아무리 게임사가 주인이라고 하여도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는 성숙한 게임으로 나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런칭의 초기에 게임사는 이런 충성 유저들을 확보하고 육성하는 데 목숨을 걸기도 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다. 이들이 지나친 목소리를 내는 게임은 결국 쇠퇴의 길을 걷는다. 시간이 지나 게임 내에서도 빈부격차가 생기게 된다. 새로운 유저에게 텃세를 부리거나, 낡은 방식에 집착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들이 보여준 열정과 쌓아온 노하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게임 내에서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이들은 심심하면 양민 학살을 자행한다. 의견이 맞는 고인물들이 친목을 다지기 시작하면 게임 내에서는 막강한 정치적인 세력으로 군림한다. ‘신성불가침 영역인 이들의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 분위기가 나올 수 없다. 게임에 흥미를 느껴 이제 막 시작하려는 뉴비’, , 신규 유저들은 그들의 고압적인 자세와 무시, 그리고 자신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의 위치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조용히 게임을 떠난다. 그리고 남은 이들은 고인물을 넘어 화석이 되고 석유가 된다. 더 이상 신규 유저를 확보하지 못한 게임은 운영이 힘들어지고 선택은 둘 중 하나다. 고인물만을 위한 소수의 게임으로 연명하거나, 운영을 종료하거나

K리그 서포터즈는 게임의 고인물과 닮았다. 오랜 시간 동안 K리그를 지켜온 그들은 팀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갖고 있지만, 그들의 방식은 굳어졌고, 새로운 팬들에게는 어렵고 거부감마저 느껴지게 한다. 특히, 서포터즈는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마치 자신들이 K리그를 지켜온 원조 팬이라는 듯, '고인물'처럼 자신들의 권위를 내세우며 일반 팬들의 의견을 무시한다. 이러한 태도는 K리그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서포터즈가 변화와 혁신을 거부할수록, K리그는 점점 더 고립된 팬층에 의존하게 되며, 이는 리그의 미래를 위태롭게 만든다.

서포터즈의 성역화는 새로운 팬들의 유입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기존 팬들조차도 이탈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새로운 팬들은 경기장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기존 팬들은 서포터즈의 폐쇄적인 문화에 지쳐 경기를 떠나게 된다. 이는 경기장 관중 수 감소로 이어지며, 팀의 상업적 성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임에서의 고인물처럼 K리그의 초창기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그들이 이제는 K리그의 엄청난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석유가 되어 땅에 묻힐 것인가? ‘고인물을 넘어 흐르는 물, 역동적이고 열린 팬덤으로


K리그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반 팬들이 경기장을 찾고, K리그에 대한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 2020년대에 와서 폭발적으로 K리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그 기반은 취약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포터즈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 일반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응원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팬들에게 긍정적이고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 유럽문화의 모든 것이 선진적인 것은 아니다. 폭력적인 행동은 물론이고, 배타적인 태도는 버려야 한다.

'고인물' 게임은 새로운 유저가 들어오지 않으면 결국 쇠퇴할 수밖에 없다. K리그 서포터즈도 마찬가지다. 일반팬이 없는 K리그는 결국 소멸한다. 새로운 팬들을 포용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K리그의 미래가 밝아진다. K리그의 성장을 위해, 그리고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서포터즈는 자신들의 열정을 폭력이 아닌 사랑으로 표현해야 한다. '고인물'이 아닌, '흐르는 물'처럼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K리그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포터즈가 과거의 방식에 갇히지 않고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일반 팬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응원 방식을 도입하고, 팬들과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서포터즈가 진정한 K리그의 주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고인물이 아닌 흐르는 물처럼 역동적인 팬덤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K리그는 더욱 발전하고,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K리그 자체적으로 서포터즈와 일반 팬들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성역화된 경기장보다는 가족 단위의 팬들을 위한 이벤트나 활동을 확대하고, 모든 팬이 안전하고 즐겁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가족 친화적인 경기장은 다양한 세대의 팬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리그의 인기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열정이 폭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해두고 그것을 통제할 수 있는 자생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K리그의 발전을 위해서는 서포터즈의 긍정적인 열정을 유지하면서도, 그들만의 성역화된 문화를 벗어나 일반 팬들과의 소통과 포용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K리그는 더욱 많은 팬의 사랑을 받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포터즈가 진정한 K리그의 주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열려있고 역동적인 팬덤을 만들어야 한다. 그들이 고인물을 넘어 석유가 되어 땅속으로 사라질지, 비가 오고 강이 되고 바다를 이루는 필수요소가 될지는 그들 자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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