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된 선수 좋아하는 김도훈, 기존 주전 부상 다수, 임시감독 체제에서 세대교체?

클린스만호를 겪으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클린스만은 외국인 감독이었지만, 내국인 감독보다 더한 베테랑 선호 감독이었다. 일명 ‘해줘 축구’로 유명한 그였다. 클린스만은 K리그는 거의 쳐다도 보지 않았다.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를 비롯한 유럽 탑클래스에서 뛰는 선수들을 경기장에 풀어놓고 ‘네가 알아서 다해봐’하는 축구를 구사했다. 간신히 대표팀 명단에 새로운 얼굴들이 들어가긴 했지만, 대부분 주력 선수에 밀려 필드를 제대로 밟아보지도...[본문 중에서]
클린스만호를 겪으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클린스만은 외국인 감독이었지만, 내국인 감독보다 더한 베테랑 선호 감독이었다. 일명 ‘해줘 축구’로 유명한 그였다. 클린스만은 K리그는 거의 쳐다도 보지 않았다.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를 비롯한 유럽 탑클래스에서 뛰는 선수들을 경기장에 풀어놓고 ‘네가 알아서 다해봐’하는 축구를 구사했다. 간신히 대표팀 명단에 새로운 얼굴들이 들어가긴 했지만, 대부분 주력 선수에 밀려 필드를 제대로 밟아보지도...[본문 중에서]

[뉴스워커_더 자세한 스포츠] 27, 북중미 월드컵 6월 예선전을 치를 대표팀 엔트리가 발표되었다. 많은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김도훈 감독답지 않은 선발 명단이다. 저번 황선홍호에 승선했던 7명의 기존 선수가 빠지고 새로운 얼굴들이 합류했다.

골키퍼로는 송범근(쇼난 벨마레), 황인재(포항 스틸러스), 조현우(울산 HD FC)가 선정되었다. 수비수에는 권경원(수원 FC), 김진수(전북 현대모터스), 박승욱(김천 상무 FC), 이명재(울산 HD FC), 조유민(샤르자 FC), 최준(FC 서울), 하창래(나고야 그램퍼스), 황재원(대구 FC)이 포함되었다. 미드필더로는 박용우(알 아인 FC), 배준호(스토크 시티 FC),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FC), 엄원상(울산 HD FC),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FC), 이재성(1. FSV 마인츠 05), 정우영(칼리즈 FC), 홍현석(KAA 헨트),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 FC)이 발탁되었다. 공격수에는 오세훈(FC 마치다 젤비아)과 주민규(울산 HD FC)가 이름을 올렸다.


미운 놈 떡 하나도 안 주는 철저한 베테랑 선호 감독인 김도훈, 무엇을 노린 엔트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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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한국인 감독은 검증 안 된 젊은 선수들이나 새로운 얼굴들을 A대표팀에 쓰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U-20 대표팀, 그리고 올림픽 대표팀인 U-23 대표팀에서 괜찮은 성적을 낸 선수라도 A대표팀에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보수적인 측면도 있거니와 한국의 조직 문화가 서열 위주의 문화이기 때문인 점도 크다.

김도훈 감독
김도훈 감독

새파랗게 젊은 선수가 감히 선배들 다 뛰어넘고 A대표팀으로 직행하기는 참 힘들다. 손흥민이나 이강인 정도의 어린 시절부터 검증이 된 선수들이야 믿고 쓸 수 있지만, 조금 애매하거나 실험적인 선수라면 쳐다보지 않은 것이 관례였다.

월반은 이런 문화에 얽매이지 않는 외국인 감독에 의해 주로 시행됐다. 축구에서 월반이란 연령별 대표팀에서 뛸 나이의 선수들을 졸업시켜 그보다 더 위의 대표팀으로 차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있었는데, 벤투 감독은 엄원상, 송민규, 엄지성, 조영욱, 정상빈, 강성진 등 연령별 대표팀 소속이었던 많은 선수를 성인 대표팀으로 불러들여 관찰했다. 만약 한국인 감독이었다면, 이 중 몇몇 선수들은 계속 연령별 대표팀에서만 뛰었을 가능성이 높다.

임시감독이라는 점도 김도훈 감독이 새로운 얼굴을 등용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부분 중 하나이다. 정식감독이어도 굉장히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김도훈 감독일 텐데, 이번엔 아니었다. 전례 없는 연속 임시감독 선임이었기에 황선홍호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황선홍 감독은 임시 A대표팀 감독을 맡았을 때, U-23 연령별 대회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어린 유망주가 거의 포함되지 않은 명단을 선택했다. 주민규 선수의 활약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나이가 많은 이명재와 권경원을 소집하면서 세대교체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급하다고 불만 끄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것촉박한 세대교체 수요 무시 못 해


앞서 설명한 대로 김도훈은 완성된 엔트리를 매우 중요시하는 감독이다. 그는 여러 전술을 다채롭게 구성하는 팔방미인형 감독이 아니다. 애매하고 보장 안 되는 실험보다는 확실한 해답을 찾고 그것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가는 한우물형 감독에 가깝다. 김도훈 감독이 울산에서의 행적을 보면, 완성된 포메이션과 전략, 그리고 거기에 기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검증된 선수들을 투입하여 거의 모든 상황을 뚫어갈 수 있는 단 하나의 정답지를 찾는 과정이었다. 그랬던 그였기에 더욱 이번 엔트리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 전임 황선홍처럼 김도훈도 딱 2경기만 불 끄고 나오면 되는 일이다. 그 이상 뭔가 할 권한도, 동기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엔트리에 포함된 의지는 세대교체에 무게를 어느 정도 준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을 비롯한 92세대도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황희찬으로 대표되는 96세대도 이제 곧 30대를 바라본다. 지금이야 전설적인 선수들의 구성으로 소위 황금세대를 누리고 있지만, 영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손흥민은 사실상 26년 북중미 월드컵이 그의 전성기에 나갈 수 있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다. 2년 남았다.

손흥민 선수
손흥민 선수

상황이 이런데 클린스만호를 겪으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클린스만은 외국인 감독이었지만, 내국인 감독보다 더한 베테랑 선호 감독이었다. 일명 해줘 축구로 유명한 그였다. 클린스만은 K리그는 거의 쳐다도 보지 않았다.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를 비롯한 유럽 탑클래스에서 뛰는 선수들을 경기장에 풀어놓고 네가 알아서 다해봐하는 축구를 구사했다. 간신히 대표팀 명단에 새로운 얼굴들이 들어가긴 했지만, 대부분 주력 선수에 밀려 필드를 제대로 밟아보지도 못했다.

2002년 월드컵이 한국에 전환점이 된 것은 비단 4강 때문만은 아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축구의 체질을 바꿨고, 선진 유럽 축구를 도입하는 초석을 깔았으며, 결정적으로 히딩크의 아이돌이었던 박지성을 발굴, 맨유에서 무럭무럭 자라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세계 구급 스타가 되었고 2010년대 한국 축구를 이끌었다. 벤투 감독 때도 많은 인재를 발굴해서 지금의 풍족한 황금세대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클린스만이 남긴 아이돌은 없었다.


지금 아니면 할 시간 없다. 싱가포르 전문가, 이기면서도 실험해 볼 유일한 감독


김도훈 감독의 베테랑 선호 경향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한국이 속한 C조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예선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이다. 태국으로 대표되는 무에타이 축구는 이미 지났고, 중국으로 대표되는 쿵후 축구만 조금 조심하면 한국이 유독 약한 중동팀이 C조에는 하나도 없다. 중국은 비록 A대표팀은 아니었지만, 이미 얼마 전 치른 U-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도 최근에 맞붙은 전적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분석할 수 있는 정보가 많다.

중동팀이 빠지면서 한국은 원정 경기 동선 측면에서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까지는 약 2~3시간 정도면 이동할 수 있다. 중동 국가들처럼 먼 거리에 비해 이동 시간이 짧아 선수들의 체력 관리에 매우 유리하다. 유럽파 선수들이 많은 대한민국 입장에서도 중동 현지 합류로 인해 조직력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 했던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다. 짧은 동선에서 얻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2차 예선을 준비할 수 있는 이상적인 상황이 되었다. 싱가포르 또한 인천에서 직항 노선이 있기 때문에, 태국 원정과 거의 비슷한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감독 중에서 김도훈 감독만큼 싱가포르를 잘 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김도훈 감독은 울산 현대 이후, 2021년 싱가포르 프리미어 리그의 라이언 시티 세일러즈 FC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18년 만에 싱가포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뤄냈다. 물론 22년에 불명예스럽게 감독직을 내려놓았지만, 비교적 최근까지도 싱가포르팀을 이끌었다는 점에서 현재, 김도훈 감독보다 싱가포르전을 잘 준비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고 한국이 마냥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본선 진출 티켓이 걸려있는 3차 예선에서는 3개 조로 나눠지는데, 무조건 톱시드를 차지해야 일본과 이란 같은 까다로운 상대를 피할 수 있다. 지역 예선 전까지 한국은 아시아 FIFA 랭킹 3위로 1포트 배정이 유력했는데, 지난 3, 태국과의 홈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는 바람에 여전히 3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단 한 경기만 삐끗해도 바로 아래 있는 호주에 역전당한다. 무승부조차 용납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3차 예선부터는 아시아 강호들이 모두 모이기 때문에 2차 예선보다는 더욱 힘든 경기를 치를 수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이런 이유로 세대교체 실험을 하기에는 지금이 적기이다. 싱가포르 전문가인 김도훈 감독이 지금의 엔트리로 질 경기를 할 것 같지는 않고, 중국전을 치르기 전에 다양한 실험을 해볼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확실한 승리를 보장하면서도 다음 세대를 준비할 수 있는 몇 없는 기회이다.


여전히 무서운 쿵후 축구’, 하차한 7인은 부상이 대다수, 부상 막는 로테이션 엔트리


이번에 하차한 7인은 이창근(대전 하나 시티즌), 김문환 (알 두하일 SC), 김민재 (FC 바이에른 뮌헨), 설영우 (울산 현대 FC), 박진섭 (전북 현대 모터스), 백승호 (버밍엄 시티 FC), 송민규 (전북 현대 모터스), 정호연 (광주 FC), 정우영 (VfB 슈투트가르트), 조규성 (FC 미트윌란) 등등이다.

영화 소림축구의 한 장면
영화 소림축구의 한 장면

이중 백승호는 훈련소 입소, 송민규와 정우영은 최근 소속팀에서 폼이 떨어져 있고 김영권은 세대교체 실험에는 적합하지 않은 선수이다. 이창근 또한 세대교체 실험을 하기에도, 주전으로 넣기에도 애매한 경우이다. 정호연의 경우, 대표팀의 MF진은 매우 두텁기 때문에 로테이션이 아니면 출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앞의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부상이다. 김문환, 김민재, 설영우, 조규성의 경우는 클린스만호나 황선홍호에서도 주력으로 뛰었던 선수들이라 부상만 아니었으면 이번에도 충분히 나올 수 있었다. 특히 김민재의 경우, 현재 뮌헨에서 불안한 그의 입지를 A매치로 날려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도 아쉽게 하차했다. 조규성 또한 클린스만호의 부진한 모습과는 다르게 최근에는 감각이 계속 올라왔고 다수의 득점 포인트를 기록했다.

대표팀 입장에서는 이들은 굳이 지금이 아니라도 추후, 언제든지 기용할 수 있는 베테랑 전력들이다. 지난 U-23 대표팀의 중국전과는 다르게 성인 대표팀에서 맞붙을 중국의 쿵후 축구는 그때보다 더욱 아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는 이들 주력 선수를 괜히 내보내 소중한 자원을 잃고 폼만 떨어뜨릴 만큼 남은 경기가 절박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새로운 얼굴들의 실험 무대, 최준, 황재원, 대표팀 부족한 풀백 자원 키워줄 미래 동력


현재 부상으로 하차한 설영우, 김문환 등은 한국으로서는 매우 아쉬운 상황이다. 이들이 모두 라이트백을 담당하는 선수들이고, 현재 대표팀에는 좋은 풀백 자원이 목마른 상황이다. 그 공백을 황재원과 최준이 커버할 예정이다. 이 둘은 최근 리그에서도 무서운 기세로 기량이 상승 중인 풀백 자원이다.

황재원의 경우, 풀백에 걸맞은 빠른 스피드와 좋은 체력으로 경기 내내 우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상대를 흔드는 플레이를 구사한다. 드리블 능력이 뛰어나 직접 공을 운반하고 박스 안으로 몰고 들어가는 장면을 자주 보여준다. 스피드를 이용해 라인을 따라 쇄도하는 돌파와 돌파하는 척 수비수를 속이고 안쪽으로 파고드는 드리블이 주 패턴이다. 킥력 또한 뛰어나 측면에서 위협적인 크로스를 매 경기 선보인다. 특히 오른쪽 풀백 황재원의 돌파 후 크로스는 대구의 주공격 루트로 자리 잡았을 만큼 공격적인 능력이 돋보인다. 또한, 풀백치고는 건장한 체격을 갖추고 있어 경합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최준은 빠른 발을 이용해 수비에서 빛을 발한다. 상대 선수들이 그의 스피드를 얕잡아 보고 드리블을 시도하다가 곧바로 따라잡히는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주발은 오른발이지만, U-20 대표팀에서는 왼쪽 측면을 주로 맡았고, 연세대에서는 오른쪽 풀백으로도 활약하며 다재다능함을 선보였다.

윙 포워드 출신답게 풀백임에도 불구하고 연계 능력과 득점력이 뛰어나다. 연세대 시절 전담 키커로 활약했을 만큼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킥 능력이 돋보인다. 윙 포워드 출신답게 측면을 파고드는 전형적인 공격 가담에 능숙하다. 최근 측면 풀백의 플레이 메이킹 능력이 중요해지는 추세를 고려했을 때, 최준의 이러한 능력은 김도훈호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증된 배준호의 첫 A매치 출전, 기대주 오세훈의 첫 출격, 젊은 에너지로 채울 필드


배준호야말로 김도훈 감독이라도 뽑을만한 새 얼굴의 정석이라고 볼 수 있다. U-23 대표팀에서도 주력으로 활동한 해외파이며 동 연령대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유망주로 꼽히는 미드필더다. 패싱력, 돌파력, 골 결정력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특히 공을 잡았을 때 흐름을 살리는 드리블 능력이 뛰어나다.

2023-24시즌 동안 스토크 시티에서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며 EFL 챔피언십에서 경쟁력을 입증했고, 구단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훌륭한 행보를 이어갔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다가오는 6A매치를 앞두고 성인 대표팀 합류 가능성이 점쳐졌고, 예상대로 김도훈 감독 체제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되었다.

배준호의 역할은 이강인과 함께 중원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흔들고, 날카로운 패스로 공격수들에게 득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도훈 감독은 울산 시절에도 이청용, 윤빛가람 등 공격적인 미드필더들을 적극 활용했던 만큼, 배준호의 창의적인 플레이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의 발탁은 신선했다. 물론 최근에 J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발탁될 가능성도 점쳐졌으나 감독이 김도훈이었다. 오세훈은 큰 키를 활용한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스트라이커다. 흔치 않은 왼발잡이라는 점도 매력적인데, 반대 발 사용 능력 또한 뛰어나다. 원톱 전술에서 직접 슈팅을 시도하는 것을 즐기며, 슈팅 능력 또한 준수한 수준이다. U-20 월드컵에서 세네갈이나 남아공의 강력한 수비수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경합하며 발 빠른 윙어들에게 공간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했다.

뛰어난 신체 밸런스 또한 그의 장점이다. 후방에서 수비수들이 압박을 가하고 있더라도 미드필더진이나 수비진의 롱 패스를 안정적으로 받아내고 원터치 패스로 윙어에게 연결해 주는 등, 클래식한 타겟맨 역할을 능숙하게 수행할 정도로 나이에 비해 뛰어난 연계 플레이 능력을 갖추고 있다. U-20 월드컵에서 보여준 것처럼 동료들의 크로스를 침착하게 헤더로 연결하는 등 공중볼 장악 능력 또한 수준급이다. 김신욱, 조규성과 마찬가지로 큰 키와 뛰어난 피지컬, 발기술을 갖추고 있지만, 오세훈은 좀 더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조규성이 부상으로 하차한 지금으로서는 여차하면 큰 키를 이용하여 헤더를 노려볼 수 있는 자원이 대표팀에는 없다. 전방 롱패스 위주의 일명 뻥축구전술이 한국에 있어서 그리 달가운 해결책은 아니지만,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은 다르다. 대표팀에는 이강인, 손흥민, 발 빠른 풀백 등등 전방으로 바로 패스를 꽂아줄 자원이 많으므로 그 패스를 받고 골문 앞에서 버텨줄 장신 선수가 종종 필요하다. 한국의 전략적 다양성을 구성하는데 오세훈 같은 선수가 꼭 필요한 상황이고 중국이 극한의 쿵후 축구로 나올 경우, 강력한 신체적 우위를 바탕으로 주력 선수들의 몸싸움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도 공중볼 전술은 큰 옵션이다.


다양하고 신선한 신구조화 칵테일, 김도훈으로서도 새로운 도전이 될 것


위의 선수들 외에도 늦은 나이에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올해에도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며, 3월 한 달 K리그 최소 실점을 달성한 골키퍼 황인재가 있다.

김천 상무의 박승욱도 멀티 플레이어로서 다양한 포지션 소화 능력을 갖춘 수비수다. 측면 수비와 중앙 수비를 모두 소화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전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도훈 감독은 박승욱의 다재다능함을 활용하여 수비 전술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 팀의 공격 성향에 따라 포백과 스리백을 오가는 변칙적인 전술 운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민재가 부상으로 빠진 지금, 하창래의 활약도 기대해 볼 만하다. 김한윤-조성환-김진규의 뒤를 잇는 파이터형 센터백으로 김민재의 역할을 잘 소화해 줄 선수로 예상된다. 제공권 장악 능력이 뛰어난 중앙 수비수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적인 옵션으로 활용될 수 있으며, 수비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또한, 김도훈 감독이 울산 시절에 보여줬던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에서도 하창래의 제공권 장악 능력은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6A매치 2연전은 김도훈호의 미래를 가늠해 볼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많은 축구팬이 현재의 축협 행태를 비판하면서도 김도훈 감독 선임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분위기이다. 그것은 김도훈 감독이 저물어가는 감독이 아닌, 최근까지도 괜찮은 성적을 내왔던 경력이 있었고 특히, 싱가포르전에 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약점이 없지 않지만, 현재의 김도훈에게 주어진 특명은 남은 경기를 안정적으로 승리로 이끌면서도 언제까지 불만 끄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세대교체 실험이다.

이것은 김 감독으로서도 매우 도전적인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소속팀이 없는 그가 이번 임시감독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신이 가진 장점은 더욱 극대화하고 약점인 선수기용에 대해서는 보강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이들이 지난 3월 태국전 때 박항서 감독을 추천했다. 그가 단순히 태국전 전문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미래를 준비하기 힘든 현재의 대표팀 상황에서 상대 팀 전문가를 기용하여 승패에서 여유를 찾고 그렇게 얻은 여유를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모습을 바라왔다. 한 박자 늦었지만, 김도훈 감독이 그것을 실현해 주리라 믿는 팬들의 염원이 한국 축구에 남은 마지막 자존심으로 굳혀지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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